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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Nov 28. 2021

404 아날로그 갬성? 근본은 디지털

양자역학 기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그런 대사를 본 것 같습니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제 세대가 딱 그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리는 공중전화를 써보았고,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여 들으며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내왔었으니까요. 가요에 처음 빠지게 된 것도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레코드 판이 망가질 정도로 들으면서 였습니다. 보통 조금 옛날식 감성을 아날로그 감성이라 부르고, 현대 사회는 디지털 시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아날로그는 뭐고, 디지털은 뭐죠?




보통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것을 말하고 디지털은 불연속적인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자연의 사물을 보면 아무리 가까이 가서 봐도 뚝뚝 끊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무리 확대해도 연결이 되어있죠. 그리고 그 작은 것을 반으로 쪼개는 것도 가능합니다. 디지털은 컴퓨터 화면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아무리 유려한, 자연과 흡사한 컴퓨터 화면도 확대를 해서 보면 픽셀이라는 점이 보이죠. 그 점은 연결되어 있지 않고, 또한 그 점을 반만 채운 표현은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아날로그는 자연 같은 느낌이 있는 반면, 디지털은 인간의 문명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연이 사실은 디지털인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아무리 연속적으로 보이는 자연이라도 쪼개고 쪼개다 보면 불연속적인 점이 나오게 됩니다. 심지어 양성자와 중성자의 크기는 매우 작으며 빈 공간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실제로 물질이라 불릴만한 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고, 힘의 균형만이 있을 뿐이죠.

양자역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자 간에 작용하는 힘의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중첩 상태니 고양이니 하는 것을 알기 전에 우선 세상이 디지털이라는 것부터 이해를 해야 합니다.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유명한 과학자는 후대에 인류 문명이 모두 파괴된 상태가 되었는데, 그들의 문명을 재건할 수 있도록 딱 한마디만을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을 남기겠냐는 질문에 "이 세상은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를 남기겠다고 했습니다. 원자론은 그만큼 현대 과학의 기반이 됩니다.




양자역학이 시작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작은 전자들이 특정한 궤도를 도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부터입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위의 그림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 것 같은 이런 모양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에너지를 주고 뺏으면 궤도를 다른 궤도로 이동하여 도는 것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전자들이 저 궤도 이외에 다른 데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트랙이 있고 그 위로만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자의 궤도 역시 불연속적인 디지털인 셈이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됩니다. 분명 우리가 보는 순간에 에너지를 받아 궤도를 바꾸고 있는 전자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궤도를 바꾸는 동안에 전자는 궤도와 궤도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궤도 사이를 아무리 보아도 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전자는 직접 보일만큼 크진 않지만 스펙트럼 분석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아무리 보아도 궤도 이외에는 전자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양자 도약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치 디지털 화면의 픽셀처럼 전자는 궤도를 이동할 때 순간이동을 해버립니다.




사실은 원자를 더 쪼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기술로 쪼갤 수 있는 한도를 넘어 더 작은 조각을 낼 수 있다고 상상할 수는 있죠. 그렇다면 자연은 무한히 더 작게 쪼갤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니라고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양자역학의 해석 중에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컴퓨터가 돌아가는 원리가 거의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는 해석도 있습니다. 현대 과학에서 세상의 최소 단위를 플랑크 단위로 정의합니다. 플랑크 길이는 1.616255 X 10^-35m이며, 이보다 작은 길이는 없습니다. 깊게 들어가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단순하게 퉁쳐서 설명하자면 현대 과학 이론 적용이 가능한 최소 크기라고 할 수 있는데, 우주라는 화면의 픽셀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랑크 시간은 5.391247 X 10^-44s로 빛이 플랑크 길이만큼 움직이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 역시 우주라는 컴퓨터의 시간 프레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fps(초당 프레임)으로 표현하면 너무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겠네요. 온도 역시 잘 알려진 최저온도 (섭씨 -273도) 뿐만 아니라 최고 온도 1.42 X 10^32도 정의되어 있습니다. 우주라는 컴퓨터의 한계점인 셈이죠.


결국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주는 조금(?) 해상도가 높고 큰 3차원 컴퓨터 화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CPU가 연산을 하여 화면을 만들고 조작하듯이, 비교도 안될 만큼 고성능 컴퓨터가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그 프로그램의 소스코드, 즉 공식을 가장 알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그 소스코드는 상당히 단순하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알았을까요?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많이 알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최신 과학이 완전히 뒤집히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거의 궁극의 원리를 찾을 정도로 최종 이론에 가까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과학에서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건 세상에 아날로그 같은 것은 없고 디지털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아날로그 갬성이 어쩌고 하면 그런 거 없다고 말해주세요.




물론 왕따를 당해도 책임은 지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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