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luie Jul 01. 2020

어떻게 단독 주택을 살 생각을 했어?

이 모든 것을 시작한 계기

모든 것에는 시작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노트북을 사는 것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빨간색 르쿠르제 티포트를 선물받은 것으로 홍차에 대한 사랑을 시작했듯이, 지금 사는 집을 사고 짓고 고치고 꾸미는 데도 시작점은 있었다.


어떻게 단독주택을 살 생각을 했어?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서울의 도심에 작은 주택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말을 하면 10의 7은 저 질문을 한다. 2는 "나도 그러고 싶다" 나머지 1은 "우리 남편도 그러고 싶어하는데 - 100이면 100 남편이다 - 나는 좀 그래" 라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그러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15년 겨울, Y와 나는 여느 평범한 부부들처럼 올라가기 시작한 서울의 아파트 값을 관찰하며 어떤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20년 현재만큼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아파트 상승세의 기세는 굉장했고,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라는 정부 차원의 으쌰으쌰(!)가 대단했던 때였다. 당시 잠실동에 전세로 살고 있었던 우리는, 나의 이직으로 인해 집과 회사가 너무 멀어졌고 마침 집 구매에 대한 둘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열심히는 모았지만 그다지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는 한정된 자산을 가지고 충분히 만족스럽고 이후 가치도 상승하려면 과연) 어떤 집을 살 것인가'였다.


아직 사지도 않았지만 처음으로 우리 집이 될 가상의 집에 대한 꿈에 부푼 우리는 집의 구성과 인테리어, 여러 장식과 요소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며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그러다, 오랜 기간 호러 영화의 팬이었던 Y가 말하기를 :


"난 호러 영화랑 책으로 가득한 곳을 갖고 싶어. Y의 호러 하우스."


물론 만들어   있지! 방음도 짱짱하게  되어서 영화도 맘껏   있는 곳으로 만들자. 내가  만들어 줄게. (참고로 아직도 Y 호러 하우스는  만들어졌다. 하우스는 커녕 호러룸도 없다..)


거기에 꽂힌 Y는 이런저런 자료를 찾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자료의 방향은 단독 주택에 취미룸을 구성한 사람들의 레퍼런스로 흘러가게 됐다. 그러다 어느날 Y가 가져온 정보.


"이 집은 작은 주택을 사서 1층에 상가를 해서 월세를 주고 2-3층에 자기네들이 산대. 작업실로 쓰고 있나봐." 그렇게 보여준 집이 바로 지금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모 가죽공방이었다.


그리고 그 날 당장 결정했다.


주택을 사자. 그래서 월세도 받아보자. 킥킥.


사실은 극히 자본주의적 결정이었다. 아파트를 사면 차액 상승분을 누릴 수 있겠지만 팔지 않는 한 실현되지 않는 수익이라는 점이 덜 매력적이라고 항상 생각해 온 나에겐 이 쪽이 좀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15년은 심지어 서울 시내에 협소주택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고, 작은 그룹에서나마 큰 화제가 되고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레퍼런스는 꽤 있었다.


그 때는 주택을 사고(일단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다시 고쳐 짓고(인복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느낌?), 관리하며 살아가는(짓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그리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되돌아온 길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가 살얼음판이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분이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