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미서부 로드트립의 시작
부우우우우웅
지프차의 터질듯한 엔진 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오프로드를 달리는 상상
어릴 때부터 미서부 로드트립에 대한 로망을 꿈꿨고
그것은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뤄야 할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지프차는 아니지만 SUV를 타고 그 꿈을 이뤘다.
캔모어와 작별인사를 마친 뒤 나는 LA로 가기 위해 바로 캘거리 공항으로 갔다.
동행 3명과 함께 총 4명이서 미서부 로드트립을 떠나게 되었다.
새벽 비행기였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노숙을 하게 되었고
16박 17일의 장기 여행에 대한 설렘과 미국 입국심사에 대한 불안으로 잠을 설쳤다.
미국 입국심사를 받을 때 심사관을 잘못 만나면 입국 금지를 당한다는
무서운 얘기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불안해서 미국 입국심사 통과하는 법을 검색해보고
‘되지도 않는 영어 길게 쓰지 말고 물어보는 말에만 단답으로 대답 잘하자’ 다짐을 했다.
대답은 무조건 Yes or No 미국에 온 목적을 물어보면 무조건 여행이라고 답하기.
혹시 모르니 예약해 놓은 숙소의 예약 확정서까지 뽑아서 준비해 갔다.
그래도 좀 불안한 기분이 남아있어서 우리끼리 장난으로
I love U.S.A 티셔츠 사서 입고 가자고도 했다.
그렇게 불안해하다가 결국 비행기 탈 시간이 다가왔다.
체크인하고 출국 수속을 하는데 특이하게도
캐나다와 미국은 국내선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입국심사 또한 캐나다 공항에서 하고 나가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한결 편하게 입국심사를 할 수 있었고
숙소 예약 확정서도 꺼내지 않고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혹시 같이 가는 3명 중 한 명이라도 통과하지 못할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전원 무사통과했다!
캐나다에서 미국을 갈 때 좋은 점은
거리가 가깝고 시차가 없기 때문에 시차 적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
비행기에 타서 공항 노숙하느라 못 잔 잠을 한 3시간 정도 자고 나니
LA에 도착했다 시차가 같지만 다른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날씨. 1년 365일 따뜻한 날씨를 유지한다고 하는 LA
따뜻한 걸 넘어서 너무 덥고 습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LA에 온 게 실감이 났고 우리를 환영해주기라도 하듯 태양은 맹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습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건조함의 끝 캐나다 캔모어에 살다가
오랜만에 느끼는 습하고 찝찝한 날씨에 잠깐 정신을 못 차렸지만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기에 얼른 로드트립을 하기 위한 렌트카를 빌리러 갔다.
제주도에서 그러는 것처럼 렌트카 회사에서 온 차가 우리를 공항으로 데리러 왔다.
사실 이때까지는 날씨도 그렇고 밖에 늘어선 야자수도 그렇고
렌트카 시스템까지 너무 제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렌트카 업체에 도착했고
렌트카를 빌리기 위해 상담원에게 가자마자
상담원으로부터 쏟아지는 영어에 이때부터 ‘제주도 같다’라는 느낌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차를 미리 예약하고 보험까지 예약하고 갔는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잘못하면 거의 원래 가격의 2배를 주고 렌트할 뻔했다.
캐나다에서 렌트를 몇 번 해서 수월할 줄 알았는데 미국은 또 달랐다.
그렇게 거기서 생각보다 꽤 시간을 까먹고 우여곡절 끝에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언제 또 타볼지 모르는 좋은 차를 타고 달리니 기분은 좋았다.
드디어 미서부 로드트립 시작!! 무사히 잘 끝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