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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Oct 30.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26

#26 잘 있어, 캐나다

잘 있어, 캐나다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여행이었던 옐로나이프까지 다녀오자 내가 캐나다를 떠날 날은 정말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시간 동안 호스텔에서 혼자 지냈는데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 처음에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서 불안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을 채웠다니. 그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많은 경험을 하고자 떠나왔고 그 목표를 이뤘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보다도 이 1년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우물 안 개구리가 간신히 우물 입구까지 올라와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워킹홀리데이를 물어본다면 난 무조건 추천할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는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 나이 대가 지나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모든 경험이 소중하지만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경험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돈은 다시 벌면 되고 직장도 다시 구하면 된다. 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해도 된다.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와서 얻은 가장 큰 능력이 있다. 돈을 모아 온 것도 아니고 영어가 많이 늘지도 않았지만 뭐든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 바로 마음가짐이다. 영어권에서 많이 쓰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바로 킵 고잉, 와이낫이다. 계속 해, 왜 안돼? 할 수 있어. 나 자신에게도, 여러분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막상 떠났는데 외국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계획과는 달리 빨리 돌아올 수도 있다. 혹자는 그걸 보고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도대체 뭘까? 그걸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 있을까? 우물 안 개구리가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통해 하나라도 더 느낀 점이 있다면 그건 실패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얘기일 것이다. 다만 떠나고자 생각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책임질 게 하나라도 더 없을 때 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을 하고 승진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고 책임질 게 점점 늘어나면 나 혼자만 생각해서 떠나기가 힘들기 때문에. 물론 떠나라고 강요하는 말은 절대 아니고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도전의 결과가 좋을 수도, 혹은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눈에 보이게 될 것이다. 영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물론 영어를 잘하면 경험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외국에서 생활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하지만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굶어 죽지도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을 아임 파인, 땡큐로 지은 이유.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 아임 파인, 땡큐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회화 중 하나인데 나도 처음에 떠날 때 이 정도의 회화 수준을 가지고 떠났다. 실제로 외국인들과 처음 대화할 때 그렇게 말했다. 다른 말은 잘 못했고 그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괜찮다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못하는 게 당연한 거고 자신들이 한국어를 못하는 것과 똑같은 거라고 말했다. 그 후로 자신감을 얻고 공부하며 외국인들과 계속 대화를 시도하다 보니 가벼운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상태면 물론 좋고 영어를 못 한다고 해도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나의 캐나다 생활을 돌이켜보면 결국 남은 건 좋고 행복한 기억들 뿐이다.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참 많은 경험을 하고 간다. 언젠가 다시 캐나다 땅을 밟는다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그럼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잘 있어, 캐나다야.

캐나다에서의 내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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