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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개 없는 정의의 여신상

507 책임보다 큰 권한

by 평범한 직장인

최근 검수완박이라는 예전에는 듣지 못하던 단어가 언론을 휩쓴 적이 있었습니다. 이 입에 착 달라붙는 네 글자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뜻한다고 합니다. 완전 박탈이라는 상당히 강압적이고 부정적인 단어는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무언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다는 의심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내용을 조금 살펴보니 예전부터 이야기가 되던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던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에서 추진된 법안이었습니다.




해당 법안의 정당성 및 찬반의 의견을 갖기에는 제 전문성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의 내용 때문인데요,

검사가 피의자로 입건된 경우 기소율은 전체 형상사건 대비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습니다. 이 표를 있는 대로 해석한다면 검사는 범죄를 저질러도 사실상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큰 권력을 지니고 있기에 더 엄격한 잣대를 가져야 하는 법조계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들이 계속 힘을 가져도 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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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닙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말할 수 있는 판결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감형한다'거나 혹은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땀 흘려 일하면서 이 나라 산업을 이만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을 한다', 이런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보신 적 있습니까?"라고 질의하여 재판부의 부당함을 풀었습니다. 특히 사람의 인생, 심지어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책임을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설픈 부자나 권력자의 죄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이 그래도 꽤 되는 듯 하지만, 압도적인 부자나 권력자의 잘못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대기업 총수의 재판에 대해서 많은 여론이 무죄 쪽으로 기울거나, 유죄여도 적당히 죗값을 치르고 빨리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무지성으로 대기업 총수를 지지하는 댓글들을 살펴보면 거대 기업의 능력 있는 총수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여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 같은 불안감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법을 적용함에도 어느 정도 어른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나 있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너무 자주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많은 기업가들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그 결과가 자세히 보도되고 추징되는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부정을 저지르고 어떤 짓을 하더라도 일단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기면 봐준다는 인식이 보통 사람의 의식에 박히게 된다면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집착하여 비열한 방법으로라도 이기려고만 한다면 사회가 엉망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처럼 현재 재판부는 눈을 부릅뜨고 살피며 독립적이지 않은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이 있습니다. 칼보다 강한 펜을 들고 사기업임에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언론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죠.




* 기소권 : 검사가 특정한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심판을 요구하는 권리


** 수사권 : 범인을 찾거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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