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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Oct 18.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14

#14 미서부의 대자연

미서부의 대자연
그랜드캐년


 도시의 화려함을 마음껏 누렸던 라스베가스를 뒤로하고 그 후로는 쭉 미서부의 대자연을 만나러 다녔다. 그랜드 캐년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캐년들을 보러 다니는 죽음의 일정. 이게 왜 죽음의 일정이냐 하면, 캐년들이 다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주를 몇 개를 넘나들어야 하고 한 번 이동할 때 적게는 3시간, 많게는 10시간 넘게 운전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로드트립은 대부분의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차에 오래 타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에게는 비추한다. 그리고 운전을 나눠서 할 수 있는 동행은 필수다. 혼자 몇십 시간을 운전하는 건 정말 못할 짓이고 사고의 위험도 크다. 우리는 두 명이서 운전을 나눠서 했는데도 피로도가 많이 쌓인 탓에
3,4번 정도 사고가 날뻔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들이었는데 운이 정말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데스밸리

데스 밸리(Death Valley)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곳이다. 우리의 첫 목적지가 바로 이 곳이었는데 내가 sns에서 사진을 보고 반해서 오자고 했던 곳이다. 사진 속에는 이 곳이 지구인지 다른 행성인지 착각이 들만큼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데스 밸리 국립공원 자체가 워낙 넓어서 사진에서 봤던 곳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서 찾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그리고 이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영상 40도가 넘는 기온 때문에..

차에서 내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 공기에 밖에 서있기가 힘들었다. 다른 곳들도 다 더웠지만 여기는 왜 이름이 데스밸리인지 납득이 갈 만한 그런 더위였다. 사실 캐년들을 다 돌고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갈 때 아쉬워서 다시 한번 이 곳에 들렸지만 그때도 그 장소를 찾지 못하고 더위에 지친 채로 떠나야 했고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올 명분을 남겨둔 셈 치기로 했다.

그랜드캐년

다음은 대망의 그랜드 캐년

 그랜드 캐년은 사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고 사진으로도 너무 많이 봐서 실제로 보면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곳 중에 한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갔던 캐년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곳이 바로 이 그랜드 캐년이다. 역시 사람은 뭐든 겪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시간이 좀 지체되어서 해 질 녘쯤에 그랜드 캐년에 도착하게 되었다. 가는 중에도 계속 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고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랜드 캐년 쪽으로 뛰어갔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고 그랜드 캐년을 처음 마주했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와 진짜 광활하다”라는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살면서 광활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 건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전에도 멋진 풍경들은 많이 봤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끝을 알 수 없는 협곡들이 이어져 있었고 그 깊이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왜 여기서 추락 사망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지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협곡 너머로 해가 지면서 빨갛게 물들어가는 협곡을 보는 순간 나는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어떤 누구도 아닌 오직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 하지만 살면서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일은 자주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의 그 감정을 잊지 말고 잘 기억해뒀다가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게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쉬운 시간은 그렇게 야속하게 흘러가고 금방 해가 져서 깜깜해졌다. 숙소로 가는 길 내내 잔상이 짙게 남았고

죽기 전에 다시 와서 이 풍경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모뉴먼트 밸리

모뉴먼트 밸리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와서 유명해진 곳이다. 하지만 갔을 때 당시에는 내가 포레스트 검프를 안 봐서 잘 몰랐다. 그때 알았다면 포레스트 검프 영화에 나온 곳에서 인증샷을 남겼을 텐데 아쉽다. 이 곳은 아직까지 인디언들이 직접 관리하는 곳이어서 국립공원 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안에는 그 인디언 부족을 설명해주는 센터가 있고 돈을 내면 족장님(?) 같은 분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광활한 땅 위에 누가 가져다 놓은 것처럼 우뚝 서있는 바위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어렴풋이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미서부의 풍경과 일치했다.ㅠ다만, 여기서도 아쉬웠던 점은 시간이 촉박해서 넓은 땅덩어리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한 곳에서만 사진 찍고 나왔다는 점이었다. 국립공원 안을 좀 더 돌아보고 나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게 참 아쉬웠다.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곳들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서 아쉽다. 17일이라는 일정은 너무 짧은 것 같고 최소 한 달 정도는 잡아야 미서부를 아쉽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치스 국립공원

아치스 국립공원

 이 곳은 수 백, 수천 개의 아치 모양 바위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아치 너머로 해가 지는 걸 보고 싶어서 일부러 해 질 녘에 맞춰서 갔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너무 흐렸다. 여기서도 사진에서 보고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서 실패했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사진과 똑같이 생긴 아치를 열심히 찾았지만 워낙 아치가 많은 탓에 찾지 못하고 그 중에 꽤 멋있어 보이는 아치 하나를 발견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왔다.

