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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ie Jul 01. 2020

그래서 어디에 주택을 사려고?

만만치 않은 땅과 집 탐사기

왜 그 동네로 결정했는가. 질문을 받으면 난 쿨하게 대답한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이 동네에 있어서 결정했어."


그러나 그것은 반편의 진실이다. 한정된 자산에 맞는 적절한 규모, 직주근접성,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언덕을 두려워하는 아내를 위한) 평지 여부, 동네 분위기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 네이버 부동산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던 Y가 들으면 가슴을 치며 억울해 할 것이다.


요즘은 부동산 어플이 정말 더 좋아졌지만, 15-16년에 우리가 큰 도움을 받았던 곳은 네이버 부동산과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였다. 요즘은 DISCO 어플도 있고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져서 꽤 시간 절약이 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이것이다.


내게 맞는 주택을 찾는 것은 발품과 클릭의 산물이다


발품을 팔면 좋은 부동산을 얻을 수 있다고 어머니는 누누히 말해 오셨지만, 그 발품이라는 것을 내가 실감하게 된 계기가 주택 매매를 위해 서울 시내 온갖 동네를 돌아다니면서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임장'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비단 투자자만이 아니라 실수요자, 부동산에 내 돈을 조금이라도 넣는 모두에게 임장이란 진정 중요한 요소다.


가 보지 않은 자 말하지 마라. 상가로 만들려고 한 1층 대문 앞에 전봇대가 우뚝 서 있는지 아닌지는 가 봐야 안다. 네이버 지도에서 보는 도로 뷰와 실제는 꽤 다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래를 고려했다.


1.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좋아하는 동네

- 동네에 대한 애정은 중요하지 않은 듯 하면서도 사실 매우 중요하다. 주택 생활자가 되는 순간, 아파트 생활자와는 또 다르게 동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실감을 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데, 그 때 내가 이 동네에 얼마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느냐가 삶의 질을 많이 결정한다.


2. 직주근접의 가능성

- 말할 것도 없이 직장인 부부에게 중요한 요소. 경기 외곽으로 나가면 사실 지금보다 훨씬 크고 쾌적한 주택을 가질 수도 있었다. 차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는 대중교통의 편리성이 매우 중요했고, 자차 이동자에게는 좀더 넓은 옵션이 주어질 수도 있다.


3. 평지인가 언덕인가

- 이건 일반적으로도 중요한 요소긴 하지만 개인적 이유가 좀더 컸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온 나는 서울에서 첫눈을 만났다. 그 날 하이힐을 신고 나갔다가 눈이 변해 얼음 된 길바닥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다가 횡단보도에서 미끄러지는 병크를 터트렸고, 그날따라 줄줄이 서 있던 차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으며 미끄러운 횡단보도를 겨우 건넜다. 그 때 이후 난 "서울에서는 언덕 집에 살지 않겠다" 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미끄러져서 죽기 싫으니까! 그렇다고 언덕에 있는 집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4. 집 접근성, 주변 상권의 동선은 어떤가

- 이건 상가를 생각했기에 고려한 점이다. 임장이 또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실제 가서 걸어보면 자연스럽게 동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선이 나온다. 바로 옆에 큰 상권이 있어도 우리 집이 있는 쪽으로 동선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거주지로서라면 좋은 점이겠지만 상가를 생각하면 이런 덴 안 좋은 입지다. 동선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북치고 장구치고 해도 사람들이 잘 안온다.


앞에 이면 도로를 끼고 있다고 해도 근처에 있는 아파트 단지나 대규모 주거지 사람들이 이 도로를 별로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혹은 큰 도로를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너무 큰 도로라(심지어 이런 경우 주택이 비싸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관계로 이 상가를 이용하지 않기도 한다.


또 지도에서 보았을 때는 좋았는데 타인의 사적 소유지를 통과해야 우리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땅인 경우도 있다. 이런 덴 리모델링이나 신축 공사할 때 큰 잡음이 생긴다. 물론 잡음이 안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건 원래 복이 많은 사람일 거라서 뭘 해도 되는 사람일 거다. 아마도.


5. 수많은 세권

요즘은 무슨 '세권'이 너무 많아서 트렌드를 좇아가기도 힘들다. 암튼 스세권은 회사에서 말고는 스타벅스 안 가는 나에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으나, 동네를 판단할 때는 꽤 핵심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주요 프랜차이즈가 있는가, 편의점이 근처에 있는가, 산책 가능한 공원이나 물가가 있는가,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는가 등은 주요 요소였으나 우리가 고려한 것은 사실 산과 물이었다. 전통적 배산임수.


그래서 한 7-8개월을 찾았을까. 


둘러본 주택이 점점 늘어나고, 계약을 할 뻔 하기까지 한 곳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상신이 도왔다. 제사도 잘 안 가는데 감사합니다.) 망한 주택 임장기는 별도로 써야 할 지경.


그러다 결국은 한 집이 우리에게 왔다.


지금도 이 집이 우리에게 '왔다'고 표현하곤 한다. 면접 제안을 받고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 알고 보니 알짜배기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취준생처럼 두근거리며, 우리는 이 집을 총 세 번 방문했다. 다소 시큰둥한 마음으로 일요일에 Y가 처음 갔고, 눈을 빛내며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목요일에 매매 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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