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막으로
즐거웠던 LA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이제 도시에서 사막으로 이동한다.
사막이라니..!
뭔가 본격적인 로드트립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다.
영화에서나 봤던 황량한 도로를
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우리의 다음 일정은 바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선인장 같이 생긴 조슈아 트리가 엄청 많은 곳이다.
마침 LA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 중간쯤에 있어서
일정 상으로도, 경로 상으로도 좋았다.
LA에서 오후 늦게 출발해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근처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조슈아 트리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구했는데
제법 싼 가격에 집 한 채를 빌렸다.
차를 타고 이동할수록 건물은 점점 없어지고
도로 주변은 황량해졌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로 저 쪽 끝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이 예뻐서였을까 아니면
처음 사막으로 나와서였을까
이 순간이 차 타고 도로를 달리던 순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빨개진 하늘을 보며 달리고 있는데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이때가 눈 앞에 그려진다.
노래를 듣는 순간 만큼은 이때의 공기, 분위기,
온도 등 모든 것들이 생생해진다.
4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그 시절의
나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
그게 바로 노래의 힘인 것 같다.
어느새 해는 다 져버렸고 도로 위에는
짙은 어둠만이 깔렸다.
주위에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말 그대로 짙은 어둠이었다.
무섭기까지 한 어둠 속에서 자동차 불빛에만
의존해서 달렸다.
그렇게 어둠을 뚫고 한참을 헤매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집 한 채가 있었고
그 집이 바로 우리가 오늘 잘 곳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나서
피로감에 스트레칭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내 머리 위로
별이 쏟아져 내렸다.
살면서 내가 본 별 중에 가장 많았던 별
“야 미쳤다 이거 와..”
그 광경을 표현할 미사여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별을 보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밥 먹고 뭐하고 하니
새벽이 되었다.
피곤해서 자려는데 마침 밖에 해먹이 있길래
해먹으로 가서 누웠다. 아까도 별이 많았지만
새벽이 되니 별이 더 많아져 있었다.
그 자리에 누워 별똥별을 몇 개나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 꿈에서 본 건지 현실에서 본건 지도
잘 모르겠고
30분 정도 누워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차원의 세계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대로 거기서 잠들고 싶었지만
혹시 야생동물이 있을지 몰라서
아쉽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서 잤다.
그냥 잠만 자고 나가려고 했던 곳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