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에서 매년 하는 하비쇼를 둘러보고 공예가들이 좋아하는 원단상가와 예쁜 소품가게 다양한 수공예 공방등을 둘러보기 위한 일정이었다.
나는 공예가이며 사회적 기업 담심포의 대표이다. 나의 20년이 넘는 공예활동의 다양한 경험으로 담심포의 사업인 점자촉각놀이교구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였고, 캐릭터디자이너였으며, 제품개발자였다.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아기용품을 만들어주며 손바느질을 하게 되었고, 아이의 성장앨범을 만들어주며 북아트작가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장난감과 성장앨범, 인형들이 엄마들에게 인기를 얻어 책을 출간하고 문화센터에 강의를 하고 쇼핑몰을 운영하며 사업가가 되었다.
한동안 나를 소개하는 타이틀은 손공예작가, 태교전문가였다. 2019년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점자촉가교구재 개발과 보급을 위한 사업을 위해 담심포를 설립하고 , 다음 해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지금까지 점자촉각교구재 개발과 보급에 집중하느라 나의 공예가로의 시간은 접어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2022년 담심포가 4년이 되는 해 나는 암을 만났고, 나의 많은 시간은 멈춰야 했다. 위암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나는 몸과 마음이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나를 돌보고 나를 살피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행복한 것들을 찾아 나에게 선물하며 나의 시간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노력했다. 그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인형을 만들고, 공예를 하고 예쁘게 장식하고 꾸미는 것들이었다. 작은 원단들이 모양을 만들어가며 표정을 담아내는 그 시간들을 내가 참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막둥이가 언젠가 나에게 물어보았던 "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중 어떤 걸 해야 할까"의 질문이 암을 만난 나에게는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는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왔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몇 년 전 책장 가득 채워졌던 소중한 공예책들을 지인들에게 모두 나눠줬고, 원단들과 용품들도 모두 정리했었다. 인형전시회를 함께 하고 싶다던 작가님들에게도 이제 공예작가로 활동은 그만하고 담심포의 대표로 점자촉각교구재의 개발자로 집중하겠다고 말했었던 게 암을 만나기 직전이었다.
나는 정말 조용히 나의 암을 치료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많은 시간 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때 나는 행복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일이 아닌 놀이로 즐기기로 했다. 나의 마음은 알았지만 항암치료 중에 바로 좋아하는 인형을 만들고 손자수를 할 수는 없었다. 항암부작용 중 가장 심하고 회복이 늦은 게 손과 발이다.
항암부작용
아직도 발은 차가운 욕실바닥을 그냥 맨발로 걷기가 힘들다. 손의 부작용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항상 주의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업들은 작은 바늘로 하는 손바느질이라 더욱 섬세한 손가락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항암치료 중 인형을 만들어 선물했던 적이 있다. 바늘을 잡기 힘들어 몇 번을 쉬었다 했어야 했고 생각했던 바느질이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암을 경험하는 동안 나는 나의 삶이 조금은 더 보람되고 가치 있게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내가 가진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조금 더 집중해 보고 정성 들여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공예가 있었다.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고 나를 돌보고 살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손의 재활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 나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암환자에게 적당한 손공예를 소개할 수 있는 암을 경험한 암경험자 공예작가다.
나부터 즐거워지기 위한 여행
다른 이들에게 공예의 즐거움을 전하려면 나부터 즐거워해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하기에 공예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4박 5일 동안 하루 평균 15,000걸음을 걸었다. 많은 것들을 보았고 또 많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공예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대화가 즐거웠다. 모든 일정이 알차고 보람되고 즐거웠다.
일본에서 밥상을 차리다.
일본여행 중 아침은 숙소에서 가벼운 아침을 만들어 먹었다. 그 음식 준비 담당을 내가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식이와 밥상 사진을 공유하고 아침을 가능하면 야채과일식과 가벼운 식단으로 먹기로 했다. 숙소 바로 앞에 대형 마트가 있어 식재료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침을 먹지 않은 일행도 있어 식단은 사과와 방울토마토를 기본으로 찐 고구마, 감자, 계란, 당근을 준비했다. 마트에서 낫또와 간단한 밑밭찬을 사고, 손질된 샐러드에는 집에서 준비해 간 올리브오일과 사과식초를 드레싱으로 먹었다. 하비쇼관람당일에는 아침을 먹으며 도시락을 준비했다. 3일째 아침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고추장으로 숙주와 파, 베이컨이 들어간 파스타를 만들었다.