사실 이 곳에서 노을 말고도 별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기도 힘들고

안전 상 위험할 것 같기도 해서 포기했다.

앤텔롭 캐년

앤텔롭 캐년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 윈도우 배경화면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했던가.

사실 앤텔롭 캐년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실망하지 않았지만 그 외의 부분들이 조금 아쉬웠다.우선 앤텔롭 캐년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디언들이 하는 투어를 무조건 신청해서 가야 한다. 투어는 한 조에 열몇 명씩 구성되고 가이드 한 명이 붙는 식으로 진행된다. 한 번 입장할 때 몇 개의 조가 같이 들어가고 투어는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에 안은 매우 복잡하고 사진을 제대로 찍을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은 되는데 영상 촬영은 금지였다. 결국 인파에 치여서 다른 사람들 안 나오게 인증샷 찍는 건 불가능했고 벽이나 위 쪽 사진만 찍는 게 다였다. 멈추는 시간 없이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후다닥 찍고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가이드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우리 보고 계속 “빨리빨리”를 반복했는데 1시간 내내 들으니까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한 편으로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거기서 인증샷 남기려고 말 안 듣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으면 가이드가 ‘빨리빨리’란 말을 배웠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어글리 코리안이 되기 싫어서

최대한 가이드의 말을 잘 들어가며 이동했다. 그랬더니 앤텔롭 캐년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사진도 별로 찍지도 못하고 나오게 됐다. 투어비도 꽤 비쌌는데 그거에 비해서 많이 별로였다. 하지만 앤텔롭 캐년을 보기 위해서는 그 투어를 할 수밖에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독과점의 폐해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서부 로드트립 했던 곳 중 유일하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곳이 바로 앤텔롭 캐년이 되었다.

홀스슈 밴드

홀스슈 밴드

 말발굽 형태의 지형 덕분에 홀스슈 밴드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여기도 그랜드 캐년과 마찬가지로

떨어지면 바로 낭떠러지 절벽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조심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따로 없어서 좀 무서웠다. 유명한 곳답게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여기서 한국인들을 제일 많이 본 것 같다. 투어를 신청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고 역시 사진 찍는 모습이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열정적이고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다. 아마 그분들의 시선에 비친 우리 모습도 똑같았겠지.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서 두 곳을 묶어서 일정을 짰다. 먼저 간 곳은 브라이스 캐년인데 이 곳은 가장 여성스러운 캐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암석이 깎인 형태가 좀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여서 그렇다고 하는데 확실히 전에 갔던 곳들에 비교하면 뭔가 더 섬세하고 정교한 느낌이 들긴 했다. 그 것 외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진을 보니 이 곳은 눈 내렸을 때가 정말 예쁜 것 같아서 나중에 눈 내렸을 때 한 번 와보고 싶다.


다음으로 간 곳은 자이언 캐년인데 자이언 캐년은 브라이스 캐년과 반대로 가장 남성스러운 캐년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섬세한 느낌이 드는 브라이스 캐년과는 달리 자이언 캐년은 선이 굵고 대충 깎은 듯한 암석들이 특징이다. 또 암석들이 붉은색이어서 더 강렬하게 눈에 띈다. 여기는 중국 영화에서 나오는 무림고수들이 사는 무릉도원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엄청 큰 바위 산 같은 것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뭔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가고 싶었던 장소가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통제되고 있었다.

새크라멘토

 자이언 캐년 쪽에 있는 숙소에서 하루 잔 뒤 다음 날 아침에 새크라멘토로 출발했다. 새크라멘토는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도시인데 우리는 다음 날 거기서 스카이다이빙을 예약해놔서 새크라멘토에 숙소를 잡아놨다. 하지만 새크라멘토까지는 너무나 먼 길이어서 운전만 10시간 가까이해야 했다. 그동안 해온 대부분의 점심식사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또 차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새크라멘토를 향해 가는데 이 놈의 햄버거는 먹을 때마다 소화가 잘 안돼서 체할 뻔했다. 미서부 로드트립 중 차 안에서의 기억의 절반 이상이 아마 이 햄버거를 먹는 장면 일정도로 햄버거의 ㅎ만 들어도 질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서 꾸역꾸역 입에 넣고 달리는데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였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 - 광주 거리를 3번도 넘게 왔다 갔다 하는 거리인데 한 번에 그 거리를 다 가려니 운전하는 것에 처음으로 한계가 왔다. 그래서 중간중간 많이 쉬기도 하고 운전자를 수시로 바꾸면서 드디어 새크라멘토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우리는 다음 날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숙소에서 바로 잠이 들었다.

새크라멘토 스카이다이빙

그리고 대망의 스카이다이빙 당일.

