일상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제주도에 온 지 6일째가 되는 날. 하루 정도 더 있다 갈까도 했지만 이제 그만 집에 가서 쉬고 싶어 졌다. 제주도에서 보트를 타고, 별을 보러 가는 등 여러 가지 일정을 거쳤다. 6일의 반 정도는 렌트해서 차를 타고 다니고, 나머지 반은 뚜벅이 생활을 했다.
렌트한 날의 일정은 지인과 함께였기에 렌트를 했고, 나머지 날은 혼자였기에 굳이 렌트가 필요할까 싶어서 걸어 다니기로 했다. 그러나 백팩에 짐이 한가득인 데다 노트북까지 있어서 걸어 다니는 길이 무지 힘겨웠다. 갯깍 주상절리에 택시를 타고 갔다가 걸어서 나오는 길은 상당한 오르막길이었는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 "그냥 렌트를 할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랜만의 뚜벅이 여행이기도 하고, 힘겨운 여행이었기에 내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 달콤한 식사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도 정말 중요하다.
예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여행지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완전히 색다른 여행이 되어버린다. 이번 여행의 콘셉은 여유로움이었다. 커다란 목적지만 잡아놓고 여기저기 여유롭게 돌아다녔다. 또는 아무 계획을 잡아놓지 않고 즉흥적으로 돌아다니거나.
사실 제주도에서 글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브런치 북도 발행해보려고 했는데. 제주도에는 워낙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았기에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5~6시가 되었다. 어찌나 시간이 잘 가던지. 원래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닌데 조식을 주는 시간과 퇴실 시간을 맞추려면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몰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제주도에서 1달 이상 살아보기도 하고 여러 번 오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 같이 별을 보러 간 일행 중 한 명이 "<제주도는 이제 그만 갈 때가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면 또 새로운 것이 생겨서 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오 맞아요! 정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네이버 지도에 내가 제주도에서 가본 장소들을 하나 둘 체크해봤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내가 여기도 갔었던가?" 라면서 놀라기도 하고. 제주도의 여행은 대부분 렌터카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이번은 뚜벅이 배낭여행이라 그런지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내가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렌터카 대신 뚜벅이 여행을 선택한 것처럼 일상에서도 조그마한 변화를 주어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해본 경험 중 하나인 '버스를 랜덤으로 타고 랜덤 하게 내려서 주위 식당에서 밥 먹기'가 될 수 있다. 순간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각본 깨트리기'라는 것이 나온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정해진 각본을 깨트리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다른 평범한 일상보다 더 인상적인 순간이 된다는 것.
버스를 랜덤으로 타고 랜덤 하게 내려서 주위 식당에서 밥을 먹는 행동도 각본 깨트리기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밥을 먹은 경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하루하루가 새로웠기에 재미도 있었다. 꼭 위와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잠시 후면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번 여행의 추억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이어리에 생각 정리도 해보고. 이번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봐야겠다.
인생이란 참 재밌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지만 그 반대로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알 수 없기에 설레고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또 다른 것에 도전해보자는 마음가짐을 얻었다. 소중한 인연도 얻었다. 지금 오늘, 이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연이 주는 놀라운 경험들. 그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하자.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