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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가?

505 돈이 돈을 벌다

by 평범한 직장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세계경제에 던지는 질문 (KBS파노라마) [세상실험] KBS 2014.10.10 방송 캡처

유명한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을 출판하여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이 책의 영문판만 50만 권이 팔렸으며, 권위 있고 지루한 학술서적을 주로 펴내는 하버드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네요. 상당히 두꺼운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비슷하게 가장 많이 팔렸지만 가장 완독률이 낮은 책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는데요, 역시 나무위키에 요약을 보면 "부자인 사람은 앞으로 더 부자가 되고 격차가 심해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돈이 돈을 번다는 내용일 것 같네요.


피케티는 사실상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개념을 상당히 정합성 있는 근거를 동원해서 높은 설득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논증의 영역은 경제학자가 이미 해놓았으니, 의의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서구 사회에서 이 책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하면 불평등이 점차 줄어든다는 소위 낙수이론이 틀렸기 때문일 것이며, 노력해도 부의 차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공식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의 차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뒤집힐 수 없는 계급 속에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는 계급 제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줄 알았지만, 사실상 더 촘촘한 계급 속에 갇혀버린 셈입니다.




사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훨씬 오래전에, 훨씬 더 어려운 말로 분석한, 훨씬 더 영향력이 컸던 책도 있었죠. 그 유명한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이미 이러한 경고는 있었습니다. 물론 자본은 상당히 오래된 책이며 당시의 논리가 지금은 전혀 먹히지 않는 내용도 많지만, 그 포인트만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캐치하고 역으로 활용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전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나 최근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이 책들은 공통적으로 "아껴서 시드머니를 만든 후에 자본가가 돼서 계급을 상승시키자"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식의 주술서 같은 책이 대히트를 친 경우도 있었죠. 이러한 책들은 자신의 계급을 노력으로 바꿀 수 있으며, 자신이 낮은 계급에 있는 이유는 노오력과 간절함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프 출처 : 한경닷컴

그래프에서 상위 1%, 0.1%, 0.01% 부자들의 재산이 점점 극단적으로 많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실감 나게 표현해 보자면 이미 2016년 초 기사에 세계 상위 1%의 부자가 나머지 99%의 사람들보다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나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부터 62위 부자까지의 재산을 합치면 하위 50% 사람들의 돈과 비슷하다고도 하네요. 이건 사실상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이며, 설명할 수도 없는 격차입니다. 사람의 능력 차이가 아무리 커도 이 정도의 격차가 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죠. 자기 계발서에 있는 내용을 성실히 수행해서 부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매우 소수이겠지만, 설사 그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해도 저 정도의 부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사실 과거 계급 사회 때도 가끔 계급이 바뀌는 사람이 소수 있었고, 그 비율을 따져보면 오히려 현대에 계급을 바꾸는 사람이 훨씬 적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떤 외계 종족이 우리 사회를 관찰한다면 과거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이, 혹은 더 심한 계급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이미 많은 위대한 학자, 정치가들이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차이가 어찌 되었건 "신이나 나라가 정해준 계급에 의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어서 이룬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불공평해 보이고 대책이 필요해 보이지만, 이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만 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가 이루어진 과정을 보다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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