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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Sep 15.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12

#12 사막으로

즐거웠던 LA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이제 도시에서 사막으로 이동한다.

사막이라니..!

뭔가 본격적인 로드트립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다.

영화에서나 봤던 황량한 도로를

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우리의 다음 일정은 바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선인장 같이 생긴 조슈아 트리가 엄청 많은 곳이다.

마침 LA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 중간쯤에 있어서

일정 상으로도, 경로 상으로도 좋았다.


LA에서 오후 늦게 출발해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근처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조슈아 트리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구했는데

제법 싼 가격에 집 한 채를 빌렸다.


차를 타고 이동할수록 건물은 점점 없어지고

도로 주변은 황량해졌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로 저 쪽 끝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이 예뻐서였을까 아니면

 처음 사막으로 나와서였을까

이 순간이 차 타고 도로를 달리던 순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빨개진 하늘을 보며 달리고 있는데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이때가 눈 앞에 그려진다.

노래를 듣는 순간 만큼은 이때의 공기, 분위기,

온도 등 모든 것들이 생생해진다.

4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그 시절의

나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

그게 바로 노래의 힘인 것 같다.


어느새 해는 다 져버렸고 도로 위에는

짙은 어둠만이 깔렸다.

주위에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말 그대로 짙은 어둠이었다.

무섭기까지 한 어둠 속에서 자동차 불빛에만

 의존해서 달렸다.

그렇게 어둠을 뚫고 한참을 헤매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집 한 채가 있었고

그 집이 바로 우리가 오늘 잘 곳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나서

피로감에 스트레칭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내 머리 위로

별이 쏟아져 내렸다.

살면서 내가 본 별 중에 가장 많았던 별

“야 미쳤다 이거 와..”

그 광경을 표현할 미사여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별을 보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밥 먹고 뭐하고 하니

새벽이 되었다.

피곤해서 자려는데 마침 밖에 해먹이 있길래

해먹으로 가서 누웠다. 아까도 별이 많았지만

새벽이 되니 별이 더 많아져 있었다.

그 자리에 누워 별똥별을 몇 개나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 꿈에서 본 건지 현실에서 본건 지도

잘 모르겠고

30분 정도 누워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차원의 세계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대로 거기서 잠들고 싶었지만

혹시 야생동물이 있을지 몰라서

아쉽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서 잤다.


그냥 잠만 자고 나가려고 했던 곳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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