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노래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중에 BTS가 빌보드 100에 1위를 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래 보이 그룹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이 성과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불가능 같아 보이는 길을 뚫었으니, 19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젼처럼 앞으로 K-Pop Style이 유행하는 시작이 되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많은 노래를 듣게 됩니다. 저는 평균보다는 조금 더 많이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중학생 때는 거의 차트에 있는 대부분의 노래를 알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노래를 들을 때 가사보다는 멜로디나 리듬 위주로 듣는 편이긴 하지만, 가끔 정말 가사가 너무 마음에 박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들은 지 오래됐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노래 가사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어떡하죠
첫사랑은 슬프다는데
나 지금 누구라도 사랑하고 올까요
가수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마치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예전 마법의 성을 부른 백동우 군이 생각나는 맑은 목소리에 멜로디가 좋아서 듣자마자 명곡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사랑의 벅찬 감정이 느껴지는 산뜻한 가사를 듣고 있다가 브릿지 부분의 저 가사가 나올 때 너무나도 설레는 마음이 폭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서영은 임을 알게 되고 팬이 되었는데, 힘을 내게 만들어주는 가사의 혼자가 아닌 나, 씩씩하게 사랑을 쟁취하려 하는 천사도 노래가 너무 좋았지만, 내 안의 그대를 처음 들었을 때의 임팩트는 정말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내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두근거리고, 뒷모습만 보아도 눈물이 나는 첫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가사에 첫사랑이 슬플까 봐 누구라도 사랑하고 온다는 가사는 그 감정을 확 끌어올리는 느낌입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감정을 폭발시킨 노래로 토이의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찌질한 가사계의 대부인 유희열답게 남자 친구가 있는 여자를 늘 챙겨주며 좋은 사람으로 불리며 정신 승리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찌질한 가사가 계속되다 "혹시 넌 그날 내 맘을 알까. 우리들 아는 친구 모두 모인 밤 술 취한 널 데리러 온 그를 내게 인사시켰던 나의 생일날"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정말 압축적으로 찌질한 감정이 폭발하고, 그 마음이 내 마음처럼 찢어지는 느낌의 가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노래 모두 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표현했지만 분위기는 정 반대네요.
이 넓은 세상 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정말 많은 사랑 노래가 있고, 상황에 따라 정말 마음속 깊이 박히기도 하지만, 언제나 제 마음속에 언제나 남아 있는 사랑 노래 가사는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고백의 노래임에도 "힘없이 지겠지만", "우리만의 정이 숨을 쉴 거야" 같은 보통 쓰지 않는 현실적인 가사가 나와 무언가 먹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담담하고 많이 오글거리지 않게 마음을 표현하다 저 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 최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의 현실적인 가사는 그만큼 평생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
JYP는 참 신기합니다. 예전에 GOD의 어머님께를 듣고 그 사람의 삶과 감성에 전혀 맞지 않는데 이렇게 가사를 잘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었고, GOD의 길의 가사도 JYP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Feel Special 가사를 만들었다는 것은 더욱 신기합니다.
평소 트와이스 노래를 좋아해 왔는데, 노래 분위기와 비주얼, 춤을 보았지 가사를 잘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도입 부분 가사는 짧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인 것 같습니다. 탑 스타임에도 저런 두려움의 감정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들면서, 평범한 저까지도 가끔 들 수 있는 두렵고 공허한 마음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였습니다. 2019년 MAMA 공연에서 채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날이 있어"를 시작할 때 그 분위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언제나 밝고 힘찬 분위기의 노래를 해온 트와이스가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를 타이틀로 가져왔을 때 성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역시 대박을 치게 되었고, 그 대박에는 저 가사도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신해철의 노래 가사는 대부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은데, 이 심플한 한 줄의 반복되는 가사는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원하는 것이 뚜렷했던 것 같습니다.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었고, 가고 싶은 대학이 있었고, 썸 타는 설렘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기도 했지만 하나씩 겪고 넘어가다 보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로또 당첨이나 주식 대박을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궁극의 목적인지,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 "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라고 묻지만, 나이를 퍼먹을수록 더 모르겠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네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 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픈 땐 나를 찾아와 줘
너를 감싸 안고 같이 울어줄게
니가 친구와 같이 있을 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게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게
산울림 노래는 대부분 멜로디와 가사가 좋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제 좌우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집착 없이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참 인생이 힘든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던 때에, 이 가사를 듣고 힘들지 않은 방법을 알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