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길을 가더라도 그때마다 보이는 것들이 순간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실을 만나기 만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랬었나?라는 생각에 피식 웃을 때도 있고, 여태 몰랐던 사실에 놀라울 때도 있다. 눈앞에 있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여행하면서도 곳곳에 보이게 된다. 목적만 갖고 가다 보면 그냥 스치듯 그곳을 스치게 될 때, 지도를 보며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지나고 난 다음,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우연함, 그리고 잃어버린 길 속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내는 발견.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이 또 구랑위이기도 했다. 워낙 유명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진 관광지가 있지만, 그 외에도 구랑위는 걷기만 해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근대건물과 섬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만나는 골목길의 구랑위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집들도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내 기억에도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시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모르는 곳에 가면 더더욱 그 놀라움은 배가 될 때가 있다. 어딘가에 갈 때 정보를 얻는다고 하지만, 그 정보라는 것은 내가 수집한 내용일 뿐 사실과 다르거나, 그곳만 알고 갔기에 주변의 요소들을 생각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보는 누구나 서칭능력에 따라 한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또 그 정보 안에서 나만의 생각으로 형태화 하기 때문에 내가 그린 생각은 사실과 다른 상상화가 되기도 쉽다. 간혹 여행을 떠날 때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실제로 있는 여행지이지만, 그곳에서 또 색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게 되지 않는가? 구랑위는 섬이기 때문에, 바닷가를 따라 여유로운 느긋한 조계지의 풍경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구랑위의 대표적인 그림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빨간 지붕의 섬마을이었는데, 나는 그 여유로움이 다 일 줄 알았다. 실상 구랑위 안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는데, 예쁜 풍경 하나의 사진만 들고 구랑위를 찾았으니, 이날의 힘듦은 예상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바다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풍경과 야자수, 그리고 그 중앙에 가득 있는 붉은 서양식 건물들의 아름다움을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풍경을 직접 일광암에 올라가서 볼 수 있는 만큼, 그 길로 오르는 가파름, 그 사이 골목마다 생긴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던 골목길 투어였다. 생각보다 미세하게 시작부터 경사길을 오르더니, 이후에는 눈에 띄게 가파른 길을 오르며 헉헉 숨을 들이켜야 하지만, 또 그 사이의 골목길에서 만나는 골목길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더운 8월 바닷바람이 골목길 사이로도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무더위에 잠시 공기가 갇혀 숨이 맞히기도 하고, 또 골목길로 바람이 한번 쓱 불어오면 바다의 습함을 머금고 있기도 했다.
사실 내가 구랑위에 갔을 때에는 이렇게 섬의 중간에 사람이 사는 모습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평지에 해안로를 따라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일 줄 알았던 샤먼의 첫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사람들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는 점이 생각과는 조금 달랐던 모습이다. 구랑위 섬이 평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가장 무지했던 이유겠지만, 작은 섬이라 하더라도 주거지와 일터는 분리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관광지로써 관리가 잘 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조계지로 거대한 근대건축물의 평지 부분에, 그리고 일반적인 주거공간은 가파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섬의 꼭대기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주거지 공간들도 많이 보였던 구랑위를 마지막 호월원을 보고 나서야 조금 마음 편하게 걸어본다.
1. 드디어 보이는 구랑위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호월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이 여행의 목적이었는지 잊어버렸던 것이다. 언제나 인생에서 목적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또한 나의 삶의 목적에서 하나의 방식으로 또 다른 발견을 하고 싶은 수단이었다면, 또 그 안의 수단을 완성하기 위해 여행 내에서의 목적이 또 생기기 마련이었다. 소소한 목적 중의 하나가 짜인 루트를 보고 그다음을 즐기겠다는 약속이었는데, 생각보다 그 약속이. 그리고 그 목적이 조금은 더 길어졌던 하루였고, 생각지도 못한 힘듦이 생겼던 날이었다.
언제나 무엇을 하든 우리 인생에서도 목표만으로 편하게 갈 수만은 없듯이, 단순히 새로운 세상을 보겠다는 여행 루트 하나에서도 뜻하지 않은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엔 모든 것이 지나가게 되고, 모든 것이 어떤 방향으로든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은 있다."는 것이 여행하며, 그리고 살아가며 느끼는 가장 큰 의미였다. 구랑위도 그랬다. 어떻게 보면 그냥 섬 하나 구경하는 건데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싶겠지만, 혼자서 여행하다 보면 모르는 길이 생기더라도 나의 결정이고, 어떤 수단과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결정이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도 의지할 수 없기에, 모든 것을 그냥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게 가끔은 나의 첫 계획과 어긋나 변수에 계획을 바꿔야 하는 순간도 많이 생기게 된다.
