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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May 12. 2024

갱년기 준비 - 예쁜 말 습관 들이기

집에서 더 예의 바르게

나는 첫째고 한때 유행했던 MBTI로는 ENTJ다 (특히 대문자 T)

나의 말에는 명령어와 지시어가 많았다. 나는 남편이 예쁜 말을 해서 좋아했다. 그리고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 후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예쁜 말이 사라졌다. 나는 남편이 변했다며 속상해했고, 남편과의 대화가 재미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생활의 불편함이 많아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편은 부지런하고 말이 예쁜 사람이었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한다. 내가 남편을 닮아가야 했는데 고집 센 내가 남편을 닮지 않고 남편이 나와 닮아갔다. 내가 암을 만나기 직전 우리는 서로가 말을 사납게 한다고 속상하다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항상 그 시작은  "당신이 예쁜 말해서 좋았는데 요즘은 사납게 말하더라."라고 말하며 내가 물고를 열었다.  "그런가?"라고 남편이 말하고 끝나버린다.


내가 암을 만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남편이 예쁜 말을 시작했다. 항암치료로 힘들었지만 남편의 상냥하고 예쁜 말을 다시 들으니 좋았다. 항암약의 약기운이 조금 나아졌을 때 물었다. "왜 다시 예쁘게 말하는 거야?"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당신이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약의 부작용이겠지만, 당신이 기운이 없어서인지 말을 차분하게 예쁘게 하니깐 나도 그렇게 말하게 되는 것 같은데


항암치료를 하면서 힘들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좋은 부작용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 서로가 서로에게 예쁜 말을 하고 있다. 남편은 내가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밥을 몇 숟갈만 먹어도 "잘 먹었네 잘했네"라며 칭찬을 해줬고, 나도 항상 보살펴 주고 챙겨주고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잘 먹었어"라고 감사의 인사를 꼭 했다. 그렇게 8개월의 시간을 보냈으니 말습관이 달라졌다



작지만 매일의 불편함

암을 만나고 나는 루틴을 만들어 매일 실천하고 있다. 남편의 모닝루틴은 나보다 늦게 시작한다. 남편의 모닝루틴 중 내가 싫어하는 루틴도 있다. 아침에 핸드폰을 하는 거다.  핸드폰을 보기 시작하면 대부분 뉴스를 본다 그리고 댓글을 단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길다. 내가 주방에서 당근주스와 간식을 준비를 마치면 그제야 기타 소리가 들린다. 남편은 모닝루틴으로 기타 스킬연습을 매일 한다. 대략 15분 정도다.



나의 모닝루틴의 마지막은 샤워와 괄사마사지 그리고 외출준비다. 욕실을 사용해야 한다.  욕실루틴의 마지막은 욕실을 정리하는 것이다. 물기를 사용한 수건으로 모두 닦고 나온다. 내가 욕실을 정리하고 나올 즘이면 남편은 기타 연습을 마치고 씻으러 욕실로 간다. 그럼 내가 정리한 욕실은 다시 물기로 가득 찬다. 남편은 무릎이 좋지 않아 구부려서 하는 동작등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남편이 욕실을 정리하면 항상 물기가 남아있어 불만이었다. 나는 남편이 나보다 먼저 샤워를 마치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보, 부탁이 있어"

남편의 모닝루틴이 끝나기 전까지 핸드폰 사용하지 않기를 남편에게 부탁했다. 아침에 핸드폰을 보지 말고 기타 연습부터 하고 내가 욕실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씻으면 내가 욕실청소와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이 첫날이다. 잠에서 깬 뒤 기타 연습을 하고 내가 당근주스를 준비하는 동안 샤워를 하고 나왔다. 머리가 마르지 않은 모습으로 주방으로 와선 자랑스럽게 말한다.

" 나 다 씻었어"

"잘했네.. 물 마시고 당근주스 마셔"

각기 다른 잔에 담긴 주스가 식탁에 4개가 놓여있다. 나는 모닝루틴의 마지막인 샤워와 괄사마사지를 하고 욕실을 청소했다. 그리고 남편과 내가 수건으로 남은 물기를 모두 닦아내고 나의 모닝루틴을 마쳤다.


갱년기를 준비하는 나의 필살기 찾기


25살에 남편을 만났고 지금 50살이 넘었다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고 편안해졌지만  아직도 남편과 함께 다듬어가야 할 일상들이 남아있다. 우리에게는 갱년기라는 새로운 친구로 다시 한번 더 서로의 다름에 당황하고 불편해질 것이다. 호르몬의 변화에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하는 시간들을 자주 경험할 것이다. 요즘 나는 예쁜 말하기를 실천 중이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정중하게 부탁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가족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는 대부분이 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누구보다 가족에게 예쁜 말을 하고, 예의 바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집중할 수 있는 취미생활 찾기

나는 암을 만나고 미리 갱년기 준비를 시작한듯하다. 암을 만나 마음돌보기를 시작했고, 나의 즐거움과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취미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루틴을 만들고 실천 중이다.

건강한 식단과 적당한 운동, 질 좋은 수면, 마음돌보기등 암을 만나  시작한 많은 것들이 갱년기를 준비할 때 도움이 되는 것들과 비슷했다.  남자들도 갱년기가 온다. 한 번씩 남편의 낯선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과 나는 아빠가 갱년기인가? 하고 서로  조심한 게  여러 번이었다.


이번생에 해보는 남편의 취미생활

사실 남편은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대학 때도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고, 내가 첫아이 임신 중에도 매일 저녁 아기와 나를 위해 연주와 노래를 해줬었다.  언제부턴가 기타 줄에 녹이 슬고, 남편은 음악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번생에서는 못할 줄 알았다던 음악을 시작했다. 밴드를 만들 거란다.   남편은 밴드를 만들 생각에  매일 설레고 두근거린다고 한다. 눈만 뜨면 기타를 치고 영상을 보고 연습한 기타 코드를 가족들에게 들려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안심이 된다. '내 남편의 갱년기도 음악 덕분에 잘 넘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암을 만나 고마운 변화

나는 암을 만나고 매일 감사하고, 고마워하고, 부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잘하지 않았던 말들이라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트에 매일 감사일기를 썼다. 고집 센 내가 고집쟁이 심술쟁이 할머니가 되지 않기 위해 예쁜 말하기부터 연습 중이다. 나는 지금 갱년기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남은 나의 시간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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