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숫자는 매우 우수해서 다양한 크기를 매우 쉽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특히 거듭제곱이라는 개념을 쓰면서 상상하기 힘든 크고 작은 수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어느 이상 넘어가는 숫자는 그 크기를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10^200과 10^210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음에도 거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때문에 나의 크기를 완벽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여 생각해보려 합니다.
예전에 별의 크기를 비교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별들이 얼마나 거대한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크기의 비교는 절대적인 기준을 잡고 수치로 나타내는 것보다 불완전하지만, 어마어마한 크기를 상상하는 데는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kj_VFriXPI&t=193s
저는 화려한 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이 없으므로 글로 나의 크기를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의 길이는 1.8M 정도로, 이는 누구도 쉽게 알 수 있는 크기 단위일 것입니다. 지구에는 이와 비슷한 존재가 77억 명 정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지구의 크기는 저의 크기의 7백만 배가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고, 그 크기가 어느 정도는 짐작이 될 것입니다.
태양의 크기는 지구의 크기의 약 109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지구 109개를 일렬로 나열해야 태양의 지름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태양 108개를 일렬로 나열하면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평균적인 궤도가 됩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라 불리는 태양계는 태양이 데리고 있는 식구들입니다. 물론 이 식구들은 태양계의 0.14%밖에 차지하지 않으며, 나머지 모든 질량은 태양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인 해왕성은 태양과 지구의 거리의 대략 30배 정도로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태양의 크기가 여기서는 1/30으로 줄어 점처럼 보이겠네요.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보이저 1호는 현재 태양과 해왕성 거리의 3.5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1977년에 발사된 탐사선이니 40년이 넘게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보이저 1호가 당시에는 태양계 식구라고 인정되었던 명왕성을 지나갈 즈음인 1990년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유명한 사진을 만들어 냈습니다.
항해 도중에 카메라를 돌리다가 망가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찍기를 원했고, 과학적으로는 전혀 의미가 없는 이 사진은 지금까지도 지구와 인류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태양의 영향권에 있는 거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크게 잡았을 경우 보통 오르트 구름을 태양계의 끝으로 잡습니다.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오르트 구름은 태양과 보이저 1호의 거리의 603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보이저 1호가 아무리 오래 가도 태양권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참고로 태양부터 오르트 구름까지의 거리는 대략 1광년, 빛이 1년 동안 움직이는 거리라고 합니다.
태양이라는 항성이 우주에 유일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켄타우르스라는 별입니다. 이는 대략 4.3광년 떨어져 있는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러한 별들이 띄엄띄엄 떨어져서 존재하며, 하나의 은하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 은하에는 대략 5천억 개의 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이 띄엄띄엄 존재하려면 그 공간도 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은하의 크기는 지구부터 켄타우르스 별까지의 거리의 2만 3천 배 정도의 길이를 가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은하가 하나만 있지 않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구의 모든 개념이 모여있다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의 길이의 20배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은하끼리 이렇게 띄엄띄엄 존재하며 은하군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군은 40여 개의 은하로 이루어져 있으며, 안드로메다 은하와의 거리보다 2.5배 더 길다고 합니다.
은하군보다 더 큰 은하 군집을 은하단이라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은하단은 처녀자리 은하단으로 우리 은하군 길이의 14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처녀자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에서 점으로 보이는 별은 사실 대부분 은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정도의 빛을 내야 우리에게 간신히 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은하단과 은하군으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는 처녀자리 은하단까지의 거리의 200배 정도가 됩니다.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우주가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중 우주 이론도 몇 가지 분류가 있긴 하지만, 지금 과학자들이 계산하고 있는 다중 우주의 숫자가 있습니다. 과학에서는 우주가 왜 생겼는지, 인간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말하여 왔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답을 하고 있습니다. 무수한 우주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우연히 매우 적은 확률로 이런 우주가 만들어지고,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경이로운 우주와 인간의 신체를 보면 대체 얼마나 희박한 확률로 이러한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냐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 같은 우주가 10^500개 정도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의 길이를 기준으로 우주의 크기를 나타낸 숫자가 10^27 정도임을 감안할 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큰 숫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주군(?)도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우주, 은하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익숙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다중 우주에 대해서는 무언가 좀 말도 안 되게 보일 뿐만 아니라, 단지 확률만으로 이 세상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안의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내 안의 크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