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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작자 Jul 04. 2023

어느 워킹맘의 일기

퇴사일기

2023.03.29

그들은 잘 살고 있을까.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은 이들이 생각난 것은 갑자기 온 L의 아침 카톡 때문이었다.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난다. 잠에서 깼다는 표현보다 잠들지 않았던 거 같은 기분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은 거의 시간을 다 잠으로 채우고 일어난다. 

그래서 눈을 뜨면 노트북 앞에 가서 앉는다. 이렇게 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아침으로 냉장고며 찬장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점심을 먹을 때는 식탁에 유튜브를 틀어 놓는다. 개인적인 연락은 잘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올해 초부터는 SNS 앱도 삭제해서 주변인의 소식을 듣기도 어렵다. 적당히 밥을 먹고 한시 즈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노트북에 쌓인 이메일과의 조용한 싸움, 집에서 일하는 날은 노트북이 꽤나 오랫동안 열려 있다. 저녁을 먹고도, 씻고 나서도 책상 위에 열려있는 노트북이 계속 열기를 발산하며 내게 어필 중이다. 회사 노트북을 닫을 때 비로소 일시적 자유 상태가 된다.


평일에 집에서 일하는 날은 대략 6시, 회사나 외근을 갔다 온 날은 7시에서 8시부터 아이와 네다섯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낸다. 

아이를 마주한 순간부터는 '회' '사' '원'에서 바로, 멘털이 털렸지만, 좋은 애미로 돌아가야 한다. 그 몇 시간 동안 나는 무난한 엄마일 때도 있고 짜증을 내는 엄마일 때도 있고 드물게 기분이 업되어 있을 때도 있고 때때로 매우 다운된 엄마일 때도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이 엄마라는 사람은 왜 이렇게 종 잡을 수가 없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그 '좋은 엄마'라는 게.... 

과연 오늘은 어떤 엄마였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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