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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028 복잡해진 세상

by 평범한 직장인
실험 참가자들은 조작된 룰렛을 돌려 10 또는 65라는 숫자를 받습니다. 그 후, "유엔 회원국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몇 프로일까요?"라는 질문을 하니 룰렛에서 10이 나온 그룹은 평균 25%, 65가 나온 그룹은 평균 45%를 추정했다 합니다. 또 다른 실험으로 무작위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물건을 보여주고 가격이 참가자들의 전화 뒷번호 두 자리라고 설명합니다. 해당 가격이 적절한지 여부를 물은 후, 실제 물건을 얼마까지 주고 살 수 있는지를 물을 경우 전화 뒷번호 두 자리가 큰 참가자일 경우 더 큰 액수를 적어 낸다고 합니다. 이처럼 판단을 내리는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특정한 값이 주어졌다 할지라도,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기준점으로 삼고 최종 판단을 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요와 공급 곡선을 배울 때 인상이 깊어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입니다. 사실 이는 불가능한 전제입니다. 모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지금과 같이 광고가 범람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기능 설명만 하면 충분해야 하는 광고는 사람들에게 비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유혹을 합니다. 위의 실험은 경제학에서 유명한 앵커링 효과 관련 실험으로, 이는 여러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1+1", "9,900원 가격 책정" 등은 모두 사람들의 불합리한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요즘 회사원들 중에는 거의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합니다. 주변에 주식이 올라 좋아하는 사람에게 총수익률을 물으면 대부분 대답을 망설입니다. "너 T야?"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합니다. 당장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죠. 시장에서 한 푼이라도 할인되는 걸 사고, 편의점에서는 1+1을 고르면서 주식에서 큰돈의 손해는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취업을 하고 열심히 일해서 어렵게 돈을 법니다. 돈 벌기가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음에도 주식 투자를 할 때 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얼굴이 잘생긴 정치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지율이 올라갑니다. 내 삶과 밀접히 관련된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학 학과 이름을 세련되게 변형시키기만 해도 경쟁률이 올라갑니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전공 선택도 큰 생각 없이 이름만 보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반증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를 한 인간이지만, 지금과 같이 복잡해진 사회에서 생존의 유불리를 잘 판단할 정도로 진화를 하지는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신체 자체는 원시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진화 정도를 보이는 인간이기에 계산을 하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은 공부를 싫어하고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주 먼 미래에는 뛰어난 합리성으로 철저히 계산하고 공부하는 인간으로 진화한 종만이 생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때가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기는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을 때가 되면 익히지만 미분, 적분을 계산하는 능력은 소수의 사람이 부단히 노력하여 얻어내는 능력입니다. 힘들게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기 시작하면 시간이 나도 지적인 활동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을 더 벌고 싶은 욕구로 공부를 하는 사람은 많아도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성선택을 받기 위해 한정적인 기간에 치열하게 노력하고 공부하여 자신이 속한 분야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은 어느 정도 가능해지지만, 그 외의 분야에 대한 지적 발달은 거의 멈추는 상태가 됩니다. 은퇴한 대기업 임원이 모아둔 돈으로 사업을 하면 쫄딱 망하는 경우가 많고, 본인에게 해가 되는 것이 명백한 쪽으로 투표를 하며, 자신이 믿는 종교 단체가 어떤 짓을 해도 맹목적으로 믿곤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일어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라는 자존심은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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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에서 보여준 인간의 어리석음은 사실 현재 진화의 수준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생존욕구는 근시안적입니다. 당장 현재 내 앞의 위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손해를 감수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려 합니다.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의한 위기가 눈앞에 닥쳤음을 직설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고 걱정하고는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내 당장의 삶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당장 10년 후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멸종이 바로 내일로 다가오는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어떤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창하게 지구 멸망까지 가지 않아도 인간의 생존욕구가 근시안적임을 보여주는 예는 많습니다. 병원을 가면 어떤 의사도 술, 담배를 권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욕구를 참지 못합니다. 좋은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을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몸이 심각한 상황이 되고 나서야 생활 습관을 바꾸려 하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각자가 근시안적인 생존 본능에 따라 자신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 선택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사회입니다. 지금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답답하다면 그건 바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일 것입니다.




인간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해서는 강한 생존본능이 작용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급격히 어리석어집니다. 철학자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극도로 싫어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조금 더 먼 미래를 보며 더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더 활용해야 할지 좀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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