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책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 (2016년 기준)인데, 이는 일본이나 프랑스와 같은 다른 OECD 국가들을 훨씬 웃도는 양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가는 미국 (97.7kg) 정도이다.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 플라스틱 식기들을 사용함으로써 음식점들은 배달한 그릇을 되찾으러 갈 필요가 없어졌고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가공한 예쁜 플라스틱 용기에 제품을 넣어서 팔 수 있게 되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가공하기도 쉽기 때문에 우리 생활 곳곳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이 지구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프란스 팀머만스가 했던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사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그리고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이라는 말은 플라스틱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플라스틱의 소비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는 플라스틱의 낮은 재활용률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녹여서 다른 물질로 재활용하는 "물질 재활용률"은 전 세계적으로도 30~40% 정도가 최대라고 한다. 이 정도의 재활용률로는 끝없이 생산되는 플라스틱을 감당할 수 없음은 불 보듯 뻔하다. 분리수거되지 않은 나머지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너무나도 한심하게도 그냥 땅에 매립되거나 자연에 투기되어 버린다고 한다. 인간의 이런 어리석고 무관심한 부주의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무고한 동물들, 식물들, 미생물들이다. 언제부터인가 바다 생물들의 시체에서 대량의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흔해졌고,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무거운 죄책감을 느낀다. 나의 무관심과 부주의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너무나도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지 않는다. 만약,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하는 어떤 행위가 인간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면 우리는 어떨까? 아마 그 동물을 절멸시킬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란 종이 선택한 생존방법이기 때문이다.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 문제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대두되기 시작한 문제가 "미세 플라스틱"문제다.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 햇빛과 바람, 파도 등에 노출되면 작은 조각들로 부서지게 되는데, 이런 작은 알갱이들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하여 집어삼키는데, 이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의 순환에 따라 맨 밑바닥에서부터 맨 꼭대기인 인간에게까지 다다르게 된다. 뱃속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죽은 새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끔찍하겠지만, 나는 그 사진을 봤을 때 뱃속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서 죽은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면하고 싶지만 우리는 이런 미래를 충분히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는데 이 중 80%는 물에 섞여서 들어온다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할까? 플라스틱 폐기물이 잘게 쪼개져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을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스크럽 제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스크럽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알갱이들은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빨래를 하는 과정에서도 발생된다. 옷가지들에 포함된 합성섬유들이 빨래하는 과정에서 작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미세 플라스틱의 약 35% 이상은 빨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옷이나 신발 등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런 옷들을 세탁한다면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이 늘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옷 자체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섬유유연제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들이 고스란히 하수도를 거쳐 강으로 흘러들고 바다로 흘러가면서 많은 바다생물들의 몸속에 축적되고,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몸속에도 쌓이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식약청 등의 기준에 맞게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한 제품들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겠지만 앞으로 100년 혹은 200년 뒤에도 그런 식재료들이 충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당장 나 편하자고 나의 금쪽같은 아이들, 천금 같은 손주들에게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식재료들을 물려주고 있다.
