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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를 펴내며

<139호> 편집장 야자수

by 연세편집위원회 Jan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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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똑바로 향하여 보기 힘든 시대입니다. 서로 똑바로 보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살아도, 나와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나와 다르다고 생각해 왔던 것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살아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매번 가던 곳만 가며, 어떤 방식으로는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의제들에 대해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고, 그 말을 뱉은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 그렇게 허공에서 말과 말끼리 싸우게 됩니다. 


이번 139호를 펴내며 거친 편집회의 시간은 서로 똑바로 향하여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 있다면 어떤 지점이 이해가 안 갔는지, 듣기 불편한 것이 있다면 왜 불편하게 다가왔는지, 자기는 그 의제가 왜 지면에 담길 정도로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왜인지도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모두가 살아온 생활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같은 의견일 수는 없음을 인정한 채로 편집회의에 참여했습니다. 굳이 편집회의가 아니더라도 쓸데없어 보이는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서로의 일상과 고등학교 시절, 가족,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의 말을 빌려오자면, 저희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함께 있는 순간의 즐거움 ‘속에 들어가기’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호는 그래서인지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여는 글을 핑계 삼아 편집위원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연세 139호를 집어들 이름 모를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보내는 대학 생활은 어떤가요? 생각이 다르면 이해해 보려는 시도도 없이, 허공에서 말과 말끼리 싸우고 있지는 않은가요? 상대가 나를 향한 ‘공격’하는 말하기를 하는 것 같다면 바로 귀와 입을 닫고 회피하는 순간이 있지는 않았나요? ‘다양성 인정’이라는 말 아래 정말 다양성은 지워지고 있지 않았나요? 토론이라는 형식 안에서 ‘설득/굴복’하는 말하기 방식만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서울시립대 교지 58호에서 학내여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 유저가 적절한 타이밍에 글을 쓰고 생각이 비슷한 다른 유저들이 여기에 가세한다. 공감 수와 댓글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생각처럼 포장되어 다른 이에게 영향력이 미친다. 이 구조에서 설득은 없다. ‘총공’과 ‘화력지원’만이 있다. (…) 결국 유의미한 쌍방향 소통은 점점 사라진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20대는 인터넷에서 설득은 거의 불가능하며 인터넷 여론은 결국 머릿수의 싸움임을 금방 알아채 버린다”


비단 인터넷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에 관한 이해와 대화는 부재한 채, 공격하거나 회피하기에 바쁩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 공부만 죽어라 하다가 대학에 오면 서로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교류하게 되는데요, 이때 많은 것들이 ‘정치‘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친구 사귀기’라는 이름 아래 타자와의 만남을 단속하게 됩니다. 


서로 똑바로 향하여 보기 힘든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139호에서 편집위원들은 서로를 마주했습니다. 지면에 담긴 내용 자체에서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글 쓰는 동안 어렵사리 고민하고 독자에게 더 친절히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가장 먼저 볼 글은 학내<2024 총학비평: Yours의 자리를 mine으로 >입니다. 지난 1년간 총학생회 유어스의 정책들을 살펴보고, 총학생회가 생각한 학생들의 욕망은 무엇이었는지 모습이었는지 묻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대학을 다닐 것인가>는 앞으로의 피할 수 없는 블렌디드 수업 방식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대학을에 다닐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비대한 학생사회 구조 개편하기>는 현재의 대의제가 아닌 더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인 시민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학생사회 구조는 무엇일지 상상해봅니다.


이번 호 특집은 ‘노동’을 주제로 연세대학교라는 공간 안에 분명 존재하지만, 학생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연세대 조경팀을 만나다>는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 연세대학교 안에서 식물 친구들을 가꾸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연세대 기록관을 만나다>는 기록을 사랑하는 사람이 학술정보원 7층을 찾아가, 학교의 행정과 역사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지면뚫고 노학연대>는 노학연대를 외치기에 더 이상 지면으로는 독자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거리로 나가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멀리 있는 고통과 살아가기>는 서아시아 한켠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에 동아시아에 있는 여성이 어떤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읽고, 쓰고, 행동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야기와 사람이 만나는 장소>은 지금 이 시대의 도서전이라는 공간에서 책의 가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봅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합니다. 백양로 위에도, 학생회관이라는 건물에도, 311호라는 공간 안에도.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닌 세계를 감히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고 쓰고, 말을 듣고 뱉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럼에도 기꺼이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분명 나와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왔음을 알아가고 그의 세계를 상상해 보려고 노력하기. 서로 똑바로 향하여 마주하기. 


좋은 하루 만드세요 :)


야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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