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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중 오심과 구토, 나만의 작지만 강한 처방전

등과 손목 마사지, 생강차, 자두와 동치미, 집에서도 가능한 셀프케어

by 꼼지맘

먹을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항암치료 중 가장 힘들었던 부작용을 떠올리면, 나는 망설임 없이 오심과 구토를 말한다.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는 것도 힘들었지만, 입에 음식을 넣기조차 어려운 날이 많았고, 그 자체로 고통이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잘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한다.
체력이 있어야 치료도 견딜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입덧처럼 속이 메슥거리고, 냄새만 맡아도 울컥 올라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럴 땐,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오심을 다스려준, 어머님의 생강차

나를 지켜보며 늘 응원해주셨던 시어머님은 내 나이 즈음에 난소암 4기 판정을 받으셨다.
항암을 경험한 어머님은, 자신이 견뎌낸 방법들을 하나둘 나에게 전해주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직접 말려 보내주신 생강이었다.
말린 생강을 물에 끓여 마시면 속이 진정되고 몸이 따뜻해진다고 하셨다.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물에 생강을 연하게 우려낸 생강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족욕과 복부찜질을 함께 했다.
이 루틴은 내게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라,
오심과 구토를 견디게 해준 작지만 강한 일상 치료제였다.

책에서도 생강은 실제로 구토를 억제하는 효능이 입증된 식재료라고 한다.
다만 진짜 생강 조각이나 즙이어야 하고,
가공된 생강향 제품이나 사탕은 효과가 없다고 했다.



손목 위 작은 위로

항암치료 중 나는 하루 대부분을 거실에서 보내며 몸을 달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손발에 감각 이상이 오기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열 번 넘게 손과 발을 마사지하곤 했다.

손끝을 문지르고 손바닥을 펴고, 손목과 발목까지 정성스레 주무르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이유도 없이 습관처럼 손목을 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그 동작이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읽은 『이토록 위대한 장』이라는 책에서,
오심 완화에 효과적인 손목 혈자리를 자극하는 마사지가 소개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항암치료 중 내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했던 그 습관이
단지 마음의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내 몸에도 도움이 되는 행위였음을 깨달았다.

그 시절의 나는,
알지 못했지만 내 몸은 스스로 치유의 방향을 알고 있었다.



나만의 생활 처방전, ‘핸드 마사지건으로 등맛사지’

항암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주는 거의 거실과 침실만 오가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먹고 나면 속이 늘 불편했다.
그럴 때면 남편과 아이들이 작은 핸드 마사지건, 우리가 ‘ 드르륵’이라 부르던 것으로 등을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

신기하게도 등맛사지를 받고 나면 속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특히 등쪽 양 옆구리 주변을 자극하면 속이 편안해지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매 끼니 후엔 등을 맡기고 기대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나는 결국 ‘ 핸드 마사지건’을 집안 곳곳에 둘 정도로 애용하게 되었다.

지금도 속이 더부룩할 때면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건 여전히 그 ‘등맛사지’다.
그 시절, 내 몸이 기억하는 회복의 손길이다.



자두 한 조각, 동치미 한 숟갈

입맛이 없을 때에도 나는 간을 거의 하지 않은 찐 채소를 기본으로 삼았다.
양념이 강하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은 오히려 오심을 더 유발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함께했던 음식은 맑고 시원한 동치미였다.
입안을 정리해주고 속을 달래주는 데 참 좋았다.

과일은 입안이 개운해지는 자두를 가장 자주 찾았고,
딸기, 블루베리, 귤, 키위도 종종 곁들였다.
특히 자두는 속이 울렁일 때 유일하게 손이 갔던 과일이었다.



오심과 구토, 나만의 돌봄으로 견디다

항암치료 중 오심과 구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땐 ‘이걸 꼭 먹어야 해’보다
‘지금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 편이 낫다.

생강차 한 잔, 손목 마사지 몇 번, 동치미 한 숟갈,
그리고 나를 위로하는 작은 루틴들.
그것들이 모여 나를 치료로 이끌었다.

나는 오늘도 생강차를 끓이며 말한다.
“그 시절의 나는,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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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본 오심에 도움이 된다는 손목혈사질 그림 / 출처:이토록 위대한 장

마음루틴 | 오늘의 한마디

“오심도 괜찮아. 오늘은 생강차 한 잔으로 나를 쓰다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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