제대로 된 재활용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제대로 분리수거를 한다고 나의 소임을 다하는 것일까?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된 플라스틱들은 어떻게 재활용이 될까? 나는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서울 환경연합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당히 유용하고 좋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물질 재활용"이다. 플라스틱을 녹여서 다른 물질의 원료인 고형물로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회수 재활용" 방법도 있는데, 플라스틱을 모아서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기 때문에 발열량이 많아서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열분해 재활용"이 있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통에 플라스틱을 넣고 통 외부에서 열을 가하게 되면 플라스틱이 분해되어 기름이 만들어지는데 이 기름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이렇게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분리수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재활용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플라스틱 병의 뚜껑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뚜껑은 따로 모아서 버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혹여나 뚜껑을 따로 버리기 어려운 경우, 플라스틱 병을 찌그러뜨려서 내부의 공기를 최대한 빼낸 이후에 뚜껑을 닫아서 버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재활용하는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하려면 우선 같은 색깔의 플라스틱 병만을 따로 선별한 뒤에 압착기에 넣는데, 만약 플라스틱 병 내부에 공기가 있는 채로 뚜껑이 닫혀있게 되면 압착을 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게 된다. 병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공기가 들어있는 병들을 골라내는 방법도 있으나 이것은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둘째, 음식물이 묻어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씻어서 버리도록 하자. 음식물이 남아있는 용기들은 재활용되기 매우 어렵다. 이런 것들은 한 번 씻어서 버리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용기를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들이 제거되지 않는 것들은 재활용이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컵라면과 같은 용기들은 음식물이 잘 지워지지 않는데, 이런 것들은 재활용이 어려우니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셋째, 생분해 플라스틱이 사실은 그리 큰 효과가 없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정 온도(약 60~70도)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자연적으로 분해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 정도의 온도를 가진 지역이 어디 있을까? 우선 지표면에는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제한된 장소일 것이다. 지하로 내려간다고 해도 꽤 깊이 들어가야 할 텐데 단지 쓰레기를 생분해하자고 이 깊이의 땅을 파는 미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없는 삶
플라스틱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윌 맥컬럼이 쓴 "플라스틱 없는 삶"은 욕실을 시작으로 침실, 주방, 직장 등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가면서 플라스틱을 없앨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가 영국인이라 저자가 소개해 준 대체제들을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내용보다는 아무래도 어떻게 플라스틱을 적게 혹은 아예 사용하지 않을지에 대한 방법론적 이야기들이 많기도 하고, 독자들이 실제로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를 책에 직접 적을 수 있도록 할당된 메모 페이지들도 많기 때문에 딱히 책을 리뷰할 내용이 거의 없다. 하지만, 처음 1/3 정도 가량은 현재 전 세계에 산재한 플라스틱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 내용들이 나의 머리와 양심을 아프게 한다.
다만, 이 책에서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있다. 플라스틱을 불가피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빨대를 사용해 물을 마셔야 하고, 상수도 시설이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은 플라스틱 병에 들어있는 생수를 마셔야만 한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들은 플라스틱 문제에도 각 개인 혹은 집단의 상황과 처지를 적절하게 고려해야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플라스틱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플라스틱이 "일회용"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말은 뉴스와 신문 등을 통한 여러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할 때에만 문제가 될까? 재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하다면, 처음 공장에서부터 가공되어 나오는 제품들도 인체에 유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식품들이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아무런 의식도 없이 플라스틱을 버린다. 한 번의 편리를 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한 가정이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이 쓴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가 바로 그 책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을 보고 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저자는 가족들과 함께 한 달만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는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점차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들을 찾아내게 되었고 플라스틱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렸고, 블로그의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두 미친 짓이라고, 곧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었지만 그들의 실험이 성공하자 사람들의 비난은 곧 응원으로 바뀌어갔다. 저자인 산드라는 환경운동가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후에는 지방의회 의원으로도 선출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환경과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들에 대한 죄책감이 서려있다. 플라스틱은 꽤나 최근에 발명된 것이고, 이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도 매우 최근에 이슈 된 것이긴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플라스틱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가 동물복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어머어마하게 오래전부터 가축을 길러왔다. 농사를 지을 때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축부터 털이나 가죽을 제공하는 가축, 비상시에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축과 심지어는 단지 정서적인 교감을 위한 애완용 가축까지 다양한 가축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중에서도 애완동물들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으면서 인간들은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애완동물에서부터 시작된 동물복지는 농장에서 사는 가축에서부터 야생동물에게까지 점차 확장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생동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가 동물 애호가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문제가 된 것 아닐까 싶다. 지구는 인간만이 살아가는 행성이 아니다. 인간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존중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우리는 아주 멀리 왔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위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이 책들이 그들에게 좋은 시발점이 될 것 같다.
<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한 것들 >
플라스틱 없는 삶 - 윌 맥컬럼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오후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 서울 환경연합 (유튜브)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 - 서울 환경연합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