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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Sep 12.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11

#11 여기가 바로 라(LA)..?


#11 여기가 바로 라(LA)..?

미서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LA

우리는 지금 그 LA의 도로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

수많은 외국인들과 영어 간판은 캐나다에서 이미 많이 봐왔지만

도로에 길게 늘어선 야자수와 캐나다에 비해 더 자유분방한 느낌 덕에

‘그동안 TV나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도시에 내가 들어왔구나’ 느낄 수 있었다.

아, 물론 적응되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씨도 포함이다.


운전은 캐나다나 미국이나 다 한국과 비슷해서 크게 어렵지 않았고

우리는 들떴지만 동시에 약간은 긴장하고 있었다.

노래를 크게 틀고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고 싶었지만 무조건 적정속도에 맞춰서 갔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 경찰!

미국 경찰의 힘에 대해선 워낙 많이 들어서 절대 과속은 하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라 잘못하다가는 진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들 알다시피 미국은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라이고

경찰의 권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범법행위(?)인 과속만으로도

경찰 말을 안 듣거나 운이 나쁘면 총에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기사들을 꽤 봤기 때문에 지나가는 미국 경찰만 봐도 자연스럽게 쫄게 되었다.

 그렇게 조심조심하며 우리의 첫 목적지인 산타모니카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하니 산타모니카의 날씨는 거짓말처럼 흐려졌고

나는 산타모니카 해변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여기 혹시 해운대야..?”

“한국 온 것 같고 좋네..”

영화나 미드에서나 보던 LA 해변의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기대하고 왔는데

사람 반 물 반의 영락없는 휴가철 해운대의 모습에 실망하고 말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첫 일정부터 이렇게 되니

LA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낮아졌다.

그래도 실망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얼른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아 이거다..!

내가 상상해왔던 LA의 모습 그 자체를 이 곳 베벌리 힐즈에서 만났다.

생각해보니 내 상상 속의 LA의 모습은 영화와 미드를 토대로 형성되었는데

그런 곳들의 배경은 항상 이렇게 깔끔하고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사는 부자동네답게 정말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산타모니카에서와는 달리 이 곳으로 오는 동안 날씨가 좋아졌고

우리 기분도 덩달아 좋아져서 사진을 몇 백장 찍은 것 같다.

그 후로 LA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고

가는 곳마다 너무 멋있고 예뻤다.

이렇게 단 기간에 여행지에 대한 인상이 극과 극으로 바뀐 건 LA가 처음이었다.

짧은 일정 안에 부지런히 다녀서 LA에서 유명한 여행지는 꽤 많이 보고 왔다.

사실 원래 이렇게 여유 없이 돌아다니는 건 내 여행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로드트립이었기 때문에 욕심내서 부지런히 움직인 것 같다.

폴스미스 핑크 벽, 헐리우드 거리, 레이크 헐리우드 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 게티센터,

식스 플래그 놀이공원, 그리피스 천문대, 어반 라이트 등등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류현진 선수의 LA 다저스 선발 경기에 맞춰서 메이저리그 직관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 미국에서 미국 3대 버거 다 먹어보기.

미국의 3대 버거에는 인 앤 아웃, 파이브 가이즈, 쉑쉑 버거가 있다.

그중 미서부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인 앤 아웃과 파이브 가이즈.

파이브 가이즈는 캐나다에서 한 번 먹어보고 내 인생 햄버거가 되었기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파이브 가이즈는 조금 아껴두고

인 앤 아웃 버거를 먼저 먹으러 갔다.

파이브 가이즈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인 앤 아웃 버거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래서 아쉬웠다.

미국에서 먹은 첫 햄버거였는데

이 때는 몰랐다, 미국 여행 내내 햄버거를 그렇게 많이 먹게 될 줄은..


아무튼 이렇게 LA에서의 좋은 기억들이 하나 둘 쌓여갔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LA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LA의 노을 때문이었다.

라라 랜드의 보랏빛 노을을 보며

당연히 색감을 과도하게 만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LA의 노을은 보랏빛이었다.

“어..? 진짜 하늘이 보라색이네!?”

보라색이었던 하늘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으로

그라데이션이 펼쳐졌다.

그동안 많은 노을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다채로운 색의 하늘은 처음 봤고 노을을 보면서 감동받았다.

노을을 보며 ‘만약 내가 죽을 때 머릿속으로 내 인생이 하이라이트처럼 지나간다면

지금 느낀 이 순간은 하이라이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온 후로 한 번도 쉰 적 없이

꾸준히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악착같이 모아 왔다.

그렇게 계속 모았으면 꽤 큰돈을 한국에 들고 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돈을 여행하는 데 모조리 다 써버렸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 여행은 갈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또 가기 힘들어진다.

혹자는 여행 가서 돈을 쓰는 게 아깝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여행은 때때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경험과 추억을 우리에게 선물해준다.

이게 바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껴본 사람들만 아는 여행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만약 당신이 여행길에 올라 부딪히고 깨졌다고 한들 

잠깐이라도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어떤 순간을 만났다면

 됐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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