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역의 시작
드디어 사역지에 부임을 했습니다. 원래는 군대에서 전역한 직후인 2년 전부터 시작하려고 했었지요. 하지만 그때 결국 하지 않고, 이제야 시작합니다. 약 2년 전에 교회 사역을 두고, 부모님과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하기도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부모님의 말씀을 들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는 마음이 듭니다.
본격적으로 사역하기 전에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두어 번 정도 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부교역자인 저를 전적으로 챙겨주시려는 분이십니다. 정말 제게 적합한 교회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곳에서 뵈었던 성도님들과 학생들도 모두 착한 분이었습니다. 한편, 교회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약간 개척교회와 비슷한 분위기도 나지요. 하지만 중대형교회보다는 이러한 교회가 저에게는 더욱 맞는 듯싶기도 합니다.
사역하는 교회에서 현재 제가 담당하는 일은 예배를 준비하는 것과 차량 운행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해서, 모든 일과가 최소화되어 있기는 합니다. 코로나의 상황이 나아지면, 학생들과 함께 뭔가를 해볼 예정입니다. 교회 옥상에는 풋살장이 있어서, 주일예배가 끝나면 학생들과 같이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겠습니다. 이곳을 복음 전도의 통로로 삼으면 좋겠다고 목사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성도님들과의 교제 시간이나 기회도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일예배가 끝나면 바로 돌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만 해도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었다고 하니, 아직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원래는 예배가 끝나면 성도님들이 함께 모여서 교회 3층에서 식사나 다과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아직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해서, 성도님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먼저 말씀을 건네면서 이야기도 해보아야겠습니다.
예배가 다 끝난 이후에는 오늘 제가 배운 내용들을 수첩에 적고, 여러 번 다시금 복기했습니다. 차량 운행을 할 때, 길은 어떻게 찾아야 하고, 다음 주에 교회에 도착하면 무엇을 먼저 할지 시뮬레이션을 스스로 했습니다. 최대한 말씀해주신 점들과 알려주신 사항을 숙지하고자 적어두었는데, 나중에 어디엔가 구멍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다시 확실하게 명심해야겠지요.
이제 매주 토요일에는 오후 8시에 취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교회까지의 거리가 지하철로만 약 두 시간 거리입니다. 거기에 집에서 지하철역, 지하철역에서 교회까지 가는 시간을 합하면 거의 두 시간 반이 걸립니다. 즉, 왕복 5시간가량이 드는 셈이죠. 따라서 집에서 적어도 새벽 6시가 좀 지나서 나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하죠. 지각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는 것이지요.
매주 토요일마다 한 7시간 정도는 취침하려고 합니다. 오늘도 잠을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아주 개운하더군요. 예전에 군대 가기 전에 사역했을 때는, 주일 사역하는 당일 전날에도 밤 12시, 새벽 1~2시까지 깨어 있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때는 아주 죽을 맛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살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사역하는 하루를 망치려고 작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행위죠.
그 시절에 저와 함께 사역했던 어떤 형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저와 학부 동기로 입학한 형이었는데요. 그 형이 첫 번째 교회를 소개해줘서 사역을 시작했었지요. 그러니까 약 5년 전에 그 형과 같이 사역하였을 때, 형은 항상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역하는 날은 그래도 일찍 (사택에) 올라와서 자. 너 안 그러면 못 버텨.”라고 말입니다. 그때는 형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뼈저리게 느낍니다. 형의 말이 백번 옳았다는 것을 말이죠. 본 지면을 빌려 제에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형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저 자신의 평범함을 깊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대학교 1학년, 2학년 때에는 날밤을 새우거나, 조금 무리하더라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전혀 아닙니다. 단 하루라도 밤새는 건 고사하고, 숙면을 충분히 취하지 않으면 손에 일이 잡히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졸다시피 하면서 시간이 날아가 버리고 말지요. 제 한계를 잘 알게 되면서, 환상은 깨졌지만, 그래도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우니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다시 사역으로 돌아와서, 제가 이 교회에서 언제까지 사역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별다른 일이 없다면 목회학 석사 과정을 졸업할 때까진 계속 이 교회에서 사역을 할 듯싶습니다. 이후에는 다음 진로와 계획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바라기는, 제가 새로이 사역을 시작하는 교회에서 선한 영향력만을 끼치고 싶습니다. 담임목사님과 교회에 나오시는 성도님들을 잘 섬기고, 좋은 추억을 많이 쌓으면서 말입니다.
뭐, 대단한 부흥이나 기적 같은 일보다도, 매주 만나는 예배와 친교의 만남 가운데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꽃피운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