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줄거리는 어딘가 익숙하다. 영화를 처음 접하면서 떠올려지는 기억이 있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누군가를 사고로 잃어본 경험이 있거나, 그걸 지켜본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 그러한 상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고, 남겨진 이들을 위한 한 편의 위령제 같은 영화였다.
영화 [물비늘] 스틸컷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면 영화는 강가에서 금속담지기로 손녀의 유해를 찾고 있는 예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진행될 공사로 이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질 상황에 처해있다.
그래도 예분은 유해를 찾고자 매일같이 강가를 수색한다.
영화 [물비늘] 스틸컷
어느 날 오랜 친구인 옥임이 예분을 찾아와 지윤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옥임은 암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옥임이 죽고 나면 지윤이를 지켜줄 어른이 남지 않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윤이는 죽은 손녀인 수정이와 단짝친구이며 수정이 사고당시에 함께한 사고생존자이다. 그리고 사고 후에 그날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 예분을 답답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예분에게 옥임은 손녀인 지윤이를 부탁한다.
영화 [물비늘] 스틸컷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 중에 하나가 예분은 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보다 그저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가에 나가 손녀의 유해를 찾는 예분에게 경찰인 종철은 수정이 사고가 난 지 1년이나 지났으니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 놓아주라는 것이다.
어쩌면 남겨진 유가족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일지 모르겠다. 아직 보내줄 준비도 안되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내줄 수 있을까?
영화 [물비늘] 스틸컷
또 한 가지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사고의 책임을 정작 유가족이나 사고생존자가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손녀를 잃은 예분은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밤마다 자신의 어깨를 채찍질하며 스스로 질타한다. 그리고 지윤이도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야야 할 정도로 스스로를 자책한다. 사고가 있었던 날 죽은 수정이의 부탁으로 구명조끼의 끈을 느슨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남은 이들은 스스로 자책하며 죽은 수정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영화 [물비늘] 스틸컷
지윤이는 환청을 듣는다. 그 환청은 물속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두드리는 창문 너머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이것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장 처절한 상징이었다.
영화 [물비늘] 스틸컷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싸움을 말리던 지윤이가 둔기에 맞고 쓰러지는데, 쓰러진 지윤이를 안고 예분은 오열한다. 그 장면은 마치 죽은 수정이의 시신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수정이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 장면은 앞으로 예분이 지윤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영화 [물비늘] 스틸컷
진실을 찾는 이유가 누군가를 원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보였다. 왜냐하면 이미 그 고통은 예분과 지윤이가 충분히받았기 때문이다.결국 진실을 마주했을 때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예분과 지윤이가 나누던 고구마 한쪽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