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학내 이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세편집위원회 Feb 09. 2024

<137호>[학내기획]3년만의 총학생회:섣부른 걱정이길

편집실



3년만의 총학생회 <Yours>  : 섣부른 걱정이길 바랍니다. 대각선으로 나뉘어 왼편은 파란색, 오른편은 하얀색 배경이다.
 위에는 검은색 글씨로 "너를 위한 연세, 지금부터"가, 아래에는 푸른색 글씨로 "Yours"가 쓰여있다.


 이틀 동안 개표를 연기한 끝에 결국 <Yours>가 당선되었다. 투표율 50.60%(9,482표)로 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중 선거운동본부 <Yours>가 53.61%(5,083) 표를 얻었다. 56대 총학생회 <Switch> 이후 3년 만에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대표자가 생긴 것이다. 오랜만에 총학생회가(이하 총학) 출범한 만큼, 기대하고 응원하고 싶지만 그러기만은 어렵다. <Yours>의 일부 공약과 당선 직후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반응 때문이다.

 <Yours>의 공약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공약은 ‘캠퍼스 간 소속변경제도 폐지’이다. (이하 소변 폐지) ‘소변 폐지’는 신촌캠퍼스와 미래캠퍼스<Yours>의 정책자료집에서는 해당 공약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소속변경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약 17년간 신촌캠퍼스에서 미래캠퍼스로 소속 변경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도입 목적을 상실한 제도로 판단되며, 오히려 이로 인한 학우들 간의 차별과 혐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소변 폐지’ 공약의 취지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신촌캠퍼스 학생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제도로 인해 차별과 혐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이유들로 소속변경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적절히 도출되는가?

 첫 번째 이유부터 검토해 보자. 어떤 제도가 원래 기획했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제도의 폐지 요구가 아니라, 개선 요구다. 저출생 대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해서 저출생 대책을 폐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서울 상공에 북한 무인기가 왔다 갔다고 해서 군대를 해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소속 변경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를 폐지하는 방안이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총학생회는 신촌캠퍼스 학생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가 미래캠퍼스의 기숙사비를 인하하든, 신촌캠퍼스와는 차별화된 수업을 미래캠퍼스에 개설하든, 어떠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대학에 촉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Yours>에서는 개선이 아니라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앞선 예시들에서 알 수 있듯이 문제 상황을 대처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다. <Yours>는 정녕 소속변경제도가 활용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의 ‘해결책’으로서 ‘소변 폐지’ 공약을 제시한 것이 맞는가? 공약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뒤늦게 이 이유를 채택한 것은 아닌가?

 또한 <Yours>의 정후보 함형진이 신촌 정책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신촌캠퍼스 학생이 소속변경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도를 폐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소속변경제도의 인원을 더 늘릴 수도 있다. 그는 ‘재수강 횟수 제한 완전 철폐’ 공약의 한계를 지적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재수강 기회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학우들이 있다고 해서 이걸 못 늘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소변 폐지’ 공약의 두 번째 이유는 ‘차별’과 ‘혐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학내에서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것은 총학생회가 반드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Yours>가 하고자 하는 바는, 신촌캠퍼스 학생이 미래캠퍼스 학생에게 가하는 혐오를, 신촌캠퍼스 총학이 미래캠퍼스 학생의 기회를 없애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소변 제도에 관한 반발에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은 미래캠퍼스 학생이지 신촌캠퍼스 학생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래캠퍼스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미래캠퍼스 학생의 입장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래캠퍼스에게 가해지는 혐오를 없애기 위해 손수 나선 <Yours>는 이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래캠퍼스 학생과 소통했는가? 그러고도 미래캠퍼스 학생의 기회를 없애는 공약을 만든 것인가?

 <Yours>의 당선 직후 에브리타임의 게시물을 보면 해당 공약이 어떤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형체가 드러나는 듯하다. 에브리타임의 여론을 <Yours>와 동일시하는 것은 당연히 비약이 있다. 그러나 정책자료집에서 밝힌 이유가 모두 의심되는 와중에, 에브리타임의 <Yours>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분명히 무언가를 설명해 준다. 당선 직후부터 12월 3일 오전 1시까지 약 한 시간만 확인해도 ‘소변 폐지’를 주제로 17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에브리타임의 맥락에서 ‘소변 폐지’는 혐오를 없애고자 하는 공약이 아니라, 혐오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해당 공약을 낸 <Yours>의 당선은 혐오가 승리하였음을 의미한다.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한 게시물로 그 제목은 "원주 오줌싸개들 이제 오줌 못쌈?"이다.
두 이미지 모두 에브리타임의 게시물로, 왼쪽은 소변 폐지 추진을 강력히 바란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함형진 학생의 당선이 미래캠퍼스 학생에겐 비상 사태라는내용이다.


 여러 게시물과 거기에 달린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에브리타임’에서 <Yours>의 당선은 미래캠퍼스에겐 “초비상” 사태이며, <Yours> 정후보 함형진은 “원주슬레이어” 즉, 원주캠퍼스(미래캠퍼스의 이전 이름이다)  학생을 살해하는 “대형진”으로 그려지고 기대된다. 그들은  <Yours>가 “소속변경 제도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해 주시길” 바라고 이를 통해 “원주 오줌싸개들”이 더 이상 소속 변경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길 바란다.

 이러한 지지를 기반으로 한 ‘소변 폐지’ 공약이, 그리고 <Yours>가 과연 차별과 혐오를 없애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Yours>의 ‘소변 폐지’ 공약은 <Yours>의 의도가 어떻든 이미 혐오를 용인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Yours>의 의도가 정책자료집에 제시된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제시된 이유는 ‘소변 폐지’라는 공약을 적절하게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자료집대로 공약이 추진된다면 <Yours>의 의도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분열과 불안 그리고 공동체성의 위기를 넘어서자는 정후보 함형진의 출마사가 진심일 것을 믿기에 임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에브리타임을 넘어서는 소통과 이에 기반한 공약의 재검토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 논점이 있었다. 재원 확보부터 미래캠퍼스에 대한 논란… “포퓰리즘이 아니냐” 라는 의혹, “1년 안에 모두 달성할 수는 있는가?” 라는 현실성에 대한 의문 등등… 어쩌면 이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1년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적고, 당장 학교 정책을 바꾸는 등의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혐오를 막기 위해 기회를 박탈하거나, 학교와 학생의 것을 이용해서도 아니 된다.

 3년 만의 정식 총학생회 <Yours>의 탄생이다. 연세편집위원회는 연세인으로서 <Yours>가 잘했으면 한다. 무능하고 비판만이 들끓는, 혐오를 조장하고 과도한 개인주의와 차별을 유도하는 총학생회가 아니라, 학생과 학교,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총학생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는 그들과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연세지 역시도 학내언론으로서 이들의 잘한 점은 칭찬하고 잘못한 점은 논리적으로 비판하여 더 나은 총학생회, 더 나은 연세대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