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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편집장 Oct 30. 2020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 듯?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 25  #실배

매거진 발행작가 : 실배(https://brunch.co.kr/@xcape77/194)
매거진 발행일 : 2020. 10. 25.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참여하게 되면서 어떤 책을 선정할까 고민했다. 제목에 맞게 잃어버린 을 찾아야 할 텐데.  마치 셜록 홈스가 범죄 현장을 검증하 듯 집 안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 거실 책장, 안방 책장,  아들 책장까지 살펴보았으나 마땅한 책이 없었다. 그 순간 괜히 참여 신청했나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이런 대책 없는 저지름이란.


책을 발굴한 위치

잠시 거실 테이블 의자에 앉아 멍 때 리던 중 하얗고 작은 책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과 에어컨 사이에 수줍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안에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읽었던 책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그 틈바귀 사이에 딱 보아도 어른 사이에 있는 아이처럼 조그마한 책 하나가 보였다. 제목부터 참신한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 듯?' 순간 여러 추억들이 뭉게구름처럼 천천히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유독 작고 얇은 책. 보호본능 뿜뿜이다.


이 책은 어떻게 만났을까?


이 책을 만난 건 지금은 떠난 전 근무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회사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 듯 점심 먹고 꼭 들러 커피를 마셨다. 그날도 발걸음은 자연스레 카페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눈앞에 동그란 간판이 보였다. ‘여행마을? 뭐지?’ 2년간 숱하게 이 길을 지나다녔어도 못 보던 간판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커피를 다 마시고, 시계를 보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무작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담한 공간 사이사이에 책들이 빼곡히 놓여있었다. 책방과 잘 어울리는 깜찍한 외모의 책방 주인과 집채만 한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맞아주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너무 커서 살짝 거리를 두었다.(나중에 책을 읽어보니 고양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겨있다.) 

안을 둘러보니 여행 관련 서적을 파는 독립 서점이었다. 이리저리 책들을 살펴보다 눈에 띄는 책을 발견했다.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 듯?’ 제목이 재밌었다. 그 순간 읽고 싶어 졌다. 책을 사려는데 본인이 쓴 책이라고 했다. 살짝 놀랬다.


“안에 정말 지질한 내용이 많아요. 제가 책방 내고 매일 쓴 일기들을 모은 책이에요.”


그래서 관심이 더 생겼다. 책을 구입하겠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며 펜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책을 소중히 간수하지 못해 오른쪽에 뭐가 잔뜩 묻었다.

나는 이 책을 구입한 155번째 사람이었다. 첫 장부터 꿈을 응원하는 문구가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퇴근하자마자 곧장 집으로 가서 책을 읽었다.


책 소개 및 소감


 당시 책을 읽고 뭉클하여 블로그에 소감을 적었다. 

책방 주인보다는 작가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작가는 ‘여행마을’이 탄생하는 과정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왜 지질하다는 표현을 썼는지 읽다 보면서 이해가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자영업자가 되는 과정은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내가 한 번 쓱 둘러본 공간은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고자 며칠을 고생하며 직접 청소하고, 페인트칠하고 꾸민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 평소 그냥 스쳐 지나갔던 상점들이 다르게 보였었다. 그 공간 하나마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녹아 있을까. 

처음 기대와는 달리 책이 잘 팔리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불안과 걱정, 고뇌들이 작가의 통통 튀는 어법으로 무겁지만은 않게 잘 표현되었다. 책방에서의 일상,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책방에 있으면 책도 많이 읽고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직장 다닐 때 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책을 사는 사람이지만, 책을 준비하고 파는 사람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깊은 고민과 전략이 필요했다.

조금씩 책방이 성장해 가고, 책방 안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모임, 강연, 작가와의 만남이 한둘씩 기획되고 이루어질 때마다 작가의 환희가 느껴졌다. 그 마음이 전해져 어느새 열심히 응원하게 되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폭우가 쏟아져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은 나의 삶도 돌아보게 했다. 마지막 장에서 50대에 벨기에로 떠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독립 출판물을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작가의 꿈이 있었다. 나중에 벨기에를 가게 된다면 여행마을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꼭 찾아보고 싶다.

