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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Feb 25. 2022

예민함에 대해

문득 내 숨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작게 숨쉬려고 노력했던 때가 떠올랐다. 아마 초등학생때였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상담 선생님의 목소리를 빌려, 그때 어린 혜인씨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하고 물어보았다.


나는 대답했다. 제가 먼지보다도 작다고 느꼈어요. 아무도 날 책임지지 않아도 되게끔 아주아주 작은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가 되고싶었어요. 나조차 나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게요. 먹여서 살리지 않아도 되게요.



그런 한편 나의 생에의 의지는, 내가 먹을것에 집착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게끔 했다. 채워지게끔 했다. 나를 먼지보다도 작게 설정했던건 나의 생존 매커니즘이었다. 결국 나는 살고싶었던거였다.



살기 위해서 나는 나를 없애버렸다. 잔뜩 물을 먹은 스펀지가 되어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쥐어졌다 넘겨졌다 했다. 잔뜩 이런저런 색이 들었다. 그게 힘들어서 물을 쥐어짜내버리기도 했다.


타고난게 잔뜩 물을 품었는데, 물을 쥐어짜버리니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있는데 둔감하다고 칭찬하는 꼴이었다.






일이 끝날 쯤 너무 배가 고파서 식은땀이 났다. 멀리 걷지도 못하고 편의점에 가서 먹을 걸 샀다. 단 것, 짠것, 탄산음료, 고기만두, 골고루 먹었다.


먹고나니 행복했는데, 집 가는길에 너무 자연스레 길을 잘못 들었다. 용산에서 내렸다가, 잘못 내린 줄 알고 다시 탔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내리는 게 맞았다. 다시 길을 검색하고 지하철 타는 길로 가다가, 나도모르게 또 버스를 타는 길로 걷고 있었다. 그냥 언제 어디서 갈아타고 이런 것 하나도 신경쓰지 않게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늘따라 길을 많이 헛갈린다. 집에 가는 길인데도. 자꾸 이렇게 길을 잃는 것이, 내가 너무 생각이 과열되서 그런 것 같아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에 머물렀다.




신발이 굴곡진 바닥에 닿는 느낌,

지나가는 사람들의 와글거리는 목소리,

웃고 떠드는 얼굴표정,

그들의 옷,

걷는 모습,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

부서지는 바람 소리,

팔에 닿는 옷의 느낌,

바지의 바스락거리는 느낌


퍼뜩. 눈을 떴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울렁거렸다.

너무, 시끄러웠다.


얼른 자극을 통합하려 이어폰을 끼웠다. 버스에 사람 냄새가 너무 심했다. 속이 좋지 않았다.






*2019년 10월 29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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