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속도
태양계라고 하면 누구라도 태양이 중심에 있고, 8개의 행성이 (과거에는 9개) 그 주위를 돌고 있는 그림이 생각날 것입니다. 게다가 역시 모든 사람들이 갈릴레오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기에 누군가가 "아니, 태양이 지구를 도는데?"라고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 뻔합니다.
지금 저는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저의 속도는 정확히 0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니, 사실은 지구는 자전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보니 저는 계속해서 돌고 있을 것입니다. 1,609 km/h로요. 항공기 A380의 최고속도가 1,078 km/h라고 하니, 이보다 빠른 것을 주위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추가하자면 지구는 분명 태양 주위를 돌고 있죠. 무려 107,160 km/h의 속도라고 하네요. 자전과 공전의 방향이 일치하는 순간에는 무려 108,238 km/h의 속도입니다. 이는 지구의 어떤 수송수단도 따라갈 수 없는 속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건 모르는 분들이 조금 계실 것 같은데, 태양계 자체가 은하라는 별의 군집 안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사진은 많이 보셨을 텐데요, 태양 역시 이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해서 돌고 있다고 합니다. 속도는 찾아보지 않아도 상상을 초월하겠죠. 이런 운동을 CG로 구현한 형상이 있습니다.
생각하던 모습보다 훨씬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기준을 나로 잡아봅시다. 나를 정지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구가 트위스트를 추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은 속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기준으로 보면 태양도 지구를 돌고 있고, 수많은 별들도 모두 지구를 돌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지구가 태양을 돈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렇게 해야 움직임을 설명하는 공식이 단순하고 아름다워지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오 이전 시대에는 태양의 이상한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주전원이니 부전원이니 하는 복잡한 설명이 따랐습니다. 물론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 및 다른 행성의 운동을 설명해야 아름답고도 간단한 수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준은 무엇으로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고등학교 물리 문제를 풀다가 좌표를 잘못 설정해서 무지 복잡하게 풀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어떻게 풀어도 답은 나오지만 좌표만 잘 잡으면 한두 줄의 수식만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죠. 과학자는 수식 하나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 하고, 어떤 복잡한 이론이 발견되면 더 단순하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이상하고 복잡한 양자역학을 끝까지 부정하려 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믿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태양이 지구를 돈다"라고 말하면 덮어놓고 상식 없고, 마치 중세 시대 과학을 탄압하는 사람을 보듯이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과학을 탄압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갈릴레오의 재판 당시에 실제로 갈릴레오가 내세운 이론은 많이 부족했었고, 제대로 설명을 못한 부분도 많았다고 하거든요. 아나키같이 실질적으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닌 단순히 특이한 생각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논쟁을 해도 좋고, 무관심해도 좋지만 비난하는 세상은 창의적인 생각을 차단해버립니다. 혁신적인 이론들은 터무니없는 생각에서 나온 것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