일본식 가정식과 회전초밥, 야경을 보며 코스요리까지
일행 중 가이드를 맡아주었던 공예가분은 일본유학과 직장생활까지 15년을 도쿄에서 거주했던 분이라 일본지인의 도움으로 현지인들만 예약가능한 식당들을 예약해서 다양한 맛집들의 음식을 경험했다. 나도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음식을 즐겼다. 다른 일행들과 다른 점은 항상 나의 가방 속에는 방울토마토와 찐 고구마가 들어있는 도시락이 있다는 것이었다. 야채가 부족한 음식에는 방울토마토를 먹고, 밀가루 위주의 음식만을 먹게 되면 밀가루 음식은 조금만 먹고 찐 고구마를 먹었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일행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행 후 달라진 점
일본 여행으로 처음 만난 공예가분들이 대부분이었고, 4박 5일 동안 나의 식단과 밥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건강식단 밥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이 많았다. 나의 브런치북의 나의 항암밥상을 알려드리기도 했다. 여행 중 숙소로 돌아와 음식과 밥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3번의 해외여행
나는 암을 만난 뒤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3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2달 동안 독일에서 4박 5일 동안 대만에서 그리고 4박 5일 동안 일본에서 독일에서는 거의 집밥을 해 먹었지만 한 번씩 외출이나 여행을 하게 되면 먹게 되는 음식들이 힘들었다. 대부분 튀긴 고기음식과 소시지, 튀긴 감자등이 많았다. 물론 그 덕분에 집밥을 해 먹는 습관과 외출 시 도시락을 싸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대만여행 중에도 재래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과일과 야채를 먹고, 녹차를 마시고 찐 고구마 대신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사서 먹었다. 그러다 여행 3일째부터 인후염으로 먹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몸의 회복에 집중해야 했다.
일본여행에서는 나름 나의 먹거리를 위해 준비를 열심히 했다. 고추장과 간장, 올리브오일, 사과식초, 미역, 간식(말린 고구마와 견과류, 92% 카카오, 비타민제) 여행일정동안 컨디션은 좋았다. 많은 일정들을 힘들지 않게 소화했고 무엇보다 나의 배변도 큰 변화가 없었다.
잠도 잘 잤다.
모든 것들이 다 좋았던 여행이었다.
아침밥상이다. 일행들이 먹고 싶어 함꼐 만든 음식들도 있다. (바게트빵)
한국에서 책방여행을 다녔는데 일본에서도 다양한 책방여행을 다녔다./ 그림책낭독회를 준비중인 일본 그림책작가님
4박 5일을 함꼐 한 공예가들
어린이 그림책과 체험코너가 좋았다.
항상 관심이 많은 업사이클링을 많이 둘러본 여행이였다. 가죽, 청바지등의 새활용
역 앞 업사이클링 장식물
일본 발달장애아동들의 그림작품으로 만든 제품들 - 한국의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비쇼의 진행담당자의 특별안내를 받기도 했다.
원단과 공예 부재료들을 둘러보는 즐거운 시간이였다.
하비쇼당일 도시락이다.
아침식사로 준비했던 음식들을 전날 100엔샵에서 구입한 도시락용기에 담기만 했는데 일행분들과 함꼐 맛있게 즐겁게 잘 먹었다.
일본에서 먹은 음식들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다. 나는 가장 야채와 과일이 많은 음식들이 나의 선택음식이였다. 꼭 샐러드는 함꼐 주문했다.
가장 먹기 좋았던 음식은 두부샐러드였다.
육고기 보다는 생선요리를 먹었다.
해산물이 많은음식도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 일본음식이 달다는게 문제였다.여유롭게 아이스아메리카노도 한잔 마셨다.(다마시지 못했지만.. 이젠 커피보다는 녹차가 더 내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