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공기가 맑은 날에는 서울에서도 별을 많이 볼 수 있다. 제이는 무엇이든 밤하늘에 떠서 빛나고 있는 건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별들이 수정처럼 반짝이고 있으면 어김없이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일요일 밤은 다른 날보다 골목이 훨씬 조용하다. 고요한 골목에 서서 별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제법 운치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우리가 우주의 일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어디선가 야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요란한 엔진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면. 그런데 오토바이 소리 못지않게 분위기를 깨는 것이 또 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나다.
빛의 속도로 수십 년을 가야만 가장 가까운 별에 도달할 수 있는 거다, 지금 저기 보이는 별빛은 사실은 과거의 잔상이다, 저 빛이 우리 눈까지 도달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저 별과 우리는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운운. 가만히 별을 올려다보고 있는 제이에게 나는 어설픈 천문학 지식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가까워 보여도 사실은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거야.”
“근데 저 별은 이름이 뭐야?”
하루는 제이가 손가락으로 어느 한 별을 가리키며 물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바라보았지만, 별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본다고 해서 뭔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늘 아마추어 천문학도 흉내를 내왔던 터라 잘 모르겠다는 고백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북쪽에 있으니 북극성 아닐까?”
내가 생각해도 궁색한 대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쪽이 정말 북쪽이었다는 점이다.
며칠 후 나는 서점에 가서 별자리에 관한 책을 한 권 샀다. 그날부터 틈틈이 책에 나와있는 사진을 보며 별자리를 공부했다. 하지만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완벽한 별자리를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진에서 본 대로 선을 이어가다 보면 꼭 한두 개씩 빈자리가 있었다. 마치 이가 빠진 것처럼 별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는 것이다.
“원래는 저기도 하나 있어서 이렇게 연결되는 거거든.”
그럴 때마다 나는 깜빡 잊고 건전지를 가져오지 않은 과학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모양이 빠지는 것이다. 이게 원래는 자동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건데, 하면서 손으로 툭툭 밀어서 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그래도 제이는 책까지 사서 읽어가며 별자리를 설명해주는 내가 기특하다는 눈치다. 그 정도면 책값은 대충 빠진 것 같다.
서있는 곳이 어디든 고개만 들면 항상 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랜 옛날 아라비아의 목동들이나 대서양을 항해하던 선원들은 별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내는 내게 별과 같은 존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도 아내라는 별을 보며 내가 서있는 곳을 확인하고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별자리 책을 보니 별의 이름을 정할 수 있는 건 맨 처음 그 별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발견한 별에 ‘아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좀 더 근사한 이름은 없었을까?
아니다. 역시 아내가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