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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에서 어려움으로

성장하는 아기와 나

by 평범한 직장인

아기가 두 살이 되어가면서 확실히 힘든 것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힘들지만, 예전을 생각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있다. 이제 안전한 곳에서 놀 때는 다칠 염려가 없어서 눈을 좀 뗄 수도 있다. 길에서도 알아서 잘 걸어 다니고 넘어지지도 않아 신경이 덜 간다. 젖병을 소독 안 한 지도 오래되었고, 급하게 이유식을 타지 않아도 되며,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것도 늘었다. 여전히 계속 붙어 있어야 하지만, 가끔 10~20분씩 혼자서 놀기도 하고, 배가 고파도 참아주기도 한다. 안 힘들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육체적으로 전보다 편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것이 편해지지만은 않았다. 애기 때는 안아주기만 해도 풀렸는데 지금은 안아줘도 빠져나간다. 나름 생각도 커서 은근슬쩍 반항도 해보기 시작한다. 계속 '아니야'를 남발하고, 표현도 점점 늘어간다. 과거에는 그냥 몸이 부서져라 시중만 들어주면 되었고 선택지가 단순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이럴 때 어찌해야 애기의 성장에 좋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렇게 크게 고민할만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아기는 여전히 아기고, 특히 겁 많고 착한 성격이라 장난을 치다가도 뭐라 하면 금방 그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제를 시키는 것이 좋을지, 좀 더 과감하게 장난을 더 치게 하는 것이 좋은지, 눈치를 덜 보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렇게 고민이 많이 되지는 않지만 분명 앞으로는 더 고민이 될 것 같다.




나는 원래 과거를 잘 돌아보는 성격이 아니다. 추억보다는 현재를 살고, 앞으로의 일을 개척하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 아기의 성격을 보고 '아, 맞다. 내가 어릴 때 저랬었지.'라는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이 녀석은 나를 많이 닮았다. 나의 어릴 때를 생각하면서 '그때 이래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렇게 커서 지금의 성격이 되었구나.'라는 걸 느낀다. 돌아보면서 나 역시 나를 더 이해하고 성장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애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된다. 뭐, 물론 그렇게 많은 고민을 안 해도 잘 자랄 거 같긴 하다. 나는 원래 고민 별로 없는 낙천적인 성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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