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흐 Nov 12. 2019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

어느새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제대를 앞둔 마지막 휴가 기간에 부산으로 떠난 것이 처음이었다. 1년 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었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어디를 갈지 이곳저곳 검색을 해보다가 그 당시의 집과 비교적 가까운 부산으로 가보기로 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그 당시에는 <게스트하우스>라는 개념이 되게 생소했다. 20살의 제주도 여행에서는 전화를 통해서 어느 모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여행이 일상화되지 않았으며,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부산으로 여행을 갈 때 '찜질방에서 잘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 궁금한 나머지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여행을 갈 때는 매번 친구들이나 가족들, 아는 사람들이랑 같이 떠났었기에 홀로 떠나는 여행은 왠지 낯설었다. 길을 찾는 것에서부터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자야 할지까지 모든 부분을 혼자 책임지고 선택해야 했다.


설렘과 걱정,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혼자 여행을 하니 사람이 많은 관광지에서도, 발길이 닿는 대로 도착한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것저것 요리조리 사진을 찍으면서 홀로 사진 찍기 놀이도 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되게 어두웠는데 "여기가 숙소가 맞나?"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사가 높기도 하고.


어찌어찌 찾아간 그곳에서 내 인생 첫 <게스트하우스>를 만나게 되었다. 조금 늦은 밤에 숙소에 들어가서인지 사장님은 계시지 않았고 문자로 안내받은 것처럼 객실의 키와 안내 카드만 카운터에 올려져 있을 뿐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8인실의 방으로 예약을 했는데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같은 방을 쓴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처음 방에 들어가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아니 인사를 해야 되는 건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배정된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긴장된 마음으로 방문을 열었다. 얕은 귀뚜라미 소리만 들릴뿐. 그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보니 생각 과는 달리 사람의 흔적이 1도 남아있지 않았다. 혹시 모를 누군가의 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8인실을 홀로 쓰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8인실이면 당연히 사람이 몇 명쯤은 있을 줄 알았던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했다. 뭐 이왕 쓰는 거 혼자서 넓은 공간을 쾌적하게 쓰는 것도 좋다는 생각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조금 쉬다가 컴퓨터를 써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로비로 내려가서 볼 일을 봤다. 로비에는 알 수 없는 말을 구사하는 중국인 손님이 2명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여기는 외국인 손님도 많이 오는 그런 곳인 가보다. 할 일을 다 끝낸 뒤에 말을 한 번 걸어볼까도 싶었지만 언어의 장벽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멀리서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아팠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8인실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에 또 다른 건물이 있어서 외부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건물의 벽이 대문짝만 하게 보일 뿐.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언어의 이야기 소리가 가득 들려왔다. 가뜩이나 넓은 방에 혼자 있으니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거기다 2층 침대의 아랫 공간은 상당히 넓은 편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누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기도 했다. 약간은 불안했지만 뭐 별일 있겠나 싶어서 나중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잠시 후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홀로 여행을 떠나본 뒤로는 그 이전의 인생에서 떠났던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말로만 듣던, 사진에서만 보던 새로운 장소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맛보았다. 여행을 하다 보니 더 밝고 긍정적인 기운들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어느새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를 가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졌다. 홀로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은 뒤로 계속해서 새로운 여행에 도전하게 되었다. 여행은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층 더 넓게 만들어준다. 여행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을 통해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수록 더 많은 영감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영감 속에서 다채로운 글감들이 생겨난다. 과거의 유명한 시인, 철학자, 작가, 화가들도 여행을 통해서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영감을 얻었다. 여행이라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오늘은 2019년 11월 12일

브런치에서 글을 쓴 지 100일째가 되는 날이다.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글감이 더 많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매거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젠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글을 쓸 시간이 거의 없던 날에는 <외출 10분 전 쓰는 짧은 글> 매거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글은 그 사람의 모든 경험과 연결된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말했던 '모든 것은 연결된다'라는 <커넥팅 더 닷츠>라는 말이 글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과거의 어느 날 홀로 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국내 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일상에서 찾는 사소한 순간들이든. 나는 지금도 여행을 참 좋아한다.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하루하루가 모두 여행의 순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구에 잠시 동안 살아가는 여행자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일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하루하루가 이전과는 다른 소중한 하루가 될 수도 있다. 


에어비엔비의 광고 문구가 하나 떠오른다. 

<일상이 여행이 되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캠페인의 문구는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요즘은 국내든 해외든 어느 장소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도 분명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 문구를 조금은 바꿔 부르고 싶다.


일상에서 찾은 여행의 순간들! 
여행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