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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Sep 17. 2021

401 이과 망했으면

같다는 것의 의미

공대를 다닌 저는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어디가 웃긴 포인트인지조차 찾지를 못하더군요. 이과생들은 왜 자꾸 TMI를 방출하며 틀린 것을 바로잡고 싶어 할까요?


F=ma


누구나 아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면서, 과학 역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중요한 공식입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공식이지만 세상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현상"이라고 했는데 이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저 공식이 나오기 전까지 최신 과학이라 믿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조금 알아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4개의 원소의 조합으로 세상 모든 물질과 이치가 이루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나무는 흙에 물을 주면 자랍니다. 때문에 나무는 4개의 원소 중 흙과 물이 적절하게 섞여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물이 습하고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흙이 건조하고 차가운 성질을 가진다는 것은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흙과 물이 적절한 비율로 섞이면 차가우면서도 건조함과 습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무가 되는 것도 직관적으로 매우 분명하게 이해가 됩니다. 차갑고 습한 물을 따뜻하고 건조한 불로 가열하면 공기가 된다는 것도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집니다.


물론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론을 진지하게 가르치면 코웃음을 칠 것입니다. 캡틴 플래닛을 볼 나이의 어린이에게나 먹힌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진리로 알고 있는 원자, 원소 주기율표 등을 과거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아마 대부분 코웃음을 치며 증거가 있냐고 물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누군가가 원소 주기율표의 증거를 대보라고 하면 댈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요?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은 2천여 년간 마법이나 장난이 아닌 모두가 인정하는 정상과학이었습니다. 17세기부터 점차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1897년 J.J 톰슨의 음극선 실험을 통해 전자가 발견되면서 틀렸음이 증명됩니다. 꽤나 최근이죠?




4원소설은 그 내용이 맞고 틀림을 떠나서 지상의 모든 원리를 설명해주는 정합성 있는 과학으로 인정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지상에서만 통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늘과 지상을 분리하여, 하늘은 제 5원소인 사랑..... 이 아니고 에테르라는 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상의 원리와는 전혀 다른 완벽한 세계라고 설명하였습니다. 


17세기에 나타난 뉴턴은 F=ma라는 공식을 통해 지상은 물론 하늘까지도 완벽하게 설명하는 공식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의 검증 끝에 이 공식은 우주 어느 곳에서도 적용되는 완벽한 공식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F=ma에서 등호의 의미는 F와 ma가 완전히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어떤 압력, 어떤 온도, 어떤 주변 조건 하에서도 이 공식은 들여 맞는다는 뜻이죠. 우주 어디에서도 이 공식이 유효해야만 등호를 쓸 수 있습니다. 만약 특정 조건 속에서 F와 ma가 달라진다면 아래와 같이 표시하여야 합니다.


F ∝ ma (F와 ma는 비례한다.)


뉴턴이 과감하게 등호를 쓰고 난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성립하지 않는 다른 사례가 없는지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이 공식은 우주 어디에서도 단 1건의 예외도 없이 적용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레전설 아인슈타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아인슈타인은 F=ma에서 자신의 이론을 유도하면서 m을 이렇게 변화시킵니다.

좀 복잡해졌습니다. 제곱에 루트에, v와 c라는 문자도 추가되었죠.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보자면 우선 c는 빛의 속도입니다. 과학에 무관심해도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말은 어디서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즉, 저 숫자는 변하지 않는 수, 줄여서 상수입니다. v가 속도라는 것도 대부분 아실 겁니다. 즉, 분모에 있는 숫자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0에 가까워집니다. 분모가 작아지게 되면 m은 커지게 되죠. 즉, 속도가 증가할수록 질량이 커진다는 말이 됩니다!!


뉴턴의 F=ma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틀린 수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뉴턴 시대에는, 지금도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알아낼 수 없죠. 알다시피 빛의 속도는 매우,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을 사는 속도에서 질량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뉴턴은 F=ma를 만들고 모든 실험에서 이 수식이 맞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입니다. 뉴턴은 틀렸고, 뉴턴의 공식은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할 것 같네요.




사실 위의 수식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최종 수식으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을 가져온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증명되기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인정했는데, 수식의 심플함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거의 모든 사람이 아는, 제 세대 사람들에게는 집중력 향상 장비로도 유명한,

입니다. 유도하는 수식은 조금 어렵지만,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유도된 이 공식은 생각보다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슈퍼스타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완벽하다고 믿고 있던 뉴턴의 공식을 더 넓은 범위에서 통합한 갓이 큽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하지 못한 하늘의 원리까지 통합한 뉴턴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아주 간단한 기본 원리로부터 온갖 복잡한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에 매료된 사람들이 찐이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파고들면 들수록 복잡한 수학에 정신을 잃게 되지만. 이렇게 정합성 있고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알고 있는데 자꾸 틀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는 겁니다!




...... 억지로 갖다 붙여 설명해보려 했으나 이상한 사람들인걸 부인할 수가 없네요. 사실 저도 이과 출신이지만 찐이과인과 얘기하면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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