책을 읽고 여행마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생겼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아쉽게도 올 1월부로 책방을 마무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텀블벅’이라는 펀딩을 통해 여행마을 시즌 2를 기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주저 없이 펀딩에 참여했다. 아마 나는 평생 가도 이런 용기를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멋진 꿈을 꾸는 청년이 가는 길에 조그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올해 처음 읽은 책,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 듯?’ 결국, 절대 망하지 않을 작가의 꿈이 담긴 반어법이다


책이 준 선물

그때 한 창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여행마을에서 주관하는 합평 모임에도 덜컥 참여했었다. 모임을 마치고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한다는 말에 솔깃했다. 모집인원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이었다. 이제 곧 스페인 여행을 앞둔 초등학교 선생님, 8년 차 방송작가, 대학생 등 성별, 직업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만났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3편의 에세이를 써왔다. 특이한 건 누가 썼는지 모르게 이름을 적지 않았다. 즉석에서 글을 읽고 '제목이 인상적인 작품', '내용이 좋은 작품'을 각각 골랐다. 책방 주인인 꼬꼬마님도 함께 참여했다.


매주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글을 나누는 시간은 성장의 열매가 되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합평을 마친 후 책이 나왔다. 생애 첫 출간이었다. 어찌나 뿌듯하고 좋았던지. 여행마을이 준 선물이었다. 직접 손글씨를 써서 지인들에게 책을 나눠주었다. 집에 남은 한 권은 아내에게 준 것이다. 다시 보니 이런 닭살이 없네.

구겨진 표지가 마음에 걸리네..
악필이라 손글씨는 좀....


그 후 이야기

책방이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 났다. 이후론 기억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이번에 책을 다시 발견하고 책방 여행마을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예전 블로그를 찾아보니 흔적이 없었다. 문을 닫은 걸까. 아쉬움이 저 멀리서 달려왔다. 그래서 차분히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예전에 다녀간 사람들이 올린 글 사이로 책방 여행 마을 시즌 2에 대한 글을 찾았다. .

전보다 규모도 확장되었고, 콘텐츠도 풍부해졌다. 꼬꼬마님 결혼 소식도 알게 되었다. 합평  결혼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분명 좋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블로그 글을 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때의 추억을 떠올렸다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



https://blog.naver.com/herbplus/222005149797


그간 독립 서점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독서 모임, 글쓰기 수업 등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특히 이전 근무지가 서울대 입구 근처여서 다양한 형태의 서점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자기만의 빛깔로 동네를 물들였다. 지금 근무하는 지역에도 검색해보니 그림책과 관련된 독립 서점이 있어서 얼마 전 방문했었다. 


'책방 여행 마을 이제 곧 망할 듯' 안에는 독립 서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그 고충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도서 정가제 폐지가 이슈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책을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구입하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과연 동네 책방이 견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년 많은 독립 서점이 생기고 사라진다고 한다.  2019년 기준으로 등록된 서점은 총 551곳이다.

작년 한 해 184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49곳이 문을 닫았다. 누적 폐점률은 2018년 10.7%에서 2019년 15.2%로 증가했다. 매주 평균 3.5곳이 개점했는데 그중 한 곳이 폐점했다. 


마음 무거운 소식이다. 많은 꿈이 파도처럼 솟았다 소리 없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여행 마을을 응원하게 된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 나중엔 책방 주인의 꿈인 벨기에에 독립 서점을 꼭 냈으면 좋겠다.


이번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프로젝트는 비단 책을 다시 찾았을 뿐 아니라 잃어버린 추억도 찾은 시간이 되었다.


'책방 여행 마을 이제 곧 망할 듯'이 아니라 '책방 여행 마을 오래오래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독립서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 ★★★★★

새로운 꿈을 한 번이라도 꿔보았다면 : ★★★★★

누군가를 힘껏 응원하고 싶다면 : ★★★★★

독립서점을 직접 운영하고 싶다면 :???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는 계속됩니다. 다른 작가분과 함께 매거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저 혼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함께 써 내려갈 것이고, 함께 책으로 묶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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