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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May 29. 2020

107 오답 노트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왜 많은 고득점자들은 오답 노트를 강조할까?

아마도 수험생이라면 오답 노트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오답 노트를 만들라는 말을 듣고 열심히 시간을 들여 화려하게 오답 노트를 장식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노력을 해보려 하였지만 바로 그만 두었습니다. 제 적성과 너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메모하는 습관이 없고, 글씨도 못쓰는데다, 정리 자체를 상당히 귀찮아하는 저로서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은 공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거 나는 영원히 고득점자가 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다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오답 노트를 강조하는지를.


일단 오답노트를 정성스럽고 예쁘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 성의없이 만들면 다시 보기가 싫을테지만, 작업에 많은 시간을 쓰면 정작 공부를 많이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같이 정리를 못하는 사람은 더욱 힘들어서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은 포기를 하였습니다. 대신 오답노트가 왜 필요한지는 조금 생각해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저는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에 대해 답안지 해설을 보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해설을 보고 이게 맞구나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왜 틀렸는지에 대해 생각을 잘 안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틀린 문제는 다시 보기가 싫어지고, 빨리 다른 문제를 맞춰서 높은 점수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컷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틀렸다는 마이너스 감정을 느끼면 다시 보기가 싫어지는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이렇게 공부를 하면 틀린 문제는 계속 틀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오답 노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틀린 문제를 보고 생각하는데 의도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문제를 조금 덜 풀더라도 틀린 문제를 맞추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설을 보고 이해가 가도, 그렇다면 왜 이 문제를 틀린 것인가. 지식이 모자라서인가. 함정에 빠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요소가 있는가. 이런 문제가 다시 나오면 맞출 수 있을까. 계속해서 분석을 하고 완전히 해석을 하고 넘어 갔습니다. 내가 틀린 문제와 같은 문제가 중요한 시험에 나올 일은 없겠지만, 이런식의 분석을 계속하면 함정에 빠지거나 실수를 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실수를 하여 시험을 못봤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모르거나 함정에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그낭 단순히 아는데 실수한 것이라고 치부하면 영원히 실수를 하게 됩니다.


좀 더 확장을 하자면 맞은 문제 중에서도 찍어서, 혹은 긴가민가 한 상황에서 맞춘 문제는 다시 보고 분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의 목표를 양으로 잡습니다. 하루 10시간 공부, 하루 문제집 반권 떼기 등등 공부양을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질이 좋아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단순히 오래 많이 하는 것은 본인의 인내력을 키우는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성적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문제를 분석하여 풀기 시작하면 평소보다 문제 풀이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며, 계속 문제 풀이와 채점을 반복하는 작업에 비해 집중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이것을 이겨내서 공부의 밀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시기를 바랍니다.




틀린 문제를 실수로 넘어간 사람과, 끈질기게 분석하여 이유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사람과는 같은 시간 학습을 해도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됩니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실수한 문제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보면 출제자의 의도가 보이고 함정이 보일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조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오답 노트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단순히 "노트를 만들어야 겠구나"라는 일차원적 해석을 하지 말고,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험생들은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다 듣고 알고 있습니다. 너무 평범하고 단순해서 무시하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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