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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Jan 12. 2020

숨.듣.명 (숨어 듣는 명곡)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유튜브 채널 중 스브스 뉴스를 즐겨 보곤 하다 최근 숨.듣.명 코너를 합쳐놓은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숨어 듣는 명곡 코너는 진행자 연반인 재재의 나잇 대인 90년대 초반 생이 한참 음악을 듣는 중고교 시절에 남들에게 즐겨 듣는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워 숨어서 듣는 명곡들 뜻하며, 그 명곡을 실제로 부른 사람, 제작한 사람, 안무가, 작곡가 등 관련자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합니다.

저와는 세대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곡들이 모르는 곡들이었는데, 진심으로 숨듣명을 좋아하여 춤과 노래의 웃긴 포인트를 집어내며 재치 있게 진행하는 재재와 조연출이라기에는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야니의 춤사위에 빨려 들어가서 한참을 정신없이 보았습니다.


https://youtu.be/rKLKZDbxM7o


이 영상을 보고 요즘 곧잘 숨듣명을 직접 들어보고 있는데, 정말 생각보다 너무 명곡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숨듣명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이름 모를 곡이 아닌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유명 작곡가, 작사가 외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였고, 무대는 물론 뮤비도 대부분 제작이 되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몇 가지 포인트로 누군가에게 듣는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곡이 되어버렸지만, 확실히 곡의 퀄리티가 좋고 신이 났습니다.


제가 숨듣명에 빠졌듯이, 이런 스토리텔링은 예술을 재발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숨듣명에 나온 곡들은 아마 대부분 한번 들으면 다시는 듣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배짱이 찬가 같은 곡은 제목만 봐도 걸렀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와 코리안 걸, 제팬 걸 같은 곡의 재미있는 포인트를 보고 있으니 어느새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의 감정은 참 재미있습니다.


영상 중간에 숨듣명 평가단이 제제와 야니의 댄스를 보고 평가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평가단의 입에서 "이 곡을 빼고는 제 학창생활을 논할 수 없습니다"라고 부끄럽게 고백하는 모습이 너무 공감이 가고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중고교 때 음악을 가장 많이 듣고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과거 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는 상당히 많이 나왔고 히트를 쳤습니다. 저보다 조금 아래 세대이지만, 그 세대들이 숨기지만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든 것이 상당히 참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본인들만의 숨듣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80년대생으로서 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숨듣명 몇 곡을 추천해보겠습니다. 신나는 댄스 스타일에 타이틀을 장식한 영상에서의 숨듣명과는 다르지만, 나름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곡들입니다.


1. 내가 잠 못 드는 이유 - 룰라 (1994)

룰라가 날개 잃은 천사로 대박을 내기 전에 이미 1집에서 100일째 만남, 비밀은 없어 같은 곡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그 앨범에 수록된 숨은 곡으로 크라잉 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지만, 이를 이어간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곡을 한 소절 듣자마자 왜 숨어 듣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곡입니다.


2. 우리들은 미남이다 - 동물원 (1996)

제목부터가 어디서 듣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곡입니다. 내용 역시 후크송처럼 우리들이 미남이라는 것을 주입시키며 전형적인 엔딩으로 곡을 끝냅니다. 그런 와중에 마치 합창단처럼 화음을 넣으며 심각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웃다가 나중에 생각나는 그런 곡입니다.


3. 불면증 - 패닉 (1996)

달팽이로 대박을 치고 발매한 패닉 2집은 본인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시도한 느낌의 앨범입니다. 그중에서도 불면증은 일단 노래 길이부터가 10분이 넘으며, 독특한 보컬인 삐삐밴드의 이윤정이 참여하여 기괴함을 더했습니다. 노래 길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나나"는 Hey Jude의 "나나나"를 연상시키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합니다.


4. 이 밤의 끝을 잡고 - 토이 (2001) / 미소천사 - 성시경 (2004)

두 곡 모두 라이브 앨범에 수록되어있으며, 라디오에서 유명한 대첩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 "모다 대첩"으로 검색을 하면 나옵니다. 유희열의 말도 안 되는 바이브레이션과 가끔 잘하는 것처럼 들리는 아슬아슬한 노래는 확실히 어디서 대놓고 듣기가 힘들며, 정말 노래를 잘하는 성시경이지만 모다 시경을 언급하는 것은 유희열을 말처럼 인권을 유린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길면 대학교까지 들은 노래가 좋아하는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후에 들은 노래들은 그때만큼 깊게 듣지 않는다는 얘기 같습니다. 때로는 생소하고 새로운 노래를 한번 예전의 감성으로 들어보려 노력하는 것도 인생에 활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숨듣명을 즐겁게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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