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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Sep 25. 2020

무신론자에게 던지는 질문

일상으로의 초대

요즘 종교, 특히 딱 짚어 개신교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목사가 코로나를 전파한 것도 모자라 아주 가관인 행보를 하고 있으니 당연합니다. 저도 우리나라 기독교 세력이 크고 복잡하다는 것은 들어왔었지만, 세계 순위를 다툴 정도로 어마어마한 교회가 많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종교도 거대해지면 부패했다고 하니, 그들이 어느 정도 부패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특성상 광신도가 생기기 마련이고, 시련이 오면 뭉치게 되는 데다가, 태극기 부대라는 유별난 세력과 공조를 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비이성적인 세력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이런 시국이지만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안 간지는 꽤 된 거 같지만 성당을 다녔고, 유신론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저의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인 불가지론에 가까운 유신론 자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요즘은 주변에 무신론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학의 시대에 신을 믿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네요. 단순히 종교인의 행태가 싫어서나, 그들이 말하는 신이 진실이 아닌 것 같아서 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닌, 정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무신론자인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논리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말장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의 존재를 증명하기는 쉽지만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얀 까마귀가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단 1마리의 하얀 까마귀를 보여주면 끝나지만,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방법은 지구 전체를 뒤져서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지구 전체를 다 뒤져보아서 없다고 해도, 지금 없을 뿐 과거에는 있었다던지, 땅 속에 있다는 등의 여러 가지 말로 증명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나 언론이 여론을 만들 때 계속해서 의혹을 퍼트리면서 "없었음"을 증명하게 만들어서 판을 자주 흔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서 저는 아직 유신론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신론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현대 과학에서는 우리가 존재하게 된 것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빅뱅이 일어났고, 수많은 별들이 탄생하고 죽는 과정에서 태양이 생기고, 지구가 생기고, 거기서 우연히 조건이 맞춰져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하여 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빅뱅 이론이 틀릴 수도 있고, 이러한 우주론의 기반이 되는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우리가 왔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뉴턴 역학이 발전하면서 모든 주어진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완전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모든 원자 하나하나의 상태를 알고 방대한 분량을 계산할 수만 있다면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단지 우리가 모든 것을 모르고 계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일기 예보가 자꾸 틀리는 것 역시 단지 우리가 모든 상태를 알지 못하고 완전한 계산을 못해서 일뿐, 기술이 발전하면 완전하게 기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세계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후에 양자 역학이 등장하면서 주어진 상황을 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조건에서 원리를 찾는 과학의 기본 정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때문에 과학에서 영혼이 무엇이 물으면 모른다고 답합니다. 혹은 어떤 과학자는 영혼이 없고 우리는 단지 우주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우주의 법칙을 모두 모를 뿐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모두 알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단지 복잡한 알고리즘에 따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과학의 답은 모른다 혹은 단지 법칙에 따라 흘러가는 존재라고 답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도 받아들일만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테넷이라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엔트로피를 다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공대 출신이다 보니 열역학을 배웠는데, 열역학에 따르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절대적인 지표는 엔트로피라 할 수 있습니다. 무질서도라 번역되는 엔트로피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간다고 합니다. 물속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잉크가 퍼지고 뭉쳐지지는 않는 것처럼, 무질서도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어떤 특별한 힘의 작용으로 잉크를 뭉치게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만, 작용한 힘의 엔트로피는 더 크게 증가하므로 전체적으로 항상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과학에서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라는 차가운 답변을 할 뿐입니다.


우리가 단지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고, 법칙에 따라 흘러가는 존재라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단지 앞의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하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의 행동도, 하나님을 협박하는 전광훈 목사의 터무니없어 보이는 말도 다 정해진 흐름일 뿐입니다. 어떤 것을 정의라 말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을 처벌할 근거가 있을까요? 그 사람은 복잡한 요소를 계산한 뇌의 결과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할까요?




종교는 여기에 대한 답을 매우 심플하게 해 줍니다. 지금 기독교나 이슬람, 혹은 타 종교 신자가 가정하고 있는 느낌의 신이 아니라도 어떤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존재가 우리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맹목적이어야 하고, 정말 도가 지나칠 정도의 광신도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과학 역시 완전한 진리가 아닐 수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면서 타인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지금 종교 단체에 의해 퍼진 코로나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태는 정말 화가 납니다. 신천지가 끝판왕인 줄 알았더니 전광훈에 의해 재평가되고, 숨어있는 더 거대한 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드래곤볼의 전투력 인플레가 비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의 종교인의 행태를 벗어나서 조금 현실적이지 않는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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