스카이다이빙 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설렘 반 두려움 반 하는 마음을 가지고 긴장된 걸 감추려 시끄럽게 떠들면서 이동했다. 마침내 그 장소에 도착하고 죽어도 책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있는 서류에 싸인을 하니까 덜컥 겁이 나면서 내가 뛰는 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그게 또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더 긴장됐다. 안전수칙을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뛸 때와 낙하할 때의 포즈만 열심히 연습했다. 나와 같이 뛸 다이버가 선정됐고 사진과 영상도 찍기로 해서 날 찍어주시는 분이 또 오셨다. 두 분 다 너무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라 걱정하지 말라며 웃으며 내 긴장을 풀어줬다.


경비행기에 타기 전에 가족, 친구들에게 남기는 영상 메세지를 찍었는데 지금 그 영상을 보면 긴장감을 떨쳐내려 발악하는 모습이 보여서 손발이 많이 오그라든다. 이윽고 경비행기가 우리를 태우러 왔고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한 명씩 탑승해서 경비행기가 꽉 차서 복잡해졌지만 긴장해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윽고 상공 몇천 km쯤 도달했을 때

지금부터 뛰어내릴 거라며 문이 열리고 한 명씩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내 앞사람들이 한 명씩 줄어가는 걸 볼 때마다 긴장감은 배로 늘어났다. 결국 내 앞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고 드디어 내가 뛰어내릴 차례가 되었다.


문에 걸쳐 서서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뛰라는 사인이 떨어졌고 내 뒤에 있던 다이버 분이 뛰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 몇 초간은 낙하산을 펴지 않고 그대로 수직 낙하를 하는데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죽을 때 딱 이 느낌이 들겠구나 싶었다. 무서운 속도로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는데 눈도 제대로 안 떠지고 압력 차 때문인지 귀가 아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낙하산이 펼쳐졌고 그때 든 생각은 ‘아, 살았다’였다. 그때부터 여유를 찾기 시작했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매일 이런 풍경을 보고 사는 걸까’ 잠깐 부러워졌다.


이번에도 역시 아쉬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얼마 후에 땅에 착지했다. 착지할 때 잘못하면 다리가 부러진다고 교육받을 때 강사님들이 겁을 줘서 알려준 자세 그대로 잘 착지했다. 그리고 나서 소감 말하는 영상을 또 찍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게 눈에 보인다. 버킷리스트가 또 하나 지워진 순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고 다음에는 더 멋진 풍경 속에서 뛰어내리는 내 모습을 꿈꾸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미서부 로드트립의 마지막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다. 새크라멘토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뛰고 바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는데 두 도시 간의 거리는 가까워서 1시간 정도 달렸더니 금방 도착했다. 일단 숙소로 가서 짐을 좀 놔두고 다시 나오려고 숙소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짐을 방으로 옮긴 다음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근데 멀리서 한눈에 봐도 차가 기울어져 있는 게 보였다. 쎄한 느낌이 들어 얼른 가서 확인해보니 왼쪽 뒷바퀴가 터져있었다. 못이라도 밟은 걸까 아니면 그동안 너무 무리하게 달려서였을까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실 7천 키로를 넘게 달리고 중간중간 오프로드도 많이 달렸으니 바퀴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긴 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 다행인 건 도로에서 터지지 않고 숙소 도착한 후에 터졌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멘붕이 온건 변함이 없었다.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렌트카 업체와 연락을 계속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지만 영어로 상황을 설명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수리기사님을 부를 수 있었고 타이어를 교체했다. 하지만 스페어 타이어라 사이즈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달리면 다시 타이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간신히 타이어를 고쳤지만 여독이 쌓인 탓인지 날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숙소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기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3박 4일 일정 동안 돌아다닌 날은 딱 하루였다. 그 유명한 금문교도 보지 못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기억의 대부분은 숙소에 대한 것들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지만 나는 그 후에도 여행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때 쉬지 않고 한 곳이라도 더 보겠다고 돌아다녔으면 나중에라도 무리가 올 게 뻔했다. 잘 쉬는 것도 여행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지만 썩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잠깐잠깐 나가서 봤던 샌프란시스코도 충분히 아름다웠기에.

다음에 다시 올 여지를 남겨둔 걸로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그동안 고생해준 렌트카를 반납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이 끝이 났다.

16박 17일간의 미서부 로드트립

참 많은 이야기들이 쌓인 여행이었고 지금이 아니면 가기 힘들었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실천한 우리가 멋있었고 무사히 끝나서 감사하고 다행스러웠다. 요즘도 가끔 이 여행에서 만났던 순간들이 문득 떠오르곤 하는 걸 보면 부족하고 탈도 많았지만 참 좋은 여행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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