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암을 만나기 전 정말 큰 결단을 내렸다. 점자촉각교구재 보급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 나의 또 다른 활동인 인형작가와 공예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인형작가로 활동을 하는 여러 가지 들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 고민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인형작가로 활동하던 전시회와 작품제작 그리고 인형작가들과의 협업, 인형작가로 활동했던 모든 활동들을 멈추기로 했다. 20년 동안 해왔던 것 들이다. 아까운 작업들도 많았다. 손뜨개인형을 제작하면서 개발했던 환경과 공예가들을 위한 손뜨개실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그 시작은 나의 공간에서 나의 인형들과 글들을 숨기기 시작했다. 인형작가로 공예가로 활동했던 기록들을 비공개로 숨김으로 나의 인형작가로의 활동을 멈추는 작업을 했다.
(개발한 손뜨개실 두맘코튼은 2020년 sba 우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항암부작용이 회복되면서 시작한 인형 만들기는 나의 마음 돌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암을 만나고 바뀐 생각
내가 암을 만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내가 살아야 할 이유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가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들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것이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나의 손은 바늘을 쥐기도 힘들었다. 코바늘을 잡고 손뜨개인형을 만들 수도 없었다. 나는 다시 인형을 만들기 위해 가장 심한 항암부작용 중 하나인 손을 정말 열심히 관리했다.
여러 가지 공예 중 인형을 만드는 것은 특별하다. 인형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여러 공예 중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아마도 인형이 유일할 것이다.
만드는 시간들도 특별하다. 인형이 완성될 때까지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기다린다. 아이들은 인형과 이야기를 하고 업어주고, 재워준다. 동생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비밀이야기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난 그런 특별한 친구들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인형들의 엄마였다.
암을 만나고 나는 나를 위해 조금은 이기적이기로 했다. 아니 온전히 나만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으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인형 만드는 호호할머니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 꿈을 잊고 있었다. 암을 만나고, 힘든 항암치료를 하면서 나는 다시 나의 인형들의 엄마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인형들을 좀 더 가치 있게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인형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해보자는 것이다. 나의 인형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것처럼 분명 작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나의 인형들로 다양한 방법으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 조금씩 인형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아직은 손이 모두 회복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손의 움직움도 나아지겠지만 어쩌면 지금 나의 손상태가 암환자와 암경험자들이 만들 수 있는 인형들을 찾기에 적당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암환자의 마음돌보기와 항암부작용으로 손의 재활활동이 필요한 나와 같은 암경험자들을 위한 애착인형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