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의식(영혼)이 없다고 말하는 유물론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만의 특성들을 하나씩 따라잡는 기계들이 생기고 있고, 머지않아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기계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심정적으로 의식이 있다는 쪽을 지지하고 있고, 노래는 제가 그런 심정을 가지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진동을 조정하여 만드는 음악에 의미가 있는 가사를 조합하여 노래가 완성됩니다. 우리는 그 음악에 눈물을 흘리기도, 웃기도, 희망을 얻기도, 좌절에 빠지기도 합니다. 똑같은 노래를 들어도 듣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이고, 같은 사람도 상황이나 때에 따라 별 감흥이 없기도, 심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아래에 소개할 4곡은 제가 들으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은 노래입니다. 이러한 저의 감정도 아주 복잡한 뇌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영혼에 대한 제가 생각하는 나름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정황은 다른 문제이지만, 심정적으로 영혼이 존재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지지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저의 눈물에 있습니다.
그중에 그대를 만나 - 이선희(2014)
https://www.youtube.com/watch?v=IAyMtl9FRHI&feature=emb_logo
뮤비를 보면서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이 실수였습니다. 게다가 하필 뮤비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에서. 노래만 들으면 "아. 이선희가 아직도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을 것입니다. 뮤비의 내용은 감동적인 사연을 모아놨지만, 사실 이런 식의 옴니버스 스토리는 많이 있습니다.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구성한 감동적인 뮤비 내용에 이선희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울지 않고는 못 배기는 노래가 돼버렸습니다.
엄마가 딸에게 - 양희은(2015)
https://www.youtube.com/watch?v=MPzbTJN5wVc
사실 이 분은 그냥 노래 시작만 해도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감동과 눈물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이슬부터 해서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래가 많지만, 60대의 나이에 또 이런 노래를 들고 올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저는 딸이 아니어서 가사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분위기와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눈물을 쏙 뽑아내버리는 노래입니다.
이등병의 편지 - 김광석(1996)
https://www.youtube.com/watch?v=JMkl1NZ1Zjk&feature=emb_logo
원래도 슬픈 목소리에 슬프게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이 곡은 군대를 다녀온 지 한참 지난 저에게 아직도 슬픈 노래입니다. 아마 강제 입대 제도가 유지되는 한 계속해서 슬픈 노래가 되겠지만, 꼭 군대가 아니더라도 목소리와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슬픈 노래입니다.
이름에게 - 아이유(2017)
2019년 11월 24일, 서울 KSPO DOME에서 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Love Poem 콘서트가 막바지에 이를 때였습니다. 마지막 앵콜곡을 부르려 할 때, 친구 구하라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 아이유에게 팬들은 괜찮으니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팬들을 걱정하며 아이유는 열심히 불러보겠다고 하는 말과 함께 눈물 나게 만드는 표정과 목소리로 이름에게를 부르고 콘서트를 마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6&v=gFiSgzfXRcY&feature=emb_logo
이름에게라는 곡 자체가 이미 감동을 주는 가사와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영화 같은 스토리를 알고 난 후, 이 노래를 들을 때 느껴지는 느낌은 배가됩니다. 이 곡은 이러한 사연이 있기 전 MMA 무대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만 보아도 큰 감동이 생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2&v=AblLHjtRkUw&feature=emb_logo
어린 시절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은 탓인지 나오려는 눈물은 억지로 참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 노래를 들으며 아직 나에게도 눈물을 흘릴 감성이 있다는 것에 안도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