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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호 Dec 17. 2021

마지막 출근하는 날

8년의 직장생활을 끝내는 날

 퇴사라는 것도 녹록지 않다. 떠나는 마당에 무슨 할 일이 그리 많겠냐마는 퇴사자들도 생각보다 바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내 일이 아니라며 모든 걸 팽개치고 떠나는 사람이라면 퇴사하는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이 회사를 떠나는 나의 마지막이 남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지막을 기억한다. 나중에 누군가가 나를 기억했을 때 나의 안 좋은 마무리를 기억한다면 그건 내가 이 회사에서 보낸 시간들에게 미안할 것 같다.

 그동안 이리저리 인사도 하러 다니고 송별회도 하느라 상당히 바빴다. 나의 퇴사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해줘서 고마웠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회사 생활을 영 못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었다. 그 와중에 인수인계도 해야 했다. 내 후임자는 열흘 전에 입사했다. 나에게 주어진 인수인계 시간이 열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나는 소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하는 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사실 인수인계를 100% 하기는 어렵다. 완벽하게 모든 업무를 넘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세 달은 필요하지만 단 열흘만에 인수인계를 해야 했으니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분명 어디선가 사고가 발생할 것이고, 그 사고가 남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떠나는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인수인계를 하려고 노력했다. 인수인계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야근을 했다. 불행스럽게도 요즘은 daily 업무도 많아서 시간이 정말 모자랐다. 인수인계를 받는 후임자의 입장에서는 하는 일이 많으니 정신없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길게만 느껴졌던 이번 주가 드디어 끝이 난다. 나의 첫 직장에서의 8년도 오늘로 끝이다. 마지막 매듭이 잘 지어지길, 오늘 하루가 잘 끝나길. 그동안 참 수고가 많았으니 오늘은 소주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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