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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Jun 05. 2024

인절미 1개로 잃어버린 기억 - 암환자의 합당한 변명

잃어버린 기억은 항암치료부작용이라는까....

항암치료  부작용이라니까...

매주 화요일에는 국립암센터에 암환자, 암경험자를 위한 원예치유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늘의 간식은 인절미였다.   인절미는 쌀가루로 만드는 정재당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먹지 않지만 직접 만들어 오신 인절미라 적당한 시간에 잘 먹으면 되는 간식 중 하나다. 나에게 완전 금지음식은  아니다. 


암경험자를 위한 원예치유 수업

수업시간은 10~12시까지 진행한다.  강사분은 2분이고, 국립암센터와 고양시에서 담당자가 함께 진행을 도와주신다. 수업을 듣는 암환자, 암경험자는 15명이다.  이 수업은 암환자, 암경험자에게 원예치유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임상 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상 군은 암의 종류, 기수, 치료방법, 현재상태등을 전달하고 선정된 15명이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도 그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거리가 많은 화요일

매주 화요일이면 집안에 새로운 물건들과 식구들이 늘었다.  오늘은 예쁜 수국화분과 삽목을 한 작은 화분이 

새 식구가 되었다. 매일 환기를 시켜주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삽목을 한 화분은 물이 부족하지 않게 40일 동안 정성을 들여야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간식으로 받아온 인절미가 있었다. 


이른 저녁 시간 

우리 집 저녁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빨라졌다. 내가 늦어도 8시 전에 식사를 마치려고 하기에 가족들도 같이 저녁시간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남편이 저녁운동을 하러 가기 전에 저녁을 가볍게 먹고 가기로 해서 6시가 조금 지나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후 저녁 대화

식사를 마치고, 남편은 운동을 하러 갔다. 남겨진 우리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중이었다. 식탁 한쪽에 인절미가 포장도 열지 않은 채 있었다. 막둥이가 먼저 관심을 보이고, 비닐을 뜯고 인절미를 한 개 먹었다. 맛있게 먹는다.  나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 막둥이가 맛있게 먹는 인절미를  한 개 집고 입에 넣었다. 맛있었다.


인절미 효과

정말 맛있었다.  얼마 만에 먹어본 인절미인가 생각해보기도 하고, 한 개를 더 먹어도 될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나만 쳐다보는 눈과 마주쳤다. 


" 엄마, 인절미 한 개에 까먹었어 그렇지"

" 응, 오빠. 엄마 완전히 까먹은 것 같은데.."

"...."

" 엄마, 맛있지?"

" 응... 근데 왜 그렇게 쳐다봐? "

" 신기해서.... 인절미 한 개의 위력에 놀라는 중이야"

" 왜?"

" 엄마 좀 전에 뭐 했는지 생각나?. 인절미 먹기 전에"

" 음... 아니"

" 와~~ 진짜 신기하다.  엄마 표정만 바뀐 게 아니야.. 완전 새로 세팅된 것 같다. 그렇지 오빠"

" 음.... 이건 너네들이 이해해야 해 항암치료 부작용이야.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했어"

" 엄마,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요... 항암치료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 엄마, 요즘 좀 불리하면 항암치료 부작용  카드를  너무 쓰는 듯해요 ^^"

" 맞다니깐, 오늘 본 암환자 항암치료부작용 영상에도 그런 내용 있었어"


나는 오늘 있었던 원예치유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다. 인절미 한 개를 먹고는 무슨 말을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의 머릿속을 인절미가 지배해 버렸다. 


오랜만에 먹은 인절미는 참 맛있었고, 

아이들과의 따뜻한 저녁 시간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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