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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Feb 15. 2024

시각장애아동의 국내 최초 그림동화책-개발이야기

[아기새]는 국내 최초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그림동화책이다

아기새는 2004년 여름쯤에 시작했고 2005년에 완성되었다.


아이를 위해 만든 선물이 나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나는 첫아이의 첫돌 생일선물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장난감과 인형을 만들어주는 것을 잠시 멈추고 몇 달을 고민하고 또 몇 달을 디자인을 하고 또 몇 달을 바느질을 해서 첫아이의 책을 만들었다. (2003년)

바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첫아이의  성장앨범이었다.

이 책으로 나는 패브릭 북아트작가로 나름 유명해졌고, 새로운 나의 삶이 시작되었다할 수 있다.

이 책 덕분에 나의 첫책 [첫아이선물 DIY-서울문화사 /2006년]을 출간했고,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인기강사가 되었다. 쇼핑몰을 오픈하고, 무자본 주부창업의 대표선수로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고 kbs 생방송인 아침마당에까지 출연하기도 했다.


*첫아이의 성장앨범은 지금은 점자촉각그림동화책 아기새의 모델이 되었다.

국내최초 점자촉각그림동화책 (아기새-2005) / 꼼지맘의 첫아이 (성장앨범-2003)



꼼지맘의 첫아이 성장앨범

나는 사랑하는 첫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엄마의 특별한 선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몇 달을 고민했고, 몇 달을 잠을 아끼며 만들었다.

성장앨범을 만들 때  생각했던 내용들을 적어본다.


성장앨범은 엄마의 정성으로 만든 책이다.

나의 첫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위해 원단과 바느질로 만들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기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책이여야 했다.

아기는 호기심이 많다. 다양한 촉각의 재료들과 아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디자인했다.

첫돌이 지난 아기는 입에 물고 빨기를 좋아하기에 안전한 원단과 재료들로 만들었다.

표지는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어야 했고 오물이 묻으면 세탁할 수 있게 했다.

책을 가지고 놀다가 잠이 들 수도 있기에 폭신폭신한 기분 좋은 촉감으로 만들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책이니 오래도록 사용하고 볼 수 있는 책으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나의 첫아이의 책을 만들어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정성을 들였다.




나는 책을 좋아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대부분은 일러스트 작업을 좋아해서 많이 했고 상도 많이 받았었다. 동화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직장생활은 제품개발용 일러스트와 캐릭터디자인을 했다.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경력단절이 되었고, 취미생활로 아이들의 장난감과 인형을 만들어주며 북아트활동도 함께 하고 있었다. 대부분 우리 아이들이 보는 촉각놀이 감각놀이 책들을 만들었다.


이게 사실이야?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아동이 보는 그림동화책이 한 권도 없다고?

그 즘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을 개발할 북아트 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북아트 카페에 올라온글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국내에는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2004년이었다.

옆나라 일본의 경우는 약 5만 권의 책이 있다고 했다.


당시 나는 연년생 두 아이의 육아를 위해 회사는 퇴사를 하고 육아중이이었다.

아이들이 잠들면 아이들의 장난감과 놀이책을 만들어주곤 했다.

항상 잠이 부족했지만 나의 유일한 나를 위한 시간이 나의 취미생활이었다.

인형과  놀이책들을 만들고, 온라인의 카페에 소개하는 것이 나의 취미였고, 세상과의 소통이었다.


딱!

한 권만 만들어보자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더 특별하고 재미있는 놀이책을 만들어 주고 싶어 틈틈이 아이들의 책을 만들어주던 나는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이 한 권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북아트작가모집에 신청을 했다. 연년생 두 아이를 독박육아로 키우는 나의 당시의 상황으로는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꼭 하고 싶었다.  사실 화가 났다. 나의 상황을 계산할 생각을 못했다.

한 권만 만들어보자.. 딱 한 권만. 거기 까지만 해보자라는 생각뿐이었다.

남편도 말리지는 않았지만 많은 걱정을 했다.  당시 첫아이는 30개월, 둘째 아이는 10개월이었다.

