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부터인가 말이나 글보다 인형으로 내 마음과 생각을 담는 게 편하고 좋았다. 인형을 처음 만든 건 나의 아이를 위해서였다. 특히 나의 둘째 아이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인형을 정말 좋아했다. 어린이집에 가면서 나에게 주문을 하기도 했다.
"엄마, 오늘 핑크색 보드라운 토끼인형 만들어줘요"
"어떤 핑크색?"
"음~~~.... 이런 색깔? 주변의 물건의 색으로 구체적인 색을 알려줬다.
나는 아이가 집으로 오기 전까지 인형을 보고 좋아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둘째 아이가 주문한 인형을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인형을 만드는 엄마가 되었다.
나를 위한 인형을 만들다
그러다 아이는 더 이상 인형을 가지고 놀지 않게 되었고, 엄마의 인형보다 백화점,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인형을 만드는 게 예전만큼 재미가 없었다. 내가 만드는 인형은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애착인형들이었다.
인형작가의 작업은 재미있다. 인형을 만들 때 인형에 작가의 감정이 담긴다. 그래서일까. 나의 인형들이 나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도 인형을 만들 때 나의 감정이나 느낌이 인형에 담긴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인형작업을 할 때는 기분이 좋거나 행복한 시간에 작업을 한다. 나의 뮤즈였던 둘째 아이가 인형보다는 다른 것들에 더 애정을 가지는 나이가 되어 인형작업도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나를 위한 인형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정성을 들이다.
나를 닮은 인형을 만들었다. 이름은 복이 많은 복스러운 아이라는 뜻으로 복순이라고 지어줬다.
복순이를 만들고, 다시 인형작업이 재미있고, 신이 났다. 복순이에게 옷도 선물하고, 결혼 전부터 키우고 싶어 했던 강아지도 선물해 줬다. 명절에 입힐 한복도 여러 벌 선물했다. 인형가구를 만드는 분께 복순이의 옷장과 침대도 주문해서 선물했다. 나를 위해 정성을 들이고, 돌보는 시작이었다.
복순이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복순이의 육아일기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복순이를 통해 나의 마음을 돌보고 살피는 시간이었던 같다. 복순이를 돌보고 정성을 들이면서 나의 슬럼프였던 인형작업은 다시 나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나를 닮은 인형 복순이를 만들고, 정성을 들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다시 내가 꿈꾸던 인형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복순이와의 시간을 통해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나를 살피고 정성을 들이며 돌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