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i Nov 25. 2024

사랑해

사랑3 (愛)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연인에게도 사랑을 말할 줄 몰랐는데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고귀한 마음 같아 함부로 언하기 두려웠고 내 마음이 감히 사랑의 수준인지 가늠이 안되었다. 하지만 감정이 사랑에 닿는 순간을 인지할 수 있을까? 사랑은 사실 입 밖으로 나온 뒤에야 비로소 실현된다.


한 사람이 사랑을 말할 때 상대는 따뜻해지는 마음과 자연스럽게 사랑을 답하는 자신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사랑의 발화자는 자신이 사랑을 전한 상대의 표정과 반응, 그리고 되돌아오는 사랑의 언어로 인해 온기를 느끼며 또다시 사랑을 체감한다. 또한 말은 맹세의 의미를 갖기에 우리는 사랑을 말하면서 성숙한 사랑의 속성 중 하나인 '책임'을 느끼고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 사랑을 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덧붙이자면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사랑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아빠와 전화를 끊거나 본가에서 헤어질 때 꼭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한테도 자연스럽게 사랑을 말하곤 한다. 어느 순간 사랑은 나에게 범접할 수 없는, 저 멀리 있는 고귀한 감정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사랑은 입을 통해 발화(發話)함으로써 세상에 발화(發花)가 되어 우리의 삶에서 흐른다. 나의 부족한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이 따뜻함을 필요한 이들과 나누고 싶다.


* 사랑3(愛)_oil on canvas_45.5x45.5_2024

https://www.instagram.com/love.shin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