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과자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달달한 간식은 좋아하지 않지만 나초와 새우깡등의 과자는 종종 한 번씩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문제는 한번 먹기 시작하면 다음날에도 먹고 싶고 그다음 날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참고 먹지 않으면 또 그런대로 넘어가고 먹고 싶은 생각이 한동안은 나지 않는다. 그 순간을 잘 넘기면 되는 것이었다.
요 근래 오랫동안 과자를 먹지 않았다. 과자를 먹고 난 뒤 속이 좋지 않았던 적이 많아서 나도 조심했지만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말리는 덕분이기도 하다.
어제 과자가 먹고 싶었다. 영화를 보다 과자 먹는 모습을 보고 과자가 먹고 싶었다.
"여보 나랑 산책 갈래요?"
"오늘 많이 걸었다면서, 어디 가려고?"
"응, 조금만 걸으면 돼"
"어디? 아파트 돌까?"
" 아니 , 요 앞 편의점까지 "
옆에서 핸드폰을 하던 큰아이가 끼어들었다.
" 엄마, 뭐 살려고?"
"응, 과자"
"엄마 과자 먹으면 난 치킨시킨다"
"알았어. 안 먹을게"
아이들과 남편은 내가 가족들이 먹지 않았으면 하는 음식들을 너무 잘 안다. 가족들도 내가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귀여운 협박이 잘 먹힌다.
내가 과자를 먹고 싶은 마음보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늦은 저녁 치킨을 먹는 것이 더 싫기 때문에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과자를 포기했다. 대신 냉동실에서 찐 옥수수를 꺼내 냄비에 넣고 쪄서 먹었다.
옥수수를 먹고 나니 과자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우리 가족들이 내가 과자 먹는 것을 막는 이유는 중독성 때문이다. 과자를 한번 먹기 시작하면 한 봉지를 모두 먹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과자를 사 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과자를 먹고 난 뒤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가족들의 등마사지를 받아야 했고, 배변도 불규칙하게 바뀌었다. 과자 먹기는 딱 한 번이면 괜찮은데 딱 한 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과자 먹기를 막기 위해서 우리 가족들의 (튀긴) 치킨도 많이 줄었다. 대신 닭봉과 윙으로 집에서 중국식 양념볶음을 종종 해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