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늘 술 냄새가 떠오른다.
술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퇴근 후 기분 좋게 한잔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점점 횟수가 잦아졌고, 밤마다 술에 취한 남편과 마주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취한 채로 들어와 큰소리를 치거나, 말다툼을 하거나,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쓰러져 자는 모습.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아빠가 필요하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의 아빠라도 아이들에게 있어야 하는 걸까?
술에 취한 아빠를 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나는 차마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다.
"아빠 없이 자라는 게 더 나쁜 영향이 되면 어쩌지?"
"나만 조금 더 참으면 아이들은 온전할까?"
하지만 그건 나를 위한 변명이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보고, 느끼고 있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알고 있었고,
집안의 분위기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 있는 집’을 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정말 필요했던 건 ‘안정된 집’이었다.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확신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함께 있는 것보다, 행복한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마음 깊이 묻어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길 바란다.
"정말로 이 환경이 아이들을 위한 걸까?"
그리고 그 답을 외면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