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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공사 Feb 22. 2024

행복은 아침의 낫또

맛있다

브런치북 연재를 삭제했다. 자꾸 글이 무거워진다. 글을 연재하면, 기획하면 정제되고 무거워진다. 정제된다는 건 좋은 것 같지만, 글쎄, 요즘엔 가볍고 생생한 글을 쓰고 싶다. 산뜻하고, 사뿐한, 일상을 적고 있는 글. 무거운 감정도, 다짐도 없는 글 말이다.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것도 많고, 고민 거리고 많고, 풀지 못한 숙제도 많다.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글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도록 부담 없으면 좋겠다. 민들레 홀씨처럼 훌훌 날아가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글을 쓰고 싶다. 


어제는 생각이 많았다. 생각은 액체 같다. 생각이 많으면 몸이 축축 늘어진다. 무엇을 시작하기도, 무엇을 도전하기도 전에 피곤하다. 생각이 많으면 무기력해진다. 마음도 축축해졌는데 저녁에 낫또를 사고 마음이 확 풀렸다. 


요 몇 주 동안 낫또를 먹고 싶었는데, 정확히는 청국장을 먹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호치민에 한식집은 많지만 아직 마음에 쏙 드는 청국장 맛집을 찾진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패밀리마트에서 낫또를 발견하고 조미김을 함께 사서 돌아왔다. 


오랜만에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낫또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체할 여지가 없었다. 현미밥 대신 흰쌀밥을 했다. 낫또에 대한 예의랄까? 계란을 반숙으로 삶아 낫또와 함께 비벼 먹었다. 향긋한 참기름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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