친정, 시댁모두 지방이라 아이들을 부탁할 곳도 없었다.


할머니의 하얀 지팡이였던 큰손녀

나는 할머니가 키워주셨다. 그러다 할머니는 시각을 잃으셨고, 나의 할머니는 한동안 시각장애인이셨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할머니는 눈이 잘 보이지 않으셨다.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 할머니는 항상 무언가를 손으로  더듬으셨다.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외출을 하실 때면 어린 큰손녀인 나는 할머니의 하얀 지팡이가 되었다.

어렸지만 할머니와 함께 외출을 하면서, 할머니가 생활하시면 얼마나 많이 불편하고, 제약이 많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눈이 불편함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셔야 했다.

내가(당시는 국민학교)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부터는 집에만 계신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얼굴과 팔을 자주 다치셨다.


할머니의 눈 수술

다행히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즘 할머니는 수술을 받으시고 시력을 찾으셨다.

할머니의 새 삶이 시작된 것이다.

나도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생각들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점자촉각그림동화책 북아트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본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책을 꼭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연년생 두 아이를 육아 중인 엄마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남편도 나의 마음을 알기에 해보자고 했다.

둘째 아이는 아직 젖을 먹고 있을 때라 나와 함께 움직여야 했다.  큰아이는 그즘 친구도 필요해서  어린이집의 오전반만 보내자고 남편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큰아이를 조금 일찍 보내보기로 했다. (계획했던 것보다 2달 정도 일찍 보냈던 것 같다)


젖먹이 둘째 아이와 함께 시작한 점자촉각그림동화책 개발

처음부터 첫아이에게 만들어줬던 성장앨범과 같이 만들자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시각장애아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참여한 북아트 작가들은 공부가 필요했다.

일본에서 만든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책들과 놀이교구재들의 자료들을 보고, 참고할 책을 읽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맹학교에 가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책개발을 위해 도움을 줬다.

맹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나도 휴대용 유모차에 둘째 아이를 태워  다녔다. 우리는 항상 세트였다.


막연했다.

북아트작가들은 책의 기획안을 만들고 디자인과 재료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찾았다. 아니 찾으려고 노력했다.

재본은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생각보다 지루하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처음 시작한 10명의 작가들 중 절반이 포기했다.

참여한 작가들이 개발 활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그 외 다양한 활동들은 모두 봉사활동이었다.

6개월이 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는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지쳐갔다.


처음 계획된 프로젝트는 1단계가 북아트 작가들이 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작가들은 책을 개발하고  대량 제작(복제)을 위한 재료구입방법과 만들기 설명서를 정리해서 책 샘플과 함께 기증을 하면 개발이 끝난다.


다음은 2단계 보급을 위한 복제였다.

북아트작가들이 만든 샘플을 참고하고, 만들기 설명서와 재료들로 샘플과 같은 책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 활동은 기업이나 기관의 후원과 봉사활동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3단계가 보급이었다.

그렇게 대량으로 제작된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을 맹학교에 기증하는 것이었다.


나와 함께 작업했던 북아트 작가들은 한 권의 책 개발하고 만들기 kit로 준비하는 작업까지였다.

처음 예상했던 시간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렸고, 샘플로 제작된 책은 10권에서 3권의 책만 만들어졌다.

마지막까지 남아 샘플책을 만든 작가가 3명이었다.


그중 설명서를 만들기 힘들어했던 작가들도 있어 목표했던 샘플과 kit화작업이 모두 다 이루어졌는지는 모른다. 다행히 나는 실용서 책작업으로 설명서를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개발한 아기새는 설명서작업이 힘들지 않았지만 처음 하는 사람들은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렇게 3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나는 마지막으로 만들기 설명서 작업을 위한 사진작업 일러스트작업 원고작업과 구입처와 가격등을 정리를 하고 책을 기증했다.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제 2단계 3단계가 잘 진행이 될 거라는 마음으로 나는 다시 두 아이의 육아에 전념하는 꼼지맘으로 돌아갔다.  2004년이 지나고 2005년도 몇 달이 지나서였다.


점자촉각그림동화책의 보급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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