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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Oct 30. 2020

우리나라에 없어졌으면 하는 것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예능 프로 아는 형님은 기본적으로 모두 한 반 친구들이고, 새로 오는 게스트를 전학생으로 설정하여 진행합니다. 때문에 주 진행자가 없이 자기들끼리 떠드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며, 한 반 친구들이라는 콘셉트이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반말을 합니다. 이러한 콘셉트가 자리 잡자 나이 많은 출연자에게도 친구처럼 다소 막 대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각 출연자의 예능감을 더 잘 뽑아낼 수 있어 보입니다.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관습이라고 하는 것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었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타이틀을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존댓말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동방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부터가 중국 중심의 사고방식인 것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지만, 존댓말에서 오는 큰 부작용이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존댓말 자체는 잘못이 없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는 좋은 미풍양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존댓말로 인해 생기는 상하관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존중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댓말로 인해 마치 나이 많은 사람이 더 높은 곳에 있고, 더 많은 것을 알며, 그들의 의견을 더 따라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나이 어린 사람의 다른 의견 제시 자체를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시한 다른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요즘 애들은 참 당돌하고 예의가 없어", "나이 많은 사람 말 들어" 같은 말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싸움이 벌어져도 "너 몇 살이야"를 묻는 경우가 많죠.




또한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업무의 성격이나 직책상 나이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시켜야 할 경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같은 내용을 시켜도 말을 듣지 않고, "감히 나한테 시켜?"라는 식의 반응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와 같이 일하는 외국인은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저한테만 이야기하다, 나중에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시키기 어려운 한국의 문화를 알았다며 이제 너한테 말을 안 하고 직접 얘기하겠다고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 임무에도 불구하고 수행할 수 없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영어를 쓰게 해서 존댓말을 없애서 사고가 줄었다거나, 히딩크 감독이 선수 간의 존댓말을 없애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례입니다. 말은 우리 생각에 많은 영향을 주어서, 존댓말을 듣는 순간 내가 더 윗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고, 나이 어린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과거에는 나이 많은 상사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대다수의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오는 현실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합니다. 소위 "까라면 까"는 문화가 아직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급변하는 산업을 따라잡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수록 나이가 많은 상사는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고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가 다니는 회사를 보더라도 회의를 하면 80%는 상사가 말을 하고, 형식적인 의견 수립 후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결과 수습은 많은 실무자가 고통을 받으며 메꾸기 일쑤입니다.


실제 요즘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은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며 나이의 장벽을 없애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저희 회사에서도 직급을 통일하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 뿌리 깊은 문화는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년 실업이다, 일용직 저임금 노동자가 많다는 등의 말이 많지만, 과거에 비해 국민소득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산업이 점점 고 부가가치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 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결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존댓말을 싫어하는 저는 정작 글을 존댓말로 쓰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존댓말을 잘 생각 안 하기에 오히려 더 신경을 쓴다고 역설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존댓말을 싫어하는 만큼 그 티를 안내기 위해 사람들에게 더 신경 써서 존댓말을 합니다. 하지만 가끔 좀 반말을 한다거나, 소위 사람들에게 개념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후배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며, 선입견이 없는 편입니다. 나이가 깡패인 사회가 바뀌기를 바라며 저 하나라도 다르기 위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모이면 남의 뒷담화를 많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외모, 성격 등으로 많은 뒷담화를 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뒷담화 자리에서 많이 맞장구치고 즐기기도 하지만, 한 가지 좀 싫어하는 뒷담화가 바로 "개념 없다"는 내용의 뒷담화입니다. 이런 뒷담화의 내용은 대부분 위계질서를 무시했다고 느끼면서 하는 약간은 꼰대스러운 내용이 많이 등장합니다. 모든 "개념 없다"는 주제의 뒷담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좀 위계, 특히 나이에 따른 위계는 더 약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런 위계를 심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존댓말이라는 생각에 존댓말을 싫어할 뿐, 이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사실 좋은 문화로서의 존댓말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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