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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Oct 14.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13

#13 잠들지 않는 도시를 향해

#13 잠들지 않는 도시를 향해

쏟아지는 별을 보고 난 다음 날,

최종 목적지인 라스베가스로 가기 전에

선인장들이 모여있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먼저 들렸다. 미서부 사진을 찾아보면 꼭 눈에 띄던 선인장들이 모여 있는 곳. 원래는 조슈아 트리보다 더 큰 선인장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그 선인장을 보러 가려면 가던 경로를 벗어나 6-7시간을 내달려야 했기 때문에 포기했다..


워낙 사진으로 많이 봐온 선인장이기에 봐도 과연 감흥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선인장을 보자마자 연신 감탄을 했다. 감탄의 이유는 바로 선인장의 숫자. 길을 가도 가도 무수히 심어져 있는 선인장의 모습에 ‘미서부 대자연의 스케일이란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날씨 또한 우리를 도와주는지 CG 같은 구름들이 펼쳐졌다. 그냥 가는 길에 잠깐 보고 가려던 것이 사진 찍고 놀다 보니 이 곳에서 거의 2시간을 넘게 지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을 절반도 못 둘러보긴 했지만..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차 위에 올라가서 별 사진을 찍은 후로 그렇게 사진 찍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같이 간 네 명 모두 차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매우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엉덩이가 타들어가는 줄 알았다.

30-40도의 날씨에 그늘 하나 없는 사막 땡볕이란 걸 간과했다..


그래도 한국인은 사진의 민족, 인증샷의 민족이 아니던가 사진 찍기 전까지 뜨겁다고 빨리 찍으라며 짜증을 내다가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낸다.


‘무서운 사람들...’ 하고 생각했다가 내 사진을 보니 나 역시 똑같았다. 나 역시 한국인 피를 속일 수가 없나 보다. 그렇게 한바탕 사진을 찍고 우리는 라스베가스를 향해 출발했다.

세븐 매직 마운틴

가는 길에 라스베가스 근처에 있는 세븐 매직 마운틴스(7 Magic Mountains)를 들렸다.

진짜 바위에 색을 입힌 조형물인데 큰 바위가 여러 개 세워져 있는 모습과알록달록한 색감 때문에 한창 sns에서 인기가 있었던 곳이다.

라스베가스 사인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서 처음 딱 든 생각은‘아 뜨겁다’였다. ‘덥다’도 아닌 ‘뜨겁다’. 사막에 위치한 라스베가스는 매우 건조하고 덥다. 우리나라 여름의 후덥지근함이 아니라 살이 익을 것 같은 뜨거움이었다.


그래도 드디어 LA에서부터 출발해서 라스베가스까지 이어진 대장정을 끝냈다. 미국에서 한 첫 장거리 운전을 무사히 마치고 드디어 잠들지 않는 도시 라스베가스에 도착을 했다!


라스베가스의 장점은 비교적 싼 가격에 좋은 호텔에서 호캉스를 할 수 있다는 점. 라스베가스에 오기 전까지는 무조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지만 여기서는 좋은 호텔에 가서 호캉스를 즐기며 여독을 풀기로 했다.

코스모폴리탄 호텔

 3-4개 정도의 호텔에서 머물렀지만 그중에 가장 좋았던 곳은 5성급의 코스모폴리탄 호텔. 그 유명한 벨라지오 분수쇼를 객실 안에서 구경할 수 있는 호텔이다. 뷰는 물론이고 5성급 답게 내부 시설도 깔끔하고 좋아서 호캉스를 제대로 즐기고 왔다.

고든 램지

라스베가스에서는 거의 쉬기만 해서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바로 고든 램지가 운영하는 고든 램지 버거 식당에서 우연히 고든 램지를 마주쳤던 일.


하루는 저녁을 먹기 위해 라스베가스 맛집을 찾아보던 중 고든 램지 버거가 맛있다는 글을 보고 세계적인 셰프인 고든 램지의 버거를 먹어보고 싶어서 그곳으로 갔다. 유명한 식당답게 입구 밖까지 줄이 길게 서있었고 한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버거를 주문하고 먹고 있었다.


버거 맛은 그냥 먹을만한 정도였는데 같이 간 사람들 중에는 먹어본 햄버거 중에 제일 맛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다들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갑자기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가게 곳곳에 걸려있는 사진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내 눈 앞으로 지나가더니 우리 테이블 근처에 앉았다.

‘엥? 뭐야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헐 고든 램지잖아!!”라며 난리가 났다.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 와중에 고든 램지 본인은 일행들과 함께 태연하게 음식 주문을 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가가서 사진 요청을 했지만 가드에게 막혀서 돌아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신기한 순간이었고 ‘여행자의 운이란 게 이런 걸까’하고 생각하게 됐다. 평범했던 순간이 한순간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났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우연적인 순간들에 매료되어서 여행을 계속 떠나게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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