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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조 Jan 31. 2022

Prologue. Welcome to Belgium!

벨기에로 가는 비행기에서


2019, 코로나가 창궐하기  평화로웠던 . 유럽 벨기에로  학기(6개월)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시절을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고 용기 있었던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정도로 강렬한 기억을 남긴 시절이다.


순간들을 글로 남겨 보고자 한다. 그때가 그리워질 때마다 꺼내   있도록. 사진은 벨기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셨던 맥주와 웰컴 스낵이다. 비행기에서 야경을 보며 마시는 맥주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의 경우 저때가 최초의 장시간 비행이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대책 없이 마음껏  시간을 즐겼던  같다. 벨기에에 도착하면 어떻게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지, 내가 살기로  집에는  도착할  있을지, 휴대폰 로밍은 잘될지 같은 걱정은 잠시 미뤄놓고, 자유롭게.


브뤼셀 공항 주변의 하늘


벨기에의 하늘은  예뻤다. 서울에서도 늘상 보던 예쁜 하늘이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감성에 젖어 갑자기 하늘이 예뻐 보이는 때가 있다. 브뤼셀 공항 주변에 하룻밤을 묵을 숙소를 잡아서, 비행기 자국(?) 쉽게   있었는데, 새파란 하늘에 하얀 비행기의 자취와 어스름한 분홍색 빛이 어우러져서 메리 포핀스 하늘 같았다.


레인보우 플래그가 걸려있던 나의 집


우여곡절 끝에 내가 벨기에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지내기로  집에 도착했다.  집의 가장  장점은 학교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집을 구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뒤지다가,  집을 발견했다! 나에게 방을 내어  친구는 내가 교환학생으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학기 동안 캐나다 퀘벡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어서 집을 내놓은 거였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우리 둘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만약  집을 구하지 못했다면 집을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을  뻔하니,  집을 구한  나의  번째 행운인 셈이다.

 

웰컴 케이크

집에는 총 4명의 여학생들이 살았다. 한 명은 벨기에에 있는 다른 학교를 다녔고, 다른 두 명은 나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


나보다 한 살 많았던 '로라'는 4명 중 가장 처음으로 만난 친구다. 내가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집 앞에서 낑낑거리고 있을 때, 함께 캐리어를 끌고 3층까지 올라가 준 친구다. 로라를 처음 봤을 때, 아이 메이크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눈 위에 민트색으로 라인을 긋는 메이크업이었는데, 검은색 라인만 고수해 온 나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민트색 아이라인을 도전해 보고 싶다.


사진은 친구들과 함께 먹은 케이크다. 크림과 견과류로 된 케이크였는데, 참 달달하고 맛있었다. 무튼 모든 것이 낯선 타지에서 나를 환영해 주는 사람을 만나니, 안정감이 들고 벨기에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벨기에 초콜릿과 메모


긴장이 풀려버린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가족에게 잘 도착했다는 인사를 남기고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깨어서 어슬렁거리다가 방문 밑에 있던 초콜릿과 메모를 발견했다. 함께 사는 친구 '엘리샤'가 주고 간 것이다. 너무 스윗했다... 타지인을 위해 함께 식료품점에 가 주겠다고 먼저 말하고, 자기가 가능한 시간까지 말해 주는 스윗걸이라니. 엘리샤는 사랑이 많고, 배울 점도 정말 많은 친구였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용기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괜히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갑자기 연락해서 놀라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을 모두 이겨내고 손을 내미는 거란 말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친해지는 관계도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관계가 더 많은 것 같다. 가끔씩 오는 안부 연락, 먼저 밥 한 끼 하자고 손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요즘 들어 참 고마운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엘리샤처럼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벨기에에서 받았던 환대로, 다른 사람을 환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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