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ter, Dark Energy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익숙합니다. 사람들이 명확한 정의는 몰라도 많이 사용하는 용어이고, 이 말이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 나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뉴턴 역학의 시대 때는 모든 이론을 뉴턴 역학에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였고, 반례가 나올 경우 어떤 실수나 해석의 오류라고 생각하고 해명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실험이 점점 정밀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뉴턴 역학의 반례가 자꾸 발생하게 되었고, 뉴턴 역학을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나타났죠. 그런데 과연 이 패러다임은 완전한 걸까요?
물론 이것은 누구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많은 현대 과학자들 역시 뉴턴 역학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모든 결과를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에 근거하여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고, 반례가 나올 경우 이론을 고칠 생각보다는 숨은 변수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대해 언급한 글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jchaos0709/240
오랜 세월 믿어진 이 이론 역시 계속해서 나타나는 모든 반례들을 당시 정상 과학인 4원소설 안에 끼워 맞추려 했습니다. 그리고 4원소설로 하늘의 원리를 설명할 수 없다 보니, 하늘에는 에테르라는 알 수 없는 5번째 원소가 가득 차 있는 공간으로 설명하여 관심을 끄도록 만들었습니다. 2천 년간 이를 의심하고 반박해보려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소수 의견으로 무시되었을 겁니다. 에테르라는 개념은 4원소설이 부정되고 난 후에도 빛을 전달하는 매질이라는 의미로 한참을 유지하다가 1887년에야 마이컬슨-몰리 실험으로 반박되었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 패러다임을 바꾸자마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이론과 신념이 일치하지 않자 그는 우주 상수라는 것을 도입하여 변하지 않는 우주에 대한 식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우주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위해 일종의 에테르를 다시 도입한 셈이죠. 신념을 포기할 수도 자신이 세운 이론을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무리수를 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나중에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된다는 것이 발견되자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였습니다.
이제 에테르는 완전히 끝난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관측과 이론이 점점 발달되면서 우주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이 밝쳐졌는데, 그중에 하나는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건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모두가 잘 아는 관성에 법칙은 물체에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이론입니다. 정지해 있는 물체는 정지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그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움직이죠. 하지만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것은 마치 아구선수가 던져놓은 야구공이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는데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구?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산 결과가 나오면 가장 처음 의심할 수 있는 것은 관측이나 계산이 잘못되지 않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과학 수준에서 보았을 때 오차는 있을지언정 관측과 계산은 맞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상대성 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 단계를 건너뛰고 현재의 이론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암흑 물질(Dark Matter),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개념을 도입해서요. SF 소설에서 본 것 같은 이 개념은 사실상 에테르랑 비슷합니다. 멋있는 단어를 도입했을 뿐이지 그냥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이론에서 알 수 있는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는 5% 정도고 나머지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여야 지금의 정상과학이 정합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밝혀내면 노벨상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 우주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이론이 아직까지는 5%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때 있던 에테르의 개념도 변형되어 계속 존재하는 셈이고요. 하지만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저 같은 일반인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기도 합니다. 호기심에 다 이해는 못해도 수식과 개념을 보면서 연구해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저는 과거에 그런 건 없고 공간의 팽창은 우리가 아는 원리와 다른 원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우주론에서 공간이 팽창하는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아는 우주의 법칙과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제 생각을 부정하는 이론이 있는지 찾아보다 보니 우주가 팽창하는 증거 중에는 각 별들의 공전 속도가 계산보다 빠르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의문을 가지고 공간에 대해 더 찾아보다 보니 일반 상대성 이론의 중력 방정식과 양자 요동에 대해 알게 되고 더 깊게 생각하는 식으로 계속 생각을 전개해볼 수 있었습니다. 과학 서적을 처음부터 쭉 읽어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루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지식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찾는 것이 훨씬 쉬워졌거든요.
많은 분들이 학교 공부에 익숙해서 이런 식의 방식에 생소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학창 시절 좋아하지 않았던 과학이나 수학 이야기가 나오면 처다도 보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다 보면 사람들이 훨씬 더 창의적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의력은 범위를 정해주지 않고 발휘해보라고 하면 발휘되기가 더 어렵고, 최소한의 기반 지식에서 의문과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일단 제가 이번 시리즈에서 쓰고 있는 모든 내용은 판타지 소설이 아닙니다. 조금 틀린 내용이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이 있을지는 몰라도 모두 과학의 범주에 있습니다. 그냥 머리 아픈 이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따라와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