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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씨드 Oct 19. 2021

졸라맨만 그리는 아이의 심리와 졸라맨 탈출 비법


저는 15년 이상 미술을 가르쳐온 미술선생님입니다. 학교 교사는 아니구요. 5년이상 미국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르쳤고 이후 대부분은 한국 아이들을 가르쳐오고 있어요. 15년 이상 미술을 가르쳤다기 보다 15년 이상 미술 연구를 했습니다. (가르친 것은 20년 이상입니다.)


미국, 한국 아이들 가르치며 모르는 것들, 부족한 것들을 국내외 자료를 다 뒤지며 고민하고 찾았어요. 배운것, 제가 생각한 것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관찰해오니 깨닫게 되는 것이 있더군요. 아직도 아이들의 세계는 미스테리 하지만 그동안 알게된 조금의 노하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미술은 좋아하는데 졸라맨만 그린다. 이 학원 계속 보내야 할까?"


졸라맨만 그리는 원인, 졸라맨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너무 걱정 마시라고 하고 싶어요. 아이가 좋아한다면 졸라맨만 그리게 내버려 두는 학원에는 계속 보내주세요. 미술은 아이가 좋아할 때 가장 큰 교육적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미술은 다른 교과 영역과 달라요. 창의적인 사고와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의 경험이 가장 큰 가치입니다. 재미는 호기심에서 옵니다.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방법은 이후 알려드릴테니 제발 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미술학원보다는 졸라맨을 그리고 조잡한 것을 잔뜩 만들어 오는 학원에 계속 보내주시라 당부드립니다.




졸라맨만 그리는 원인



졸라맨만 그리는 원인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졸라맨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그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아이는 아이디어가 많고 창의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님이 보기에 우리아이가 가지는 취약점은 보이지 않는 아이의 큰 가능성과 재능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그것을 볼 수 있어야해요.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중요한 아이는 그것을 전개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그림의 방법을 선택합니다. 아이의 포커스가 상상속 이야기에 있을 수 있어요. 주인공을 설정하고 어떤 무기로 전쟁을 하고 어떤 웃기는 일이 일어났으며... ~ 가 방구로 공격을 해서 불이나서~....날아가서 콰과광~ 하고 노는 아이라면 아이를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상상 가득한 스토리메이킹 능력'을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을 자세히 그리고 있으면 머릿속의 상상이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졸라맨을 그리는 것입니다. 아이 머릿속에는 스펙타클 대 서사가 이루어 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오히려 이 경우 학원안가고도 자율학습을 훌륭하게 해내는 아이에게 감사해야합니다. 어린아이들 점하나, 선하나, 동그라미 하나가 사람이 되고 기차가 되고 라푼젤 머리카락이 되는 것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두번째 아이는 그리고 싶은데 그릴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입니다. 졸라맨을 그리는 아이는 99퍼센트 순도로 남자아이일겁니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 못하거나 모르면 배워서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거 재미 없다고 하거나 졸라맨이 뭐 어떠냐고 합니다. 이 상태로 넘기면 자연스럽게 미술 포기, 미술 싫어의 상태가 성인이 될때까지 갑니다.

잘하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누구에게나 있고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그리면 하고 싶고 더잘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요.


졸라맨에서 탈출하는 방법



첫번째 아이든, 두번째 아이든 졸라맨만 그리다 보면 둘다 미술에 대한 자신감은 빠르게 사라집니다. 아이가 클수록 아이의 안목도 높아집니다. 자기가 봐도 못그리면 더이상의 흥미는 사라집니다. 그 전에 그림 그리는 방법은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림을 배우게 하겠다고 아이가 싫어하는 미술학원에는 보내지 마세요. 평생 거부감을 갖게 합니다. 잘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이 아이의 가장 중요한 재능을 빼앗아가서는 안돼요.


졸라맨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집에서만 해도 충분히 잘 그릴 수 있습니다.



1. 좋아하는 것을 먼저 그리기: 로보트, 공룡, 자동차, 어몽어스를 그리게 하세요. 어머니랑 같이 구글검색해서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이미지를 찾아서 따라 그리게 하세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것 그리게 해서는 안됩니다. 공룡, 자동차를 잘 그리는 아이는 필요하면 정물화, 풍경화, 공주, 사람도 잘 그리게 됩니다.



2. 대고 그리기: OHP필름, 트레이싱지, 또는 아이 놀이용 라이트박스... 무엇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미지 위에 종이를 놓고 따라그리게 하세요. 좋아하는 것을 그리라 해도 방법을 모르는 아이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를거예요. 이 방법이 좋은 것은 대부분 졸라맨 그리는 아이들이 손의 소근육이 약한 경우가 많아요. 뭘 좀 그리려고 하면 선이 덜덜...합니다. 대고 그리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잘 그릴 수 있어요. 아마 처음 그리는 아이들은 형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외곽을 따라 그릴거예요. 그냥 두어도 됩니다. 대고 그리면서 빠르게 늘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전문가의 영역이라 설명이 길어요. 조금 더디더라도 그리다 보면 아이만의 노하우가 생깁니다. 엄마는 관심을 보여주고, 아이 얘기를 들어주고, 같이 잘라주고, 칭찬 듬뿍 해주시고 벽에 붙여주시고 하면 됩니다. 쉽죠?



OHP 필름에 그릴때는 네임펜, 유성 사이펜을 사용하세요. 트레이싱지는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재료를 쓰면 됩니다. 라이트박스가 있다면 일반 종이에 그릴 수 있으니 좋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일단 그림이 똑같이 멋있게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색을 칠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미술은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여유있게 아이가 원하는 만큼 시켜주세요.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는 쉽습니다.


<※그 다음은 위의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리기 단계로 진입합니다.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좋아하는 것을 신나게

엄마의 역할은 박수치고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아이는 기계가 아니예요. 자율 의지로 움직일 때 몰입하고 가장 큰 교육적 성과를 얻습니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졸라맨 그리는 학원 보내주시라 부탁드립니다. 제 블로그에 쓰려다 카페에 쓰는 것도 많은 어머니들이 그만 다니라고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발전이 없는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성취는 사람의 기본 욕구이고 동기입니다. 엄마에게는 안보여도 그곳에서 날마다 다른 것, 즐거움에서 성취하는 가치가 있을겁니다. 아이가 싫은 학원은 영원히 미술을 못하게 만드는 나쁜 학원입니다.


미술포기자도 수포자 만큼 슬퍼요. 미술은 드러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어른 보기에 그럴듯하게 그리고 색칠을 다하는 것이 미술의 기초가 아닙니다. 아이의 생각을 키워주고 아이를 도전하게 하는 것이 미술의 기초입니다.




그림 못그린다는 아이, 색칠하기 싫다는 아이를 만나서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 얘기가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미술을 통해 놀랍게 변화하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지금 눈에 보이는 내 아이의 모습이 내 아이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믿고 가능성을 믿어주세요.



아이 미술에 관한 궁금증 주시면 최대한 잘 답변드리도록 할게요.


색칠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해법

https://brunch.co.kr/@appleseed/8



멋진 것을 만들기 위한 형태를 만들면 그림은 잘그리게 됩니다.
아이는 멋진 것을 만들기 위해 그림을 배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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