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직장인 Nov 06. 2020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는 어떨까요?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해 배울 때 이상한 것을 느꼈습니다. 투표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대신하여 대표해 줄 사람을 뽑는 간접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견을 대신하여 준다지만 결국 소수의 정치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접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가장 큰 차이는 투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는 일단 누구나 할 수 있게 열려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를 하는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일부의 정치 엘리트 이외의 사람이 정계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한정적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트를 지정하고 육성하여 정치를 시키는 엘리트주의와 유일한 차이는 이렇게 매우 적은 수의 정치인 중에 자신의 의견을 대신해 줄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점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소수의 정치인 중에 내 생각을 그대로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정치인의 행동이 대부분 맞지 않을 경우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배웠다시피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느낄 때는 소수의 의견 정도가 아니라 내 의견 자체가 모두 무시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모든 선택의 권한이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떤 권한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제한적인 선택 권한으로 일부 엘리트 정치인을 뽑는 제도, 늘 비슷한 사람이 정치를 하는 사회는 엘리트주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엘리트주의에 대표선수인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교육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플라톤은 이미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철인이 되기 위해서는 50년간 대가 없이 혹독한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후 일종의 정치 기계처럼 정치를 하게 됩니다. 혹독한 과정을 거칠 뿐만 아니라 사유재산 역시 인정받지 못하는 등의 치밀한 감시하에 뽑힌 엘리트가 통치하는 것이 어찌 보면 마치 민주주의의 탈을 썼지만 엘리트주의와 큰 차이 없어 보이는, 능력은 철인에 비해 떨어지고, 욕구만 많은 정치인이 통치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설사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철인이 폭군이 될 확률이 없지 않죠. 현실성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가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대의 발달된 네트워크 기술이 있다면 말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모든 사안에 대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해킹이나 조작 등을 감시할 수 있어야겠지만, 그런 위험이 없다면 현대 사회는 많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처럼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모두가 수많은 사안에 대해 투표할 권리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관련이 있는 분야에만 투표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투표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될 테니 말입니다. 정치인은 단지 정해진 결론을 충실히 수행하고 의제를 입안하는 정도의 일만을 수행하게 되겠죠. 저는 만약 이런 방식이 이루어진다면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불만이 없어질지는 의문입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중우정치가 될지, 아니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될지 모르겠습니다.




현대 정치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하곤 합니다. 정치인이 여론에 따라서만 행동한다면 어느 정도 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때때로 여론에 반하더라도 신념을 이루려는 방향으로 정치를 하는 것과, 여론만을 따르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을까요? 사실 지금 문제가 많다고 평가하고 있는 트럼프도 어찌 보면 더 많은 대중이 요구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가 꼭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불완전한 정치인이라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때론 여론에 반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을 좀 더 많이 활용한다면 AI 기술로 철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판단에 공정한 AI가, 그리고 잘못된 판단이 생길 경우 계속하여 학습하여 수정하는 철인 AI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하면 겁부터 날 것입니다. 기계에 종속되는 느낌이 들 테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어느새 많은 부분 기계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내 몸 상태가 괜찮게 느껴져도 기계가 고혈압/고지혈증 판정을 내리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점점 더 기계의 판단에 의존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해킹이나 조작에 대한 대비책이 있고 잘못된 판단 결과에 대해 합리적인 이이 제기가 허용된다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지금의 정치에 만족하시나요? 만족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전 04화 우리나라에 없어졌으면 하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