아마도 내가 갔던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갔었더라면 구랑위가 조금 더 재미있고 힘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왜 그리 힘들게 다녀왔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구랑위 어땠어? "라고 묻고 싶다. 나마 힘들었던 건가 싶어서...
아무튼 그렇게 내가 꼭 보고자 했던 관광지는 3곳을 모두 둘러보았고, 드디어 구랑위가 더 눈에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집마다 있는 가게들도 다 들어가 보고, 세련된 모습의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싶었으며, 유명한 망고가게마다 다 들어가 망고를 하나씩 사들고 오고 싶었지만, 내일이 집에 가야 하는 날이었기에 구랑위에서만 하루를 다 보내기엔 샤먼을 보지 못함이 너무나 아쉬웠다.
2. 또 다른 느낌의 구랑위, 근대건축물
구랑위의 매력은 아무래도 근대건축물 거리가 가득하는 점이다. 처음에 올 때에는 찾지 못했던 모습, 페리터미널에서 오며 만났던 구랑위는 자연경관이 독특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기후와 중국의 북쪽에서 보지 못한 식물들이 가득 있는 곳이라, 사실 중국과 또 다른 중국 사이의 느낌이 들었던 샤먼이다. 구랑위는 또 샤먼과는 다른 여유로움과 휴양지 느낌이 들었던 장소라 첫인상으로 본모습은 여유로움이 있는 섬이었다. 그런데 공원과 자연을 돌아보고 난 다음 이제야 더 들어오는 근대건축물은 조계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관리가 너무나 잘 되어 있고, 또 그 안에 있는 호텔이나 음식점들 역시 건물과 어울리는 풍경의 인테리어로 이색적인 풍경을 풍기는 곳이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나에게는 중국의 다른 곳을 생각한 모습과는 또 다른 여유로움이 느꼈졌던 구랑위. 근대건축물의 색감과 어우러지는 잔잔한 톤의 건물들도 섬안에 있는 동안 마음을 더욱 포근하게 해주는 듯했다. 파란 하늘과 나무, 그리고 잔잔한 컬러감의 건물들과 오래된 근대건축물이 담아내는 연한 흑색의 컬러감은 뭔가 묵직하고 조용하고, 잔잔하고 따뜻한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하는 구랑위의 골목길이었다.
▶ I LOVE KOO LONG SU
처음 해변을 따라가는 바람에 나는 여길 오지 못했었다. 알고 보면 구랑위의 유명한 맛집이 모여있는 골목이라는 것. 식사할 생각이 없었기에 구랑위 내에서 식사하진 않았지만, 페리터미널과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페리 타러 가기 전 시간이 남는다면, 시원한 망고빙수 하나 먹으며 시간 느긋하게 보내는 것도 좋다.
▶ 세계문화유산, 구랑위 근대건축물
구랑위에는 돌아보면 모든 곳에 근대건축물이 가득하다. 어쩜 이렇게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가는 곳마다 예쁜 모습을 근대건축물을 고스란히 사용하고 있는지 관리가 정말 잘 되는구나 싶었다. 상해에서도 오래된 근대건축물을 보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호텔건물로, 사람들의 상가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놀라웠는데, 구랑위에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으로 일상을 만날 수 있는 건물이라는 점도 좋다.
▶ AAAAA
중국에서도 손꼽는 관광지 5A를 인정받은 구랑위의 인증마크를 볼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장소인 만큼 샤먼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은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 중의 하나다.
▶ 구랑위 상점들
구랑위의 골목길에서 만나는 상가들도 있지만, 넓은 광장에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점가들도 줄지어 있다. 이곳에서 구매해도 좋지만, 워낙 샤먼 본섬 내에도 망고를 이용한 기념품샵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에서도 붐비는 느낌은 아니었다. 샤포웨이, 중산루 쪽에도 많은 기념품샵이 있어 나는 그곳에서 선물을 구매했다.
▶ 망고 하나
망고주스를 먹을까? 생망고를 먹을까? 대만과 같이 구랑위 역시 망고가 너무나 유명하다. 컵에도 적힌 구랑위. 무더운 날 가는 길에 망고 하나를 구매했다. 달달하고 진한 망고의 맛! 구랑위 망고떡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무더워서 나는 과일 